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범의 방학 공부법 박철범 공부법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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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공부법


 나는 방학 때 방학 숙제를 마저 하기도 바쁜 학생이었다. 이제 학교도 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공부해야 하는 내게 어떤 공부법이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보게 된 책이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책 같았지만, 이제는 수업이 없는 매일을 살고 있는.. 어떻게 보면 매일이 방학스러운 삶을 사는 나에게는 방학 공부법이 더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본 이 책은 생각보다 더 나에게 맞는 책이었다.


내 성적이 달라진 이유는 단 하나.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부지런한 방학을 보냈기 때문이다.ㅡ022

공부란, 성실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ㅡ023

그 대신 필요한 것이 있다. 방학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중학생 이하의 경우라면 '아침에 의무적으로 일어나야 할 상황'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게으르지 않게 된다. ㅡ033


게으르지 않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거기에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을 때 게으르지 않기란 더더욱 어렵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공부가 똑똑해지거나 시험을 잘 보기 위함이 아닌 '성실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화자는 열심히 또는 잘하라고 하기 보다는 성실하게 하라고 말한다.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가기로 계획했다면, 오로지 한 생각만 하라. 어서 빨리 집을 나가는 것. 그래서 어서 빨리 도서관에 도착하는 것. ㅡ071

명심하라. 게으름은 의지가 아니라 이처럼 생활의 작은 습관으로 막는 것이다. ㅡ072

내 조언의 핵심은, 그런 고통을 당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당신이 새벽 4시까지 깨어 있었던 대가다. 그리고 비록 오늘 하루는 실패했지만, 방학 전체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당신이 치러야 할 대가이기도 하다. ㅡ082

우리가 의욕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ㅡ088

시간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전혀 놀지도 않고 오로지 공부만 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인 이상 그럴 수는 없다. 시간관리란, 놀더라도 자기가 미리 계획한 그 시간에 노는 것을 의미한다. ㅡ090


이 책에서 참 좋았던 것은 굳은 의지보다는 시스템을 세우라고 한 부분이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시스템을 이룰 때,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공부의 기본이며, 공부의 목적이며, 성실의 결과가 성적 상승이라고 표현한 것 같아 보면서 당연한 말이 새로워졌다.


뭔가를 확실히 이해했다는 말은 '인과관계'를 확실히 아는 것을 의미한다. 저 사람이 왜 화가 났는지 원인을 모른다면, 나는 아직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 아니다....교재를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이란 교재에 있는 개념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149

나는 공부할 때, 내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으면 공부를 끝내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 공부했더라도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실제로는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156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과관계 제대로 알기-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그리고 암기법이었다. 인과관계는 단순히 국어를 할 때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출제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아서 새로웠다. 화자는 이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싸웠던 경험을 책에 실어놨는데 임팩트있으면서도 재밌었다. 왜 목차가 이런 식인지, 왜 이 내용 다음에야 저 내용이 나오는지 모든 것이 인과관계 가운데 있다는 당연한 것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다가왔다.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인다. 설명할 상대가 단순히 주변 동료가 아닌, 내가 설명할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자세히 설명하지 못해도 다 이해하겠지만, 전혀 모르는 상대를 이해시키려면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이다. 나도 공부하면서 남에게 설명하든 나에게 설명하든, 공부한 내용을 리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신이 공부를 하다가 어려운 용어를 외워야 한다면, 그 용어를 쪼개고, 비틀고, 변형시켜라. 그래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유사한 단어로 바꿔라. 그 후에 그 단어와 결합되어야 할 정보를 하나로 묶어서 이미지를 만들어라. 그러면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 -185


가장 흥미롭고, 가장 궁금했고,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암기법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 암기법을 제시한다. 20초 동안 바라보기, 덩어리 암기법, 어휘변형법같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명칭들이 좀 생소하지만, 설명을 보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쓰는 방법들이 많았다.


성적은 아는 것이 많다고 오르는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을 확실히 알 때 오르는 것이다.-230

진도가 많이 나가야, 푸는 문제 수가 많아야 성적이 오르는 것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이란 모르는 것을 알아야 오르는 것이다.-236


아는 것이 많다고 공부를 잘 하거나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것을 확실히 알 때나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 성적이 오르고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나는 아는 것은 넓고 얇게 있지만 그 중 확실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다 정확하고, 넓기보다 깊은 지식을 채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방학이 없는 어른이다. 그러나 수업을 듣지 않기에 매일 자율학습을 해야하는 어른이다. 방학 아닌 방학을 내게 적용해서 보다 알찬 인생을 살아야 겠다.


