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을까? - 어쨌든 한번은 부딪히는 인생 고민
피오나.미나리 지음 / 다온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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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 게 언제부터 일까? 아마 집을 떠나 살기 시작한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집을, 가족을 떠나 혼자가 되어도 괜찮을까?'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의 질문은 혼자서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애, 결혼, 회사, 옆에 남아 있는 사람, '나', 10년 후...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친구로서, '나'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마흔을 넘긴 나이로, 그 나이의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지만 아직 마흔이 안 된, 고작 그 반 보다 조금 넘게 산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서른을 키워드로 한 책에는 '여자'라는 단어가 종종 보였다. 그렇지만 '마흔'이라는 키워드를 넣자 '남자', '아빠', '엄마'라는 단어만 보였다. 마흔에는 '여자'가 없다. -20

마흔 살이 넘어 아내도 아닌, 엄마도 아닌 여자로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마흔 살의 연애와 사랑이란 정말 세상에 없는 초현실적인 사건이거나 잘못된 망상이 아닐까. 나는 이 세상에 없는 환상을 쫓고 있는 게 아닐까. -21~2

아줌마가 되지 못하면 아저씨가 될 수밖에 없는 이 현실, 나에게 또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일까? 아줌마도 아저씨도 아니고 그냥 여자로 존재하고 싶다. 마흔 살만이 아니라 쉰 살에도 예순 살에도... -25

 

난 아직 마흔은 아니지만, 그녀들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마흔의 여자라.... 읽으면서, 우리 엄마 이야기 같기도 했고, 우리 언니 이야기 같기도 했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했고,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을 때도 있었다. 나는 마흔도 아닌데 말이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그녀들의 판타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적 판타지라기보다는 연애와 남편에 대한 판타지였지만,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아이고,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소녀랬던가... 소소한 것들이 오히려 판타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남자들이 알고 있을까 싶다. 남자들은 백만 사주면 다인줄 알지만, 오히려 가벼운 포옹이 더 설레고 기쁠 수 있다는 건 모르는가 보다.

 

그리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나이가 몇이든 간에, 사랑과 연애에 대한 설렘과 환상은 인간이라면 영원히 품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0

에이, 뭐 그런 걸 물어봐. 현실은 잊기로 해, 이건 그냥 판타지야. -32

내 생각에 마흔 살 남자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결제력에 앞서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열정이다. 여자의 집이 아무리 멀어도 데려다 주려고 애를 쓰는지, 한밤 중에 보고 싶다며 여자의 집까지 달려 오는지말이다. 마흔을 넘긴 남자와 데이트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다들 얼마나 바쁘고 피곤해 하는지 말이다. 다음 날의 체력을 위해 얼마나 몸을 사리는지, 생활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얼마나 조심하는지 말이다. -39

마흔 살의 연애는 떨림이 아니라 안정이고, 설렘이 아니라 믿음이며, 느낌이 아니라 소통이고, 의심이 아니라 염려이며, 동침이 아니라 동행이라는 것. ㅡ57~8

 

 나도 판타지가 있다. 연애에 대한 판타지는 누구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에 없기에 꿈이고 판타지인지... 나의 판타지를 채워줄 남자는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에나 존재했나보다. 나이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 이미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건지 이미 혼자가 편한 걸 어찌 할까.... 판타지는 판타지에서나 존재한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달아버렸나보다.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고, 여자처럼 입어라."...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여성성을 잃어선 안 된다는 말씀. ㅡ112


 그녀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고 생생했다. 그녀들은 '여자'로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아내'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엄마'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커리어우먼'... 아니 '직장인 여성'으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위의 인용문이다.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고, 여자처럼 입어라... 나는 솔직히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지만... 여자처럼 입지는 않는다. 남자들만 있는 환경이라 그런지 (내가 이런 핑계를 댈 때마다 한 친구는 "그러니까 더 꾸미고 입고 다녀야지!"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남자처럼'입는 편인다. 그런데 그녀들은 '여자'로서의 장점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껏 '여자'로서 어필(?)하면 왜인지 모르게 남자에게 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보면서 내 생각을 조금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직장인 여성은 마흔이 되면 '행불' 또는 '전업'이 되는지... 나의 마흔은 어떨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세대가 거듭되어도 혼자 살려면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실이며 상식이다. ㅡ140

