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
까마중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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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책 제목이 정말 좋았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니...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너무 쉽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아프지 않은 것은 청춘이 아닌양 말하고, 누구나 찬란할 수 있다며 성공한 1%의 이야기를 취급한다. 이 웹툰의 매력은 이 제목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제목에 아니러니가 있는 게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 찬란이다. 사전적 의미로 찬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지 모두 다 찬란이와 같진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건지 마지막 권까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외모, 평범한 속도, 평범한 욕심을 가진 나는- 당연히 평범하게 살아갈...줄 알았으나 특.별.히 가난한 관계로- 조금 바쁘고, 가끔 비굴하고, 다소 고립된 느낌으로 살아낸달까, 버텨낸달까 하고 있습니다.

P.11-12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찬란이였다가 도래였다가 유였다가 시온이었다가 진이가 되었다. 나는 찬란이처럼 독서를 좋아하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꾸미는 것을 잘 못하고, 도래처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며, 유처럼 선택장애가 있고, 시온처럼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 미숙하며, 진이처럼 사실 상처를 잘 받는다.



숨쉬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숨 쉬는 법을 찾아가는 이야기. 이건 도래가 마지막으로 연극무대에 올리고 싶은 이야기이자 찬란이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실수로 잘못 들어간 연극부에 코가 꿰여 주인공으로 낙점되고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생활고를 조금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생활에 치여 하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하면서, 평범해 보이고 상처없던 부원들의 상처들과 또한 자신의 상처도 마주하면서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



'누구나 할 법한 진로, 관계에 대한 고민'이란 의미로 '평범한 고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고민도, 평범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평범'이란 개념 자체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일 뿐, 허상이 아닐지...

P.118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평범한 고민, 평범하지 않은 고통'이었다. 평범해보일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사랑만 받았을 것 같은 사람도 누구나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평범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ONLY ONE인 존재이고 다 다른데 왜 세상은 평범한 기준을 원하는 것일까


0에서 시작하는 사람 +에서 시작하는 사람, -에서 시작하는 사람. 고민없는 사람 없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저마다의 힘듦이 다를 뿐. 이 웹툰은 그런 모두를 감싸는 내용인 것 같다.



찬란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제목부터 주인공의 이름도 찬란이었고, 내용도 그것에 대한 것이어서 그런지 찬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게 되었다. 찬란의 사전적 의미는 빛이 눈부시게 아름답거나 훌륭하고 빛나는 것을 말한다.


이 이야기의 끝에 찬란이는 찬란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게 되는 것일까?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3권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작가의 절단신공이 돋보이는 게 얼른 뒷 권을 질러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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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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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처음은 독일에서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인데 왜 독일이 나오는 거고 아랍이 나오는 거고, 미국에서 파견한 사람이 심지어 한국인이라 역시 소설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이 변호사인 '인철'은 변호사답지 않게 추리에도 능하고 얼굴도 잘 생겼는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여인과 썸씽도 생긴다.


이 책은 합본으로 나온 것이지만, 원래는 2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1부와 2부로 책에서는 나눠놨다. 책을 읽으면서 1부는 조각 모으기이며, 2부는 조각을 조립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다이내믹하고 조각들은 개별인 것 같으면서 연관되어 있었다.


독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아랍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고 러시아로 넘어갔다가 북한과 한국 그리고 중국 미국의 대립으로 넘어갔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가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푸틴 등 실존하는 각각 인물들에 대해 많이 조사하고 쓴 것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있는 것이 없진 않았지만, 실제 이 인물이었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고민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소설에서 독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기 위해서 인지 아니면 실제 정상들이 그렇게 많이 묻고 답하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에서 열심히 현 상황 또는 소설이 가정한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점들이 많았다. 각 정상이 나오는 장면 장면 마다 3가지, 5가지 씩을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는 것이 어느 면으로는 좋았지만 어느 면으로는 조금 지루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위의 것과 비슷한 내용이긴 한데, 중간 중간 작가의 의도가 너무 읽히게 글을 썼다는 점이다.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이지'의 정책 제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작가는 틈틈히 많은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몇몇 부분에서 그것이 등장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발언' 같이 느껴져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독일에 수사를 하러 갔다가 강요된 자살을 깨닫고 그 내막을 파다가 여FBI랑 썸씽이 생겼는데, 그 여자가 흑막의 동생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또 수사를 하다가 잘못돼서 위험에 처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한국인에게 구해졌는데 그 은인이 내 이상형의 여인일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영화 같은 현실이군요. "