공부를 마치면 1.교재를 펼치고, 2. 목차를 보면서, 3. 관련 내용을 떠올려라.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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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냐옹 - 혼자서도 잘 견디고 싶은 나를 위한 따뜻한 말들
최미애 글.그림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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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루이의 버스여행>의 저자의 새 책이며, 출간 전에 네이버에서 연재하여 화제가 된 작품이라는 말에 책을 받기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행복하냐옹이라는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 캐릭터와 어울리는 제목이 계속 맴돈다. 행복하냐옹? 계속해서 다른이에게 묻게 되고, 나에게 묻게 되는 말이다.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빼곡하게 적어놓은 위시 리스트를 해치워야 하기 때문에 정작 나만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잠깐, 지금이라도 주변을 둘러보도록 해요. 우리가 잊고 지나온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ㅡ008 

작가의 말에서부터 나는 힐링을 받았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빽빽하게 채워놓은 위시리스트, 바쁜 삶, 정신 없는 매일... 그런 매일 가운데 이 책이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가 되었고, 뒤를 돌아 볼 수있는 순간들이 되었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되어 있다. 연예를 하고 픈, 지금 설레고 싶은 나를 위한 말들/헤어져도 잘 살 수 있게끔 하는, 혼자서도 잘 견디고 싶은 나를 위한 말들/삶에 지친 나에게, 오늘 내 마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혼자여도 괜찮아, 오늘 내 마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 나는 지금 혼자여서 그런지, 아니면 삶에 지쳐서 그런지... 2장과 4장이 아주 좋았다.

예전엔 몰랐던 것들.
"변할 수 있는 내 마음"
"변할 수 있는 네 마음"ㅡ073


이별 후에 알게 된 것

커피 안에 넣은 과자는 어떻게 될까.
흐물흐물해진 과자는 커피 속에서 걸쭉해지겠지.

이런 맛, 나는 싫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겠지.


헤어진 뒤에 알게 된 것 하나,
내 생각처럼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ㅡ117

 

이 책의 장점중 하나는 여백이 많고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보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강한 울림이 있는 말들이 내 가슴을 때린다. 어쩌면 조금은 특별한, 어쩌면 조금은 평범한 말들이 이렇게 내 가슴을 울릴 줄이야.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도 좋았지만, 실린 글 하나 하나가 나에게 행복해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이따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작가님이 쓴 글에서 나를 발견할 때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위로가 되었다. 아, 커피가 쓸 때가 있는 건 나만이 아니구나. 내 사랑만 변한 건 아니구나. 이런 사소한 동질감에서 받은 위로들이 오히려 더 잔잔하게 와 닿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참 매력있었던 것은 역시 이 고양이이다.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이 고양이 캐릭터. 특히 바로 위의 이 사진은 내 카톡 프사로 임명되었다. 아 진짜 가끔은, 아니 꽤나 자주... 아.무.것.도.안.하.고.싶.다.....

불가능은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에는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다만 실수가 있을 뿐이에요. ㅡ130

생각이 복잡해지는 날,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지만,

결론은 늘 그래요.


하루를 잘 살자. ㅡ147

이제 나도 시간처럼
느긋하고 자연스러운 기다림을 알고 싶어요.ㅡ217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지만...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일을 나가고, 공부를 하고, 운동도 하고.. 나름 열심히 살아간다. 부장님한테도 깨지고, 옆자리 대리한테도 구박을 받지만... 결론은 저자와 같이 늘 '하루를 잘 살자!'로 끝나는 것 같다.

 

'하루를 잘 살자' 나는 잘 될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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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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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우리 부모님들의 학생 시절은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이 책을 폈다. 머저리 클럽이라는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웃긴 클럽의 6명은 같은 학교의 동창들이다. 다섯은 원래 친했고, 나중에 핵심멤버가 된 영민이와 친해지면서 머저리 클럽이 되었다. 

 

 

우리와는 다른, 비록 지저분하고 교복 팔꿈치가 때어 절어 반들거시고 있지만 분방한 자유가 충만해 있었다. 그는 우리와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일껍질 속에 갇힌 물기 많은 우리는 그 과피를 벗겨버리면 사과처럼 변색해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 녀석은 방금 밀림에서 뛰어나온 것 같은 싱싱한 원시의 냄새를 피우면러 낄낄거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유난히 손등에 사마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영민이는 우리를 사로잡고 만 것이다. ㅡ46

 

박영민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머저리다. 그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ㅡ52


전학생인 영민이. 영민이는 화자인 동순이가 보기에 뭔가 자신들과는 달라 보이는 녀석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다. 얻어맞기만 하면서도 계속해서 결투를 걸고, 비열한 것을 잘 보지 못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머저리라고 명명하는 것에서 그가 비범함을 느꼈다.