 

싱글의 조건은 '능력'. 혼자 살려면, 둘이 사는 것보다 능력이 필요하다. 이 얼마나 슬픈 말인지. 나도 혼자 살 거라고 말하면서도 '살 빼고'나 '돈 많이 벌고'라는 조건이 붙는 다는 걸 부정하진 못하겠다. 능력 없으면 혼자 살지도 못하고, 또 능력 없으면 같이 살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게 참 슬프다. 능력이 없으면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선택지조차 없다니 말이다. 나는 혼자 산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능력을 좀 키워야겠다.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ㅡ193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남았던 두 질문은 "혼자여도 괜찮을까?"와 "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내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인 것 같다. 두 질문은 나이가 어리나 많으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질문이 아닐까. 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나이고 싶다는 건.... '나'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혼자여도 좋을거야 했던 나는 혼자여도 괜찮을까?하는 의문으로 돌아섰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낀 건 혼자인게 부끄러운 것도, 그리고 걱정해야 할 것도, 그리고 남과 다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자신에 대해 어쩌면 오기를 부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렇지만 괜찮아!"라고 외치며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그렇게 오기 부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연애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없으면 혼자도 좋다.'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싱글로 독신으로 살아도, 같이 살아도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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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나서영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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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하얀 배경에 나무 하나.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라는 제목과 "잊지 않았다고 해도 너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버린 시간. 그러나 아직 그곳에 그대로 남았구나."라는 글. 화자는 누구에게 행복하라고 말하는 걸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책을 폈다.
주인공은 작가였고, 소설가였다. 홍대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소설을 쓰는, 글쟁이. 흥미로운 건 화자와 작가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작가에게 어느날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날라온다.

"상식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이잖아! 소설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말이야. 또 소설을 읽고 죽겠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야?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소설도 사람을 죽일 만큼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아." -38
 
당신의 소설로 인해 죽겠다는 내용의 편지. 편지는 이 소설의 큰 흐름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의식의 흐름"이다. 이 책에선 재밌는 <장치> 몇 개가 보인다. 작가와 화자의 이름이 같고 똑같이 소설가라, 둘이 동일인물이며 작가가 겪은 일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게 한다. 두 번째 장치는 소설 속의 소설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소설을 쓰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세 번째 장치는 의식의 흐름이다. 소설 속에 <의식의 흐름>이란 소설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소설이 진행된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소설을 만났다.
 
"아무리 듣는 사람이 당사자를 모른다고 소설에 써버리면 어떡해. 나라면 상처를 받을 거야. 어쩌면 믿음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77
더 이상 허무맹랑한 주장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불길한 편지를 보낸 익명의 누군가는 내 삶이 얼마나 절박하고 비루한지 모른다. 가진 전부를 털어 작업실을 만들고 남은 전부를 걸어 소설을 쓰는 암담함을 모른다. 내게는 죽겠다는 편지 따위에 휘둘릴 시간도 여유도 없다. 죽겠다면 잘 죽으세요, 한마디가 할 수 있는 전부. 나는 소설을 쓸 것이고 써야만 한다. 내게는 소설밖에 남지 않았다. 소설밖에. 그러나, 편지는 손에 쥐어진다. -79-80
 
이 글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함에도 경계를 긋고 있다는 것이다. 화자와 작가의 이름과 직업이 같고, 실제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화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도 써지고, 내용이 흘러간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작가는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라고 한다.
 
