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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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12년 동안 겪었으니 학창시절 내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덕분에 우울증과 갑상선 항진증을 얻었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같은 반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가끔 다른 반 학생들도 저를 두고 위협하거나 툭툭 건드리곤 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남자애들에게 발로 차이거나 두들겨 맞았었고 제 자리에는 항상 쓰레기 같은 것들이 놓여 있어 매일같이 치워야 했습니다. 여자애들은 저에게 청소를 떠넘기고 자기들끼리 영화를 보러가거나 놀러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여고였는데도 저를 보면 깔깔대며 지나가거나 툭툭 치고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습니다.

이런 저를 구해주거나 도와주는 사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저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늘 짜증과 분노로 휩싸여 있었고 성적도 늘 바닥을 기었습니다. 남들은 수능 준비하고 대학 얘기하는데 저는 따돌림의 기억에서 헤매기만 했습니다. 덕분에 대학은 1년 재수해서 낮춰 들어갔고 이후에는 우울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고생하게 되었습니다.

따돌림의 기억은 저에게만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저를 포함해 많은 학생들이 따돌림으로 힘들어한다고 뉴스에 나옵니다.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왜 이때까지 죽지 못했나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살아 있는 게 바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몇 번 자살시도를 했습니다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런 입장인지라 저는 학교폭력 및 왕따 가해자에게 엄한 처벌 및 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인 저는 가해 학생을 만나기만 해도 온몸이 떨리고 불안해지는데 정작 그 아이들은 기억을 못하거나 도리어 더 심하게 비웃고 오랜만이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제가 가해 학생들을 한때 피해자였구나.’라고 공감 및 이해하기엔 역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혹자는 왜 잊거나 용서하지 못하냐고 그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고 입을 대기도 합니다. 저는 압니다. 따돌림의 기억이 평생을 좀먹는다는 사실을요. 성인이 되어 인간관계에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요. 제가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더라고요. 남을 괴롭히거나 놀리는 아이들은 언젠가 꼭 돌려받기를 바랄 뿐입니다.

괴롭힘과 학대가 위대한 성취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트라우마를 남기며 심지어 질병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 한 명 없고 사람 만나는 일이 싫습니다. 예전에는 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매달리려고 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힘도 없습니다.

그나마 봐줄 만한 일은 제 앞가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려거나 챙김을 받으려고 하지만 저는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정보를 얻었습니다. 저를 도와 줄 사람이 전혀 없어서 혼자서라도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대학교 이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괴롭힘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서인데 제 경험이 너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만큼 제가 괴롭힘/왕따를 오래 겪어서 그런 것입니다. 저는 늘 제가 잘못해서 왕따를 당한 것이라고 자해해 왔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괴롭힘을 당할 만 해서 당하는 거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자는 괴롭힘에 당할 만한 이유 따위는 없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저도 언젠가 따돌림의 그늘에서 벗어나 좀 더 밝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여기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마음챙김과 운동을 실천하면서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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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체험
안토니 블룸 지음, 김승혜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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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톨릭 고전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좀 더 일찍 가톨릭에 입교했더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빨리 접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신앙생활은 신앙연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저는 30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세례를 받고 2년 후에 견진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신앙연수는 다른 분들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신앙연수에 따라 차별대우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1년을 했든 10년을 했든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주십니다. 각각의 사람들에게 각각의 체험을 보여 주십니다만 어디까지나 그 사람에 맞는 한 데나리온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체험을 깨닫느냐의 문제는 우리의 기도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대체로 무엇을 해 달라는 청원기도가 주류입니다. 기도한 대로 응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청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하느님을 원망하고 돌아서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기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자이신 안토니 블룸 대주교님은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없을 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은 우리 생활에서 치명적이라고 말이죠.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때 구원받느냐 단죄받느냐 둘 중에 하나여야만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그동안 하느님께 투정을 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가톨릭 신자 모두에게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직자든 수도자든 저 같은 평신도든 기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이 한 마디 한 마디 직언처럼 느껴집니다만 읽고서 상처받거나 좌절하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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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버는, 행복한 경단녀입니다
주머니 지음 / 태인문화사(기독태인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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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작가님은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시다가 이제는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셨습니다. 서평가와 대학생, 주식투자자, 유아 영어강사, 작가라는 모든 영역에서 인정받고 돈을 벌고 계십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마냥 누워 있게 되던데 주머니 작가님은 좌절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셨습니다.