 솔직히 머저리들은 자신들이 머저리인 줄 모르는 법인데, 그는 자신이 머저리인 줄 알고 그것을 명명했으니 적어도 머저리보단 한 수 위가 아닐까. 뭐 말장난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얘, 사랑이라는 것은 털어놓는 것이 아니야. 감싸주고 서로 은밀한 것이 사랑이야."ㅡ111

"내게 얘기를 하고 나면 필시 기분이 공허해질 거야. 사랑 얘기는 그래서 남에게 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 체액으로 녹여야 되거든, 얘, 너 진주가 어떻게 생기는 줄 아니? 진주조개가 따로 있는 게 아냐. 그저 입을 벌려 호흡을 하다가 모래 같은 물건을 마시면 그것을 뱉지 않고 자기 부드러운 속살로 싸서 만든단다. 뱉어버리거나 피해버리면 진주를 잉태할 수 없지. 그리고 아주 오래 수십 년 동안 자기의 채액, 고통, 쓰라림, 아픔으로 그 진주를 녹여. 그러면 찬란한 진주가 생기지."-115-6


보고싶다거나 만나고 싶다는 그런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지고 말았다는 패배감 같은 것이었다. 영민이에게, 아니면 소림이에게 지고 말았다는 열등감 같은 것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다. 빈 시간이면 책을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145

 

이 소설에는 평범한 '그 시대'의 고등학생들을 보여준다. 조금은 반항적이지만 뭔가 비범한 영민이, 평탄하게 범생이로 살아온 화자 동순이, 그리고 활발한 문수, 유도부로 힘 센 동혁이, 그리고 영구와 철수. 이 악동 여섯은 머저리클럽으로 움직이면서 먹튀하다가 걸려서 부모님을 학교에 오게도 하고, 사랑에 빠져서 평소 안 하던 짓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 시대의 사랑은 뭔가 더 순수한 것만 같다. 현재와 별반다르지 않으면서도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순수함이 그 안에 있었다. 사랑이야기와 진주와의 상관관계도 무척 새로웠다. 사랑을, 짝사랑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을 거야. 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거야. 난 세월이 지나간다 해도 우리의 일들,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감정 모두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야. 설사 어른들이야 늘, 너희 나이 땐 모른단다, 좀 더 나이를 먹어 봐야 한단다, 그런 말을 하지만 난 우리 때의 이것이 가장 소중한 것으로 믿고 싶어." -149

 

아아, 나는 어쩌면 시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람이 솔잎 사이로 스쳐 지나가면서 부드러운 풀의 노래를 엮어나갈 때 퍼뜩퍼뜩 느껴지는 가슴 벅찬 희열이었다.-163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소설에서 시인은 동순이다. 책을 읽다보면(조금 과장해서) 내가 소설을 읽는 건가 시집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동순이가 시를 쓸 뿐 아니라 국내외 시인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는 시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열여덟살 나이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나는 내가 지금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았다. -239

 

나는 내 자신이 보이지 않는 무위의 시간에서 움썩움썩 자라온 모습을 보았다. 나는 지난 겨울보다 성장했다. 하루하루의 달력을 찢어가며 나는 보이지 않는 눈금 위에서 상승하였다. -272

정말이지 우리는 한눈을 팔 시간조타 박탈당하고 말았던 것이다.-289

 

우리들의 시대는 가고 있다. 어수선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좇기듯이 사라지고 있다.-383

우리는 마치 애어른 같은 모습으로 멍하니 창밖에 내리는, 아니 가슴으로 내리는 비를 쳐다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학력고사, 졸업식, 입시, 그러면 우리는 마음대로 다방에 다고, 담배도 피우고, 영화관에도 가는 어른의 시대를 맞이한다. 아아,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마치 tv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재현시키듯 우리 자신들의 빛나는 과거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384

 

열여덟살... 고1에 동순은 영민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고3 그들이 졸업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다는 기대감과 두려움에, 그리고 사라져가는 시간에 두려워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특히 우리들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말에 안타까움 조금과 어이없음 조금이 생겼다. 정말 애어른인 것 같다. 겨우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그들의 기대가 가버렸다면, 앞으로 대학생, 직장인.. 퇴직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한 편으로 우리의 모두의 시대가 하루하루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시대가, 우리의 시간이... 오늘도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길을 깨끗이 돌아보아야 한다. 이사를 가면서 살던 집을 청소해주어야 하듯 우리는 떠나갈 때 앉은 자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혹 떨어뜨린 것이 없는지, 인사는 빼놓지 않고 드렸는지, 돌아보고 그리고 우리는 깨끗하게 떠나야 한다. -404