외면은 도박과도 같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원하는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님, 소설에서 죽음이 얼마나 쉽습니까. 끝은 결국 죽음이 아닙니까? 기쁨도 슬픔도 절대 끝이 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죽음만이 끝이 될 수 있습니다. 무척 사랑스럽고 소중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런 인물의 죽음이라야 비로소 소설에 중요한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면 작가님은 망설임없이 소설 위해 죽으라고 목을 조르거나 도끼로 내려치실 게 분명합니다. ...죽음은 마침표와 같습니다.-82
 
어떤 소설이 삶과 비교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떤 이야기와 인물이 우리들의 삶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설사 흉내를 냈더라도 그 무게와 가치는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고 삶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요. 아주 긴 소설이라도 삶의 아주 짧은 순간만을, 그것도 띄엄띄엄 담을 수 있습니다. 소설은 찰나마저도 온전히 담을 수가 없습니다. 아주 작은 조각조차 붙들 수 없습니다.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겉에 드러내고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이야기는 수수께끼처럼 감춰버립니다. 아니, 담아낼 수가 없습니다. -85-6
 
이 책에서 85쪽과 86쪽으로 이어지는 이 인용구가 가장 맘에 든다. 나도 책을 참 좋아하고, 글도 가끔 쓰는 사람이지만.. 쓰면 쓸수록 현실을 느낀다. 책 속엔 많은 공상들이 있지만, 결론은 현실만이 내게 남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고 삶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요.... 이 말이 작가가 몇 년간 글을 쓰면서 느낀 체험담일 것이라 난 생각한다.
 
두려움, 보라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두렵다. 그 낯선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때 보라는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이건 비밀인데요, 비밀이라는 말 뒤에 웃음소리만 귀를 간질인다. 여전히 손은 오그라든 채 펴지지 않는다. (이건 비밀인데요,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은 누가 쓴 걸까요? 보라일까요? 아니면 서영일까요? 방금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150-1
 
85-85쪽의 인용이 가장 맘에 든다면 150쪽부터151쪽의 인용구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믿을 수 없는 화자의 등장이랄까? 까도까도 참 재밌는 소설이다.
 
상처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마련한 그곳에 여전히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내게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말라고 한다면, 그래서 당신의 상처가 아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소설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제게는 소설보다도 당신이 소중합니다. 당신이 상처를 받지 않고 더는 죽겠다는 결심을 버릴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읽어보지 못한 소설이 있습니다. 오직 당신에게만 이 소설을 읽도록 하고 싶습니다.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많은 상처가 담겨 있습니다. 저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278-8
 
이 소설의 화자와 모든 등장인물은 마치 동일인물 같다. 서영이가 보라같고, 그들이 깐난이 같고, 그들이 난쟁이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진작가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이 책은 참 어려우면서도 참 쉽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참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설을 만난 것 같다. 작가가 쓰면서 독자가 자신이 숨겨 놓은 것을 얼마나 발견할 것인지 설렜을 것 같다.
 
익명의 누군가와 내게 진실하고 싶다. 더 이상 소설을 쓰는 것처럼 알량하게 삶을 대할 수 없다. 삶, 결코 속일 수 없는 진실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스스로를 속이고 속이는 그 악순환에서 벗어난다면 부끄러움은 조금이라도 덜어질까, 묻지만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기 위해서라도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비록 감당하기가 버겁더라도 견뎌야 한다. 다시금 스스로를 속임으로 진실을 잃어서는 안 된다.-288
 
행복만이 이 창문을 지날 수 있기를. -354
너는 소중한 사람, 나를 사랑한 다른 깐난이고 난쟁이며 내가 사랑한 또 다른 깐난이고 난쟁이다.-355
 