"사건을 다루다 보면 현실이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

P.155


소설은 재밌었다. 각각의 조각을 끼워맞추는 것도 좋았고, 어느 정도 현실 반영을 잘한 것도 몰입을 더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거장의 내 목소리를 들어랏!하고 외치는 그 느낌과 조각들을 모으러 다닐 때의 그 설렘이 너무 뻔한 결말로 귀결 되어 좀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2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거기에 러시아도 있고, 유럽도 있고, 일본도 있고... 왜 우리나라를 가만히 두지 않는 걸까....


"중국은 중력이고 미국은 양자역학이야. 두 나라는 섞일 수 없고, 따라서 우리로서도 그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어. 사드도 보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니 중국이 반발하고, 또다시 중국이 원하는 대로 약속해주니 그게 고스란히 미국의 불만이 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중국을 만족시켰다가 다음에는 미국이 좋아하는 걸 내놓는 식으로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되고, 결국 두 나라 모두 우리에게 등을 돌리게 돼 있어."

"방법을 찾아야 해. 중력과 양자역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통합이론 말이야. " 문제인은 이 낯선 단어를 가만히 발음해보았다. "Theory of everything이라...... 미국도 만족시키고, 중국도 만족시키고, 친미 국민들도 만족시키고, 친중 국민들도 만족시키는 이론. 음, 거기에 하나 더 있어. 북한도 만족시켜야지. "

P.227-8


제목은 미중전쟁이고, 본 대결은 북핵에 대한 내용인 것 같지만, 미, 중, 소, 남한, 북한, 러시아 등등의 여러 나라들과 얽혀 있는 내용이며 진보와 보수, 친미와 친중에 얽혀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문대통령과 이지, 인철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론을 찾았지만, 나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모두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으면서 이 소설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 그 한 가운데 한반도가 있으며 각자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조금 더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찾아가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이린이 좀 불쌍할 뿐이랄까...... 조국을 위하여라는 프레임 속에서 실제로는 누구보다 자신을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아이린이 이타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희생된 것도 아이린 뿐. 작가에게 아이린은 어떤 등장인물이었을까? 이상하게 그런 것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더해 사드 보복으로 한중관계까지 뒤틀려 있지만 나는 정말 두려운 건 북핵도, 트럼프의 불가측성도, 중국의 경제 보복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우리가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본다는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오직 하나. 이렇듯 물속에 몸을 숨긴 채 잠망경만 내놓고 눈치를 보다가는 우리가 설 자리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만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이다. 우리는 결연히 몸을 드러내고 대한민국의 원칙과 입장이 어떤 것인지 천명하고, 이 노선으로 국내의 보수도 진보도,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모두 이끌어가야 한다.

용기와 결단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는 없다.

P.6-9 (작가의 말)


보통 작가의 말이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있곤하는데 이 책은 맨 처음에 작가의 말이 나왔다. 책의 마지막에 이지와 인철이 찾은 유사한 해답에 가까우며 소설 속 문재인이 선택한 길. 우리는 잘 선택해서 잘 가고 있을까?


