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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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페이지마다 밑줄을 빼곡히 그었던, 빨리 읽히는 게 아까워 한장 한장 유난을 떨며 여유를 부리던 순간을 기억한다. 첫 만남에 속마음을 털어버리고 싶은 사람을 만난 기분. 말로도 하지 못하는 말들, 어쩌면 나에게는 영원히 단어가 되지 못했을 감정들이 페소아의 글을 통해 선명해졌다. 고독은 지독한 고통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늪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일상이라는 배가 침몰할 때마다 나는 페소아의 책을 붙들고 다시 뭍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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