이 책의 결론은 제목과 같다.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기에... 동일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동화랄까? 유대감이랄까....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모를 흐름 가운데 바라는 소원은 한 가지이다.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책의 막바지 부분에 화자의 전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성공해서 찾아가겠다는 화자에게 불행하면 찾아오라는...
이 소설에서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제인지 아닌지도, 화자와 작가가 동일인물인지도
깐난이가 누구고 난쟁이가 누구인지도, 그 둘이 동일인물인지도
그 무엇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울림이 있다는 거.
세상에 가끔은 명확하지 않아도 그저....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라는 한 마디가 맴도는 멋진 기분.
오늘 하루 명확한 건 없었지만, 그저 말해보고 싶다.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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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깡 때려칠깡 버텨볼깡 - 가장 적나라한 직장 "졸"들의 속마음
김건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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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근할깡 때려칠깡 버텨볼깡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 제목은, 직장인들이 하루에 한 번 이상 생각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나도 오늘만 해도 여러번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대리 5년 차의 실제 회사생활이 여과없이 나타나 있었다. 보면서 우리 회사는 아닌데..? 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와 슬픔이 있었다.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나는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퇴근 후면... 시간이 없다. 정신 차리면 자야하고, 일어나면 회사가야 하고, 퇴근하고 나면 어느새 또 잘 시간이고 말이다.... 이상하게 하루가 빠르다. 월급날은 안 오는 데 말이다.
 

환승할까 말까


버스와 회사의 공통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회사라는 버스에 오른 이상
회사의 움직임에 나를 맞춰야 한다.
야근할 때 함께 야근하고,
좋지 않은 분위기엔 말도 행동도 조심조심.


답답하거나 멀미 날 땐
환승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버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냥 적응하고 사는 게 맞겠지? -24

 

버스와 회사의 공통점... 목적지는 정해져 있는데, 많은 때 내리고 싶다는 것. 버스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침묵의 동행을 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많은 때 입 다물고 가만히 가는 데로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 의지가 많이 없어진다는 것... 아.. 역시 때려쳐야 할 깡이 필요한가 보다.

 

 

이 맛에 회사 다닌다


누군가 그랬다.
회사는 다니기 싫은 맛에 다니는 거라고. -30

 

다니기 싫은 맛에.. 오늘도 출근을 했다. 이 쪽을 보면서 정말 큰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입맛이 짧은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할깡이 센지 아니면 때려칠깡이 센지 아니면 버텨볼깡이 센지... 나도 지금 맛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승자 없는 릴레이


화나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걸 또 누군가한테 전달한다면,
짜증 릴레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그냥 바통 버리고 기권하자. -54
 

이건 회사 뿐 아니라 모든 일에 적용되는 사항인 것 같다. 이상하게 아래로 내려 갈수록 짜증이란 놈은 무게와 그 양을 부풀려 맨 아래 있는 사람을 질식시켜 버릴 수 있다는 이 위험사항을 왜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는지. 인생이란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서 제때 진급했을 때 내 모습... 슬프고도 현실적이었다. 하긴 사원은 대리에게 대리는 과장에게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임원진에게 임원진은 발주처에....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끝이 없어서 앞서 이야기 했던 승자 없는 릴레이가 이루어지고 만다. 승자가 없으니 상은 없는데, 벌은 존재하는 어이없는 상황.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현실인 것 같다.

 

경험이라는 항체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있을 것이다.
처음 맞닥뜨렸을 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에는 제법 할 만 하다.
'경험'이라는 정신적 항체가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처음의 그 무방비한 상태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내일을 걱정하면서 오늘 밤을 설치지는 말자.
항체는 이미 우리 안에 만들어져 있다.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122

 

리셋/
마음속에 칠판 하나 있어서
어떤 감정이든 썼다가 지울 수 있다면... -156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164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려서도 실수를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도 한다. 신입도 실수를 하고, 직급이 올라가서도 실수를 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어른의, 신입과 부장의 차이는 책임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원의 실수는 그보다 위의 사람이 막아줄 수 있겠지만, 위에 있는 사람의 실수는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급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직급이 낮을 때 많이 실수해보고 많이 깨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실수가 달가운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실수를 안 할 수도 없다. 실수 없이 살아간다는 건 이상론이며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왕 깨져야 하는 거라면, 경험치 올린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조금 덜 다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같아. 때로는 피해갈 수 있어야 하고, 부딪히면 조금 덜 다치게 넘어지고, 넘어진 후에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법을 배우라고 실수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나의 경험치는 얼마나 될지 내 인생의 경험치를 따져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슬픈 사랑 이야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소통. 참 중요한데. -180