사드가 가고 북핵 위기가 가고 트럼프 탄핵도 결국 안 되고,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 진행되고 있다. 위기에서 일어나 K시리즈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요즘은 국뽕이 좀 올라오고 있지만, 미중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한국은 여전히 여러 강대국 사이에 낀 분단국가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나라의 이권들이 개입해있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우리나라를 주무르려고 한다. 흐름을 읽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때나 중요했다. 집에만 박혀있어야 하고, 누구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요즘 이런 책 한 권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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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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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은 책 소개를 봤을 때부터 기대가 됐던 소설이다. 이 소설 소개에서 “내 딸,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널 대신할 희생자를 찾았으니까.”라는 말이 써 있었는데, 이 글이 이 소설의 전체를 통과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목요일 오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의 5일의 이야기이고 2부는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고작 5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개는 아주 긴박하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목요일 오전 7시 55분 한 소녀는 한 부부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그 부부는 그 소녀의 엄마에게 연락하여 먼저 돈을 가상계좌로 보내고, 그 뒤 다른 아이를 납치해야 할 것을 명령한다.

"두 가지를 기억해라." 음성 변조를 한 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첫째, 네가 처음도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둘째, 명심해라,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체인 때문이라는 걸."

p.19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일상의 사람이, 평범하다고 믿었던 사람이 또는 본인이 어느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성애를 이용해서 말이다.

어린 아이를 유괴해야 한다고?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짓이다. 완전하고도 완벽반 광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떱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젠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창밖을 내다 본다. 아름답고 청명한 가을날이다.

p.76

소설 속 엄마인 레이철은 하버드를 다녔지만, 우버택시기사와 웨이트리스트를 하며 남편의 뒷바라지하고, 남편이 변호사가 됐지만 레이철이 암에 걸려 투병하자 바람이 나 이혼 한,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여자이다. 레이철은 본인이 거짓말을 잘 못하고, 과속도 하지 않으며, 세금도 꼬박고박 내고, 지각도 안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레이철은 옆집 아이에게 평범한 친구 엄마이고, 이웃집 아줌마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납치 당했을 때,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납치하고, 협박하게 된다.

예전의 레이철이라면 평생을 바쳐야 사람이 그렇게 사악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러는 너 자신은 어때, 레이철? 납치범에 아동 학대범에, 무능한 엄마, 이게 다 너잖아. 속으론 너도 알고 있어. 어밀리아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을 거란 사실을.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그거야말로 도덕 철학, 법, 인생에서 중요한 거잖아. 네 타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지. 넌 지금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우리에 갇혀 있어. 그런데 앞으론 더 나빠질 거야. 늘 그런 식이잖아. 처음엔 암, 그 다음엔 이혼이었지. 그러더니 딸이 납치됐고,넌 괴물이 됐어

p.229

레이철의 모성과 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납치한 아이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을 때이다. 당장 약이 없는 상황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온 아이를 위해 의사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약이 오기를 기다릴 것인가. 이 소설은 '엄마'의 위대함과 '엄마'의 이기심과 '엄마'의 강함 그리고 '엄마'의 약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엄마가 아니지만 엄마란 얼마나 강하고도 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1부가 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2부는 그런 납치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한 가정의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 납치에서 풀려났지만, 레이철은 카일리가 다시 납치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잠 못 이뤘고, 체인에서 보복이 올까 두려웠으며, 카일리는 악몽으로 식은땀으로 침대를 적셨다. 2부에서는 그런 트라우마들과 체인의 실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체인에 대한 것은 소설을 볼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밝히지 않겠다.

그녀는 알 것 같다. 체인은 우리 모두를 친구와 가족으로 묶는 끈에 대한 은유다. 체인은 어머니와 자식의 탯줄이요, 영웅이 모험 길에서 지나야할 길 혹은 방향이자, 가느다란 실타래, 즉 아리아드네가 미궁이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생각해낸 해결책인 것이다.

p.463-4

레이철은 계속 왜 자신일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 또한 소설의 말미에 다 밝혀진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것은 모성을 이용해서 끊기지 않는 납치의 체인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납치도, 모성도 신선한 소재가 아니었지만 그것이 잘 버무려지자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설이 되었다. 꽤 두꺼운 소설이었지만 순식간에 읽혔다. 서평을 쓰면서도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 재밌어서 천천히 읽는 건 힘들겠지만, 다시 이것저것 생각해보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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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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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복수를 합시다라는 그 제목과 "가징 보통의 복수를 상상하다"라는 띠지의 글이었다. 치밀하진 않지만 치열하고 가장 보통인 복수는 어떤 것일까? 표지의 사람은 왜 케이크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을 품고 있으며 화자는 어떤 복수를 꿈꾸는 것일까?

