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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독백 - 서경희 소설집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3년 12월
평점 :



서경희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문장을 여행내내 곱씹어 보게 되는 건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감정이 깔려있다
소외, 폭력 등 사각지대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인간이, 가족이 어떻게 그러지?' 싶은 구절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읽히거나 막히는 책은 아니여서 여행 중 기차 안에서 술술 읽었다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을 골라보자면 첫번째 단편인 '달의 마중'이다
'달의 마중'의 주인공은 영화 감독을 꿈꾸는 인물이지만 화상으로 인해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받는 차별이 있지만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나가던 주인공에게 시나리오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혼란과 고민의 연속인데 자기가 감독이 되고 싶은 이유를 잊지 않고 그 목표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독자의 입장에서 인물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그 주인공이 비참해 보이기 시작할 때 나의 인생 시나리오는 세드엔딩일 것이라는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 늪에 빠져나올 수 있는 열쇠는 본인이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가는 길에 허들을 놓는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가 있기 마련인데 자신이 겪어보지 않았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요즘따라 낭만과 공감이 사라진 시대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점점 사각지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와 벽을 쌓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목에서 '달의 마중'에서 나온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다'라는 구절은 현대 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에선 국제 결혼이나 고독, 가난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동안 내 일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방치했던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더 잔잔하게 묵직한 여운이 남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희망을 품고 살아도 되는 사회가 되돌아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