 

그래, 좋은 친구가 되고말고. 우리의 시대에 우리가 만났던 손꼽아 몇 명 안 되는 우리의 친구들. 그 모두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말고. -435

 

 읽으면서 내 추억 아닌 추억을 맛봤다. 1988을 보면서 태어나지도 않은 그때를 추억하곤 하는 것과 비슷한 맛이 있었다. 이 책은 응답하라 1970정도랄까? 정말 드라마가 나오면 이런 내용이 나올 것 같다. '나'의 시대가 아니었기에 그 시절이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런 매체들을 통해서 그 추억을 맛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또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추억 아닌 추억을 들여다 보면서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하나됨을 느꼈다. 40년 전에도 오늘에도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그 모습은 조금은 다르긴 해도 다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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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분 심리게임 - 나를 알고 상대를 꿰뚫는 하루 1분 게임 시리즈
YM기획 엮음, 이재진 감수 / 베프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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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분 심리게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항상 이길 수 있다는, 삼국지의 그 유명한 책략가 제갈공명의 말이다.

하루 1분을 투자해서,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또 재미까지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여기 한 권의 책에 답이 있었다.


이 책에는 총 52주치의 문제가 있다.

각 문제는 단순한 편이며 매일 하나 이상의 문제들이 준비되어 있다.

문제페이지에서 한 두장을 넘기면 답이 준비 되어 있어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심리게임을 무척 좋아해서 잡지들을 모아서 빠지지 않고 이런 걸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모든 결과가 나와 정확히 들어 맞지는 않기 때문에, 반쯤은 재미로 그리고 반쯤은 진짜 진지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이 신빙성이 얼마나 있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할 때 '내 생각'을 하고, '나'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솔직히 질문에 대한 해답보다 중요한 것 같다. 해답을 통해 알게 되는 나의 모습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에 대한 '나'의 생각 아닐까?

 하루에 1분 정도라도 '나'를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지 생각해 봤을 때 좀 반성이 되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시대는 개성의 시대다. 비단 제갈공명뿐 아니라 우리 역시 상대를 알고 나를 알 때, 질 수 없는 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게 있는데, 바로 이 생활 속 심리게임이다. 총 2개 밖에 되지 않지만, 내용이 아주 재밌었다. 나는 둘 중 상품이름을 숫자로 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다. 어떻게 보면 심리 마케팅일수도 있겠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새로워졌다. 작은 숫자들조차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그리고 사소한 많은 것들이 합쳐 '내'가 될 수있다는 것을 심리게임들을 통해 느꼈다.

 아직 52주를 다 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적은 시간이라도 투자하여 내가 '나'를 알고자 할 때, 어느 순간 '나'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고 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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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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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을 읽기 전에 책 소개에 있던  “사랑은 실패할지 몰라도, 인생은 실패할 리 없어. 내가 너를, 나를 네가 구해줄 테니까.”라는 문장이 가슴이 와 닿았다.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는 실패한 몇 사람들이 나온다. 결혼 생활에 실패한 포샤, 교사 생활에 실패한 선생님, 버리는 것에 실패한 엄마, 사는 걸 실패한 친구까지... 많은 실패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이 책은 결코 어둡다고만은 할 수 없다. 책 내내 유쾌한 분위기가 맴돌며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도 변할 수 있다.
나도 항상 되고 싶었던 그런 여자가 될 수 있다.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ㅡ15


왜 오늘 밤 탈출했냐고? 어느 날 썩은 나뭇가지가 쿵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데 무슨 이유가 있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여자들에게도. 그리고 나는 용감하게 취했다. ㅡ40


 섹스 중독증에 걸린 포르노 영화감독인 남편이 십대의 소녀와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한 포샤 케인은 남편의 거시기를 갈기고(?) 그 길로 남편의 집을 나와 고향으로 돌아 온다. 잘 버는 남편 덕에 가난한 생활은 벗어났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에, 결국 그녀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변화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집착을 가진 엄마의 집으로 돌아 오게 된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무서워 하고, 무언가를 버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하는 그녀의 엄마이지만,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다이어트 콜라를 사다 놓는 모습에 엄마는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중에서 고통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아무 일도 안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오래전에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야. 그 말이 맞았어."ㅡ41


나는 엄마의 인생이 내 인생보다 더 엉망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 했다. ㅡ70
 