소설의 내용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총평을 살짝 해보자면 미약하게 시작해서 스펙터클하게 끝난달까. 일상에서 시작해서 007로 끝난달까하는 기분이다. 띠지의 글대로 치밀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서 복수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기록한다.

내가 하는 일은 온갖 사연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것이다. 중소 규모의 포털 사이트이다 보니 사연 게시판에 올라온는 각종 사연이 우리 회사가 내세우는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다. 게시판 조회수가 저조한 남이면 사연을 창작해서 올리기도 한다. 나는 특히 이혼을 앞준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가 많다.

p.9

이 소설의 시작은 갑질 사장 아래에서 온갖 사연들을 올라오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화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사연을 올라오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것이지만, 올라오는 글의 관리가 아니라 오히려 글을 창작해서 다른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고충을 가진 화자의 이야기를 보며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될까 흥미로웠다.

창작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화자의 본인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왕따를 당했는데, 그 친구가 왕따를 당하게 된 원인이자 왕따를 주도하면서 돈을 뜯길 뿐아니라,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하고, 심지어 편을 들어줬던 유일한 친구와 서로 때리게 하여 화자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우연히 침대를 사러 갔다가 자신을 왕따시켰던 그 친구가 가구 설치 기사라는 것을 알게되고 화자는 소소한 일상의 복수를 꿈꾼다.


중간챕터 표지인데, 챕터 제목인 르상티망이 뭔지 궁금해졌다. 르상티망은 원한, 복수감을 뜻하는 말이다.

대신 나는 진지하게 놈에 대한 복수를 생각했다. 그러다 불법적으로 복수하기 어렵다면, 합벅적으로 복수를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합법적인 복수'를 떠올리고 보니 '합법'과 '복수'의 결합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보다 안전하고 이상적인 복수가 어디 있을까. 문제는 연인으로 이상형을 만나기 어렵듯 이상적일수록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p.48

화자의 복수는 과연 소소했다. 바로 가구 설치 관련하여 흠을 만들어 컴플레인을 거는 것. 그러나 이 소소하고 합법적이며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복수는 친구가 화자의 정체를 알고 그의 굴욕적인 사진을 보관하고 있음으로 실패하고, 심지어 처지가 역전되어 버린다. 화자에게 가구를 강매하고, 휴일에도 가구 배달 및 설치를 돕게 하고 사진으로 협박을 계속한다. 화자는 결국 복수를 돕는 모임에 가입하게 된다.

직접 당하지 않은 자가 그 고통을 어떻게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같은 고통이라도 아픔의 크기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그래서 나는 레몬의 고통이 그녀 자신에게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전적으로 이해해줄 수는 있었다.

p.73-74

소소하게 시작했던 화자의 복수는 역풍을 맞고, 이 복수를 같이 생각하는 모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다른 사람의 분노에 공감해주고, 익명의 그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며, 복수가 터닝포인트, 즉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몇몇 복수들이 있다. 고등학교 때 왕따한 이에게의 복수, 자신에게 컴플레인 건 사람에게의 복수,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남편에게의 복수, 자신의 친구와 바람핀 약혼자에의 복수, 인생을 망친 이에게의 복수, 갑질 사장에의 복수 등등.

이 복수들이 전개되면서 화자의 인생은 점점 스펙터클해 진다. 어떻게 007이 되어가는지는 소설을 보면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재미를 위하여 스포는 자제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결코 치밀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 소설에 치밀한 인간이 한 명도 없다. 나는 복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셜록에 모리어티같은 건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런 생각이 부끄럽게도 그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복수였다. 등장인물 '앙칼'의 경우 치밀한 것 같으면서도 엉성한 매력을 보였고, 그것은 소설 전체에서도 매력이자 아쉬운 맛으로 남았다.

