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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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처음에 펼쳤을 땐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나와는 너무 다른 문화와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초반부부터 느껴져 책을 읽기까지 사실 회피를 했던 것 같다

여러 챕터로 작가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아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 챕터인 광대 되기는 멕시코인인 작가가 외모와 가난에 대한 유머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서술하고 있다

멕시코인은 자신이나 타인의 외모에 대해 개방적으로 '깔건 까고! 시원하게 웃음거리로 털어버린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건 멕시코인만의 유머의 정체성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나는 강한 가치관 차이를 느꼈다

작가의 말을 이론적으로 봤을 땐 이해가 됐지만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을 유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서 마냥 공감하며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유색인종, 여성으로 살아가는 작가가 일종의 살아남는 방식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지'라며 고개 끄덕이며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작가와는 깊이는 다르지만 나의 존재가 가져다주는 내포된 분노는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부터 책이 술술 읽혔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오랜만이라 존재를 잊고 나도 모르게 지우려고 했던 것 같아 더 열린 마음으로 책을 대했다

마지막 추천의 말에선 이 책의 존재의 이유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이 솔직하게 이 책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세상에 던졌던 용기,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인 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을 본받고 싶어졌다

이 책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종에 관한 고정관념에 강하게 반대 표를 던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시끄럽고 강하고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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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 별빛들 신인선
김민혜 지음 / 별빛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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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작가의 감정을 눌러담은 문장들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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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 별빛들 신인선
김민혜 지음 / 별빛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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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읽어본다

나보다 타인을 사랑하는 나를 발견하거나 타인에게 받은 사랑을 그 타인이 존재하지 않을 때 느끼는 나를 발견하는 등 우리는 각자 다양한 형태와 상황에서 사랑을 느낀다

그 대상은 동물, 사람, 무생물체 등 한계가 없고 나 같은 경우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생기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편이다

보통 사랑이라 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애적인 감정만을 쉽게 떠올리는데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나보다 타인(생물)을, 나만큼 타인(생물)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사랑을 느낀다

그런 존재들이 내 주변에 있고 그들 덕분에 외딴곳에 혼자 떨어지더라도 심적으로 든든할 때가 있다

가끔 '그런 존재가 예고도 없이 사라진다면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그가 줬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이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슬픈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1순위였던 것 같다

작가의 감정에 몰입해서 몇 번을 곱씹게 되는 부재 이후 느껴지는 사랑은 될 수 있다면 '나는 겪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사후에 아버지를 다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시건방을 떨어보자는 구절에서는 작가와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되면서 작가가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느껴졌다

그 마음으로 글자 하나하나에 감정을 꾹 눌러 담은 게 느껴지는 도입이 이 책을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고양이에 대한 내용이다

보고 싶은 고양이들이 있는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200% 공감했다

학교 고양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동물에 애정도 별로 없고 보는 것만 좋아하고 딱히 감흥이 없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고 생각보다 겁이 많아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학교 고양이들을 만나고 동물과 나누는 사랑의 깊이를 누구보다 몸소 느끼고 있다

작가의 문장 중 '오지 않는데도 갈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정말 우리 학교 고양이들과 나를 대변해 주는 문장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고양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올해부터 사랑과 낭만을 찾아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칙칙하고 막막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사랑하고 사람 냄새나는 인생을 살기에 걸림돌이 많겠지만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믿고 나아가기로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방면의 작은 사랑들을 키워나갈 수 있길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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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독백 - 서경희 소설집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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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희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문장을 여행내내 곱씹어 보게 되는 건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감정이 깔려있다

소외, 폭력 등 사각지대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인간이, 가족이 어떻게 그러지?' 싶은 구절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읽히거나 막히는 책은 아니여서 여행 중 기차 안에서 술술 읽었다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을 골라보자면 첫번째 단편인 '달의 마중'이다

'달의 마중'의 주인공은 영화 감독을 꿈꾸는 인물이지만 화상으로 인해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받는 차별이 있지만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나가던 주인공에게 시나리오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혼란과 고민의 연속인데 자기가 감독이 되고 싶은 이유를 잊지 않고 그 목표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독자의 입장에서 인물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그 주인공이 비참해 보이기 시작할 때 나의 인생 시나리오는 세드엔딩일 것이라는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늪에 빠져나올 수 있는 열쇠는 본인이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가는 길에 허들을 놓는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가 있기 마련인데 자신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요즘따라 낭만과 공감이 사라진 시대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점점 사각지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와 벽을 쌓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목에서 '달의 마중'에서 나온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다'라는 구절은 현대 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에선 국제 결혼이나 고독, 가난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동안 내 일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방치했던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더 잔잔하게 묵직한 여운이 남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희망을 품고 살아도 되는 사회가 되돌아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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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독백 - 서경희 소설집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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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이 책을 만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각자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사회에 내비쳤을 때 벽을 치지 않고 손 내밀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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