 

귀의 방향


내 귀가 밖이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200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시작을 여러 번 했다고 해서 대단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222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살아온 기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시작을 했고, 얼마나 많이 '남'의 소리를 들었고, 또 얼마나 많이 '나'의 소리를 들었을까? 소통이란 건 참 중요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중요하고, 내가 사회생활 하는 데에도 중요하고, 내가 '나'로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하다. 나는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을까? 정부가 불통이라며 비판하기 이전에, 내가 회사와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나와 소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토요일이 지나고 다시 한 주의 시작. 또 한 번의 로또가 있었고, 또 한 번의 실패가 있었고, 또 한 번의 시작이 있다. 한 주의 마지막과 함께 하는 로또는 쳇바퀴같은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일탈이고, 부질없는 희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 주를 열심히 살아갈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전에 나는 왜 부질 없이 안 될 걸 뻔히 아는 로또를 매주 사댈까... 저 돈을 저금했으면 돈이 얼마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건 로또를 사고 부질없다는 걸 알아도 희망하고 상상하면서 일주일의 힘든 시간을 버틴다는 것이다. 입사 전에 내 인생에 로또라고 생각했던 직장이 매일 매순간 때려칠깡 버텨볼깡...하는 다니기 싫은 맛의 과자로 변하는 것처럼 로또는 반대로 안 되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달까? 뭐랄까... 현실은 웃프달까?

 가끔 먹기 싫은맛의 과자를... 출근할깡과 버텨볼깡을 먹어야 되는 날이면... 나 혼자 힘들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은 날이면, 회사란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날이면, 야근과 잡무에 지치는 날이면, 때려칠깡이라는 과자가 생각나는 날이면, 때려치기 대신 이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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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 도전과 응전, 새 길을 열다, 선사 시대에서 고려까지 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김정남 지음 / 노느매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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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뜨겁다. 거기에 유네스코 유산등재에 있어 일본과 마찰도 있었다. 일본과의 역사 논쟁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얼마 전 tv방송 중 무한도전에서 나왔던 하시마섬과 우토로 마을이나 '암살' 같은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있었다. 중국의 동북아 공정에 이어, 계속해서 우리의 영토와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 일본의 시도와 만행들. 그 가운데서 우리나라에서조차 역사가 왜곡될지도 모를 일이 생긴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요즘 이런 저런 대내외적 일 외에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히트를 치면서 다시금 주목 받는 시대들도 있다. 실제로 주변 지인 중 한 명은 사도를 보고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역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시대나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오랜만의 한국사 나들이에 신났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이 선사시대부터 고려사까지, 2권이 조선, 3권이 근현대사이다. 각 권은 12시간으로 합쳐서 36시간이다. 각 시가 한 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본 것은 첫 권이다. 선사에서 고려시대까지의 내용이 있으며, 총 12시간의 분량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36시간의 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질문들이었다. 이 책에는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질문도 있었고, 전혀 생각도 못한 신선한 질문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유물의 사진이나, 그 시대의 세력도를 알 수 있는 지도, 무덤 양식에 대한 그림 등등 많은 역사적 사료들로 책의 내용이 정말 풍부했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은 "석가탑과 다보답이 나란히 서 있는 이유?"이었다. 내용은 일반 교과서의 그런 한국사의 내용이었지만, 소제에 질문들을 넣음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일으킨다.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등 본래 한국사의 내용은 다 들어 있지만, 소제를 질문으로 하니 느낌이 정말 새로웠고, "정말... 왜지?"하는 질문이 계속 일었다. 모든 좋은 공부의 시작은 역시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읽으면서 특히 선서시대와 삼국사에 대하여 밝아졌다. 전부터 나라들도 많고, 각 나라간의 관계도 어려워서 늘 외우기 힘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암기식이 아니라 질문과 그에 대한 답처럼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 전세계 고인돌의 40%가 있다는 건 정말 몰랐던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면서 솔직히 고등학교 때 한국사 공부하면 늘 옆에 있던 <누드 교과서>가 많이 생각났다. 약간 누드 교과서의 개정판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서술식으로 풀어놨다는 점에서 말이다. 보면서 2권과 3권이 궁금해졌다. 특히 3권의 경우에는 암기할 것이 워낙 많은 부분이라 어떻게 잘 해놓으셨을지 기대가 된다. 한국사에 대해 관심이 생기셨다면... 역사를 공부할수록 질문만 생기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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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선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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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벌써 계절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솔솔 부는 가을에 이르렀다. 이제는 서서히 지구가 잠들어갈 겨울이 오겠지. 이 즈음이면 꼭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감/밤 먹기, 산책, 낙엽 수집, 그리고 시집 읽기. 올해 내 손에 들어온 시집은 류시화 시인님의 시선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다.