그러니까 복수의 대상은 뜻밖에도 가까이 있으며, 의외로 복수는 마음만 먹으면 시도 해볼 수 있는 만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245

힐링과 달리 복수는 격렬한 마음 씀이고, 복수에 성공해도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는 생각에 찜찜한 기분이 들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분노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복수라는 행동에 열광하려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면, 우리의 삶에 그것이 필요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니까요. 힐링은 지갑을 비게 만들지만, 분노는 우리 삶의 조건을 바꿉니다. 깐족거리는 인간에게 치받았을 때, 잔소리하는 어른 앞에서 과감하게 짜증을 냈을 때, 그리고 거대한 분노가 촛불로 타올랐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떠올려보았으면 합니다.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246

p.245-246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바로 작가의 말이었다. 요즘의 트렌드는 분노보다는 힐링이고, 복수보다는 용서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용감하게(?) 복수를 말하고, 분노와 복수가 우리 삶에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힐링은 지갑을 비게 만들지만, 분노는 우리 삶의 조건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분노가 조절이 안 되는 사람과 분노를 표출하지 못해 다른 돌파구를 찾는 사람들로 양분되어 있는 것만 같다. 이 소설은 소소하고 합법적인 복수에서 시작해서 창대하게 끝이 났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것들에 당당히 이야기하는 그런 것이야말로 소소한 복수가 아닐까. 때로는 소소한 복수가 힐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게 된 소설이었다. 그런 소소한 일상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고, 결국 스펙터클 해지지 않게 도와주지 않을까.

누구나 복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복수는 거창할 것일수도 있지만, 때론 너무나 평범하고 사소한 것일 수 있다. 분노가 조절이 안 될 때까지 눌러 담지 말고, 사소한 터트림으로 삶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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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이 느린 하루라도 괜찮아!
이안정 지음, 이호숙 그림 / 바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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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근 일 년 만인가... 오랜만에 읽는 책이고, 힐링이 필요했기에 원래 자주 읽던 소설류보다는 에세이류로 골랐던 것 같다. 책을 받고 첫 느낌은 책이 예쁘고 뭔가 힐링 될 거 같다는 것이었다.

책 표지도 그랬지만, 책 속에도 꽃 그림과 소소한 여러 그림들이 반겨주었다. 약간은 투박한 그림들이었지만, 뭔가 느낌이 좋았다.

내용은 주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였다. 일상에서의 작은 깨달음, 스쳐지나갔던 것들의 소중함, 그리고 남들과 다른 속도여도 괜찮다는 위로. 모두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 그저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이 옳다는 그런... 제목에서 맛봤던 위로였다.

책은 홀로서기라는 챕터로 나누어져 있었다. 홀로서기를 위한 1,2,3 단계를 통해서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나를 알게 되고, 드디어 누군가에 의지해서가 아닌 홀로 서기를 배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내가 써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다.나에 대해서 써보고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편지를 쓰고,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하고, 나만의 행복 레시피를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를 써보는 그런 공간들이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요즘은 글을 다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은 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쓸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것까지 생각해 주는 배려가 참 좋다.



글의 내용은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담담한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각각 학교에서 국어와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들도 때로는 젊은 청춘을 응원했고, 때로는 청년의 시기를 이미 지난 이로서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쓰셨지만 책은 그냥 술술 넘어갔다.



가나다라마바사 n행시같은 작은 재치와 일상의 어떠함과 응원이 섞여있는 글이 많았다. 사색하게 만드는 글은 아니었지만 그냥 아는 선생님이 인생에 고민이 많은 나에게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떠니하고 묻는 느낌이랄까...


가끔은 나도 내가 모르겠는 순간이 있고, 내 행복을 모르겠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나만 뒤처져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느 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런 책 한 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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