나는 엄마가 이 세상에 내 놓은 단 하나의 작품이었다. 불쌍한 엄마. 엄마가 지금까지 살면서 존재론적인 위기를 겪지 않은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ㅡ73


그런 식의 끝도 없는 집착과 광기 때문에 엄마는 자신만의 모험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자신을 둘러싼 쓰레기 더미 외에 인생의다른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ㅡ74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무 조건 없이 날 사랑해주는 사람인 엄마, 그건 아마도 엄마가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엄만 정말 날 사랑한다. 그것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고한 사실이다. ㅡ78


포샤 케인 박물관은 좀 인상 깊었다. 아기 때부터의 그녀의 모든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란... 뭔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엄마 같았다. 비우는 삶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 한다. 버리는 것이 깔끔하고 좋은 면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모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역시 선생님과 고향에 돌아오자 만난 친구 였다. 미혼모의 몸으로 아들을 키우는, 처음에는 밝아 보였지만 그녀의 안에도 실패는 있었고 어둠이 존재했다. 포샤와 칙이 만나게 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이자 이야기만 들어도 '나도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멋진 선생님이었지만,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온몸의 뼈가 부스러져 교직에서 물러나 쩔뚝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버논 선생님. 사건이 있은 후 암울한 숲에서 '카뮈'라 이름 붙인 강아지 한 마리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너희 중 많은 학생이 남의 의견에 따라가는 사람이 될 거라고 나는 알고 있다. 테스트란 말에 몸을 사리는 무리 속의 사람들. 무슨 말을 하거나 뭔가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 눈치부터 보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너희들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있어, 얘들아, 자유로워 질 시간. 파블로프에게 너희는 개가 아니라고 말할 시간이 있다고. 자유로워지고 싶니? 그러니?"-106


대신 나는 너희들에게 모험을 권할거야. 길모퉁이를 돌아가면 뭐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니? 한 가지는 약속하마. 지루하진 않을 거야. ㅡ107


이건 운명이다.
필연이 계속되는 망할 놈의 그리스 희극 같은 것.
난 지금 그 운명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ㅡ155


알베르 카뮈와 내가 보내는 하루의 최고이자 최악인 점은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히 많다는 것이다. 시간이 무한히 많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좋게 들릴지 몰라도, 실제로는 거시기를 세게 차이는 것과 같을 수 있다. ㅡ166


버논 선생님과 카뮈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죽음에 대한 미화였다. 버논 선생님은 죽음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고, 카뮈와 같이 자살하기로 하지만 카뮈는 낙사로 마치 자살처럼 죽게 된다. 자살한 작가 카뮈의 이름을 개에게 붙이고, 죽음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은 버논 선생님이 문학을 사랑하는 걸 넘어서 조금 미쳐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하긴 믿던 학생에게 온 몸이 바스러지도록 맞고 교직에서 나오게 된 선생이 긍정적일 수 있겠냐마는 말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우연적인 요소들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수녀가 버논 선생님의 엄마라던가, 기르던 강아지가 자살하고 자신도 자살하기 위해 시도하던 그 때 포샤가 나타난다든지..하는 많은 우연적인 요소들이 글을 조금은 신빙성이 떨어지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매우 잘 읽혔고, 재미있었다.

 글 전반을 한 화자가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닌, 포샤/버논/매브수녀/척 이 네 인물이 각 장을 맡아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새로웠다. 각기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로 인해 글이 끊긴다기 보다는 독자가 서로의 연관성과 글의 이어짐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각각의 이야기가 다 읽고 나면 하나로 연결 된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빌어먹을, 그녀는 너무나 희망에 차 있었기 때문에 나는 죽고 싶었다. ㅡ257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과거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꿈을 포기했던 바로 그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어. 이건 마치 누군가가 우리 부엌에서 소금을 한 줌씩 훔쳐가는 것과 같아. 몇 달 동안은 눈치도 못 채다가, 어느 날 소금이 줄어든 걸 봤을 때도 여전히 소금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러나 어느 순간 앗, 소금이 바닥난 거야."ㅡ383
 

나는 이 책이 실패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다시 딛고 일어나는 것을 말하고 있고, 죽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여전히 살아있음으로 인해 변할 수 있고, 좌절한 그 가운데 늘 빛은 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한 번도 좌절하지 않은 인간이 인간일까? 나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금수저도 크든 작든 한 번 이상은 실패할 것이다. '넘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넘어진 게, 그 상처가, 그 좌절이 힘들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일어날 수 없을 때,  내밀어진 손들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넘어졌을 때 날 잡아 줬던 손에게 이제는 내가 손을 내밀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다. 나도 내게 내밀어졌던 손들에 내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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