 

어떤 시이기에 시인은 자신의 대표시 모음집의 제목으로 이 시의 제목을 쓴 걸까.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곁에 있어도 그리운 이가 지금 없어서 그런 것일까. 나는 막연히 슬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시를 전부 소개할 수는 없지만 몇 편이라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새와 나무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이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23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다, 집을 짓지 않은 까닭에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린다... 정말 시적인 표현인 것 같다. 사람은, 사랑은 그렇게 새처럼 날아와 앉았다가 새처럼 날아가 버린다. 홀로 나만 끝없이 흔들리고 있을 뿐... 상대방도 나처럼 흔들렸을까? 서로의 가지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비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 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갯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 62-3

 

 

패랭이꽃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68

 

개인적으로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았던 시 두편이다.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아도 시어를 음미하게 되는 두 시였다. <나비>라는 시는 워낙 유명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패랭이꽃이라는 시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두 시 다 보고 또 봐도 참 좋다.

 <나비>라는 시는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갯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이라는 부분이 정말 좋다. 계속 입안에서 음미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시도 참 좋았지만 서문과 시평도 참 좋았다.

서문에서 시인은

 

삶은 경이롭고, 외롭고, 절망적일 만큼 희망적이다. 그러는 사이 꽃은 적멸로 지고, 비는 우리를 잠재운다.

여행이 끝난 후에야 지나온 길들의 의미를 깨닫듯. 고통은 지나가고 한 편의 시가 남는다. 그때까지 단어들을 찾는 것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마지막 시평에서 독자는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
시인을 만드는시를 쓰는 시인을 우리는 '시인들의시인'이라고 명명한다. 시인들의 시인이 시인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시인보다 훨씬 많은 독자를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도 된다. 시인이 만든 시, 시가 만든 시인보다 시가 만든 독자가 훨씬 많다.-191
시인은 평생 '한 편의 시'를  쓴다. ...시 전집, 혹은 선집이 한 편의 시일 수 있다. 시인이 생애 전체에 걸쳐 추구하는 가치나 의미, 또는 어떤 세계를 한 편의 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한 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주장할 수는 있지만, 독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한 시인의 생애와 정신을 압축하는 한 편의 시는 독자에 의해 정해진다. 그리고 그 시는 독자마다 다를 것이고, 그 시 또한 독자가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의미를 뿜어낼 것이다. 그런 시가 좋은 시다. 독자에 의해 매번 새로워지는 그런 시, 독자와 시 사이에서 이뤄지는 내밀한 대화를 통해 매번 새로 완성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다. -201 (이문재)

 

라고 말한다.
시인은 고통이 지나간 자리게 시가 남는다고 말하고 독자는 그 시가 새로운 시인을 만든다고 말한다. 시인이 쓴 시보다, 시로 인해 시인이 된 사람이 더 많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시인들이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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