저 또한 서평을 쓰고는 있습니다만 작가님처럼 단 한 번도 후원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쓰는 서평의 도서는 모두 제가 신청해서 받은 것들이고 혹은 제 돈으로 샀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선택한 책에 후회한 적이 별로 없어서 좋습니다. 어쩌면 제가 책을 많이 읽어 온 터라 좋은 책을 그런대로 잘 찾아내는 게 아닌가 자뻑도 해 봅니다.

저는 주머니 작가님과 다르게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경우 대학원생으로서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도교수님께서 퇴임을 하신 관계로 새로운 교수님을 정하여 논문지도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논문 쓰기는 요원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저도 어쩌면 경단녀일지도 몰라요.

제가 논문을 여태 쓰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의 질병 때문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을 학폭으로 보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인간관계에 많은 장애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고서 대학원 재학 중 한 달간 정신병동에 입원한 적도 있습니다. 논문을 쓰고 싶다는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저의 글은 논문이 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7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논문을 쓰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주제는 가톨릭 신앙과 관련하여 쓰려고 예정 중입니다. 학과는 윤리교육전공인데 가톨릭 신앙이라니 뭔지 모르게 안 맞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신학교 과정 중 윤리신학이라는 과목이 있다고 하니 마냥 틀린 건 아닙니다.

사실 제게는 논문도 중요합니다만 자립이 더 중요해야 합니다. 저는 사정상 남들과 어울리며 뭔가를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직업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네요. 다른 여성분들처럼 사회복지나 유아교육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주머니 작가님은 그저 꾸준히 오래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항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가장 나중 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일념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두고 돈이 되는 일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책과 공부, 그리고 혼자 있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저처럼 극강의 내향인들이 많더라고요. 언젠가는 저와 같은 사람들도 세상과 대면할 수 있는 때가 오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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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시
노리치의 율리아나 지음,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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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무한한 사랑,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뜨거운 사랑. 물론 후자는 전자에 비하면 미미한 티끌일 뿐이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아무리 말하고 다니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에 비길까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하느님 사랑한다면서 같은 죄에 여러 번 걸려 넘어지는걸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맞습니다. 제 속은 너무나 옹졸하고 더러워서 하느님 모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공평하게 한 말씀만 하십니다. 그러면 우리 영혼은 낫게 됩니다.

저는 하느님께 합당한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신다고 하여 하느님께 대들거나 맞설 수 없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죄를 짓고 나면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자책에 시달립니다. 심지어 세례 전에 지은 죄악도 헤아리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저마저 용서해 주셨습니다. 죄를 짓고 나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저를 두고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마음아파하시는 것을 알게 된 저는 더 많이 괴롭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가 자책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악마가 주는 자책에 시달리지 않으렵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단 한 번도 매질을 하거나 분노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그동안 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저의 모든 상처와 고난에 대해 하느님께 따지면 안 됩니다. 물론 고난을 겪고 상처를 입는 게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땅히 겪어야 할 과정일 뿐입니다.

하느님은 오로지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사랑하십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생각하면 그저 죄인으로서 통회하고 부끄러워할 따름입니다. 하느님, 죄 많은 저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합니다. 이런 저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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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lucius 2023-03-2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요한형님과 로사언니에게 추천합니다.
 
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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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저자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글로써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꽤 다양한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쌓아 둔 책을 보니 에세이나 산문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러니까 나는 꽤나 편식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고도원 선생님 하면 아침편지가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방법을 몰라서 받아본 적 없지만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편지라고 들었다. 고도원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해 둔 습관이 아침편지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절만을 보냈느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선생님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몹시 엄격했다고 한다. 동네 친구들과 형들은 하나같이 어린 선생님을 괴롭히기를 즐겼다. 그 때문에 한동안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다.

대학에서도 제적당해 목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수감되기도 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선생님에겐 뛰어난 글 솜씨가 있었다. 글 솜씨 덕분에 평생의 사랑도 생겼고 기자에 이어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선생님에게는 뛰어난 글 솜씨만 있지 않았다. 수차례의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내는 능력도 있었다. 이러한 능력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나의 인생길을 되돌아보았다.

아침편지에 이어 깊은산속옹달샘이라는 명상 센터를 설립하기까지 선생님의 긍정적인 야망도 한몫했지만 여기에는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것도 경험이고 인생 수업이었다.

나는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이 책을 펼치고 싶다. 표지에 적힌 절벽에도 길은 있다라는 문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나 또한 여러 절망을 겪으면서 사람을 싫어하기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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