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아무 일 없듯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가와이 하야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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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많은 때 왈칵 눈물과 함께 마음이 쏟아지는 날들이 있었다.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날. 이 책을 처음 만난 날도 그런 날이었다. 처음엔 제목에 끌렸다. 제목이 어찌나 가슴에 와닿는지.. 그 제목만으로도 내 마음을 울렸다.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전에 산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좋든 싫든 살고 있는 것이다. ㅡ13

괜찮지 않은 날도 아무 일 없듯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ㅡ14

고민하고 괴롭고 마음이 흔들릴 때, 머릿속을 꽉 채울 정도로 마음들이 쏟아질 때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아주 강렬한 의문이 밀어닥칩니다.ㅡ46

'별것도 아닌 시시한 일에 마음을 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곱게 접어버리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을 버티고 있으니까요. ㅡ47

정답이 없어서 인생이 더욱 재밌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다들 '정답'이 어느 쪽인지 찾으려다 결국에 '나'를 잃어버립니다. '어땋게 사는 것이 정답인가'하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 아닙니다. ㅡ49

평생 꾸준히 80점 인생을 살았는데, '나는 왜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100점을 맞아야 될 때,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ㅡ59


 이 책은 가와이 하야오라는 심리학자의 말을 모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멘토인 사람이자 융심리학자인 그가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폈다. 이 책은 7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ㅡ너ㅡ배우자ㅡ아이ㅡ비밀ㅡ꿈ㅡ 듣기' 특히 아이들에 대해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봐도 참 좋을 것 같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명언이 떠올랐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정답이 아닌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라고 말하는 이 말마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든 날도 있는게 인생이라는 것을, 너만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참 좋았다.


'이해한다' 또는 '이해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는 길을 가다 뭉칫돈을 발견하는 확률 못지않게 매우 드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더불어 상대방을 먼저 헤아리지 않으며 안 됩니다. 적어도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자기 이해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받고 싶다면 역시 상대를 사랑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ㅡ25

우리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럴 때는 지금의 상태를 탓하지 말고, 자신을 먼저 돌아보며 평온한 일상과 마주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ㅡ28

실제로 삶이란 엉킨 실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한데 뒤섞인 실을 풀려고 할 때, 조바심을 내고 그 안에서 실 하나를 억지로 빼내려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실은 점점 더 꼬여버립니다. ㅡ32

어떤 일이든 조금씩 살살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나중에는 눈 깜짝할 새에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날뛰는 마음을 끌어안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ㅡ33


 이 책은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너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넘어간다. 네가 이해받고 싶다면, 너도 남을 이해해야 한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말하는데 왜 이렇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왜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잃어냐냐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도 다른 사람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나 자신의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간단하고도 당연한 사실이 왜 그때는 당연하지 못했는지.

 

 

 

 

'나ㅡ너ㅡ배우자ㅡ아이ㅡ비밀ㅡ꿈ㅡ 듣기' 이 7가지의 주제로 고민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나도 중요하고 너도 중요하고 우리로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 열매가 생기고... 그 관계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고민 아닐까.


 이 7가지 소제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듣기'였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기 원한다면, 내 귀가 먼저 뚫려 있어야 한다는 그 말은 참 당연한 건데... 너무 많은 때 잊고 사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같이 공유하고 싶다. "마음은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말은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맘이 이렇고, 너의 마음이 이럴지.. 새해엔 내 귀도 조금 더 열고, 마음도 조금 더 열고.... 더 듣고 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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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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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의 첫인상은 깍쟁이 할머니였다. 핑크 배경에 언뜻 호기심이 많아 보이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라서 진짜 궁금했다. 책을 보기 전부터 이 귀여운 할머니가 어떤 분일지 정말 궁금했다.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하지만 교양인이라면 커트러리 서랍을 커트러리 서랍에 맞지 않는 이상한 순서로 정리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지 않은가. ㅡ11


  그런데 솔직히 책의 초반에 보인 그녀는 첫인상을 넘어서는 할머니였다. 청소와 삶에 살짝의 강박마저 보이는 이 할머니는 세상에 마치 첫발을 디딘 사람처럼 보였다.


  브릿마리는 그녀의 주소지와 정체를 확실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종이를 빤히 바라본다. 요즘은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인간으로 살 수 있다. 어처구니없이 많은 행정절차를 밟아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ㅡ15

  브릿마리는 그 단어를 자주 쓴다. "하" '하하'의 '하'가 아니라 아주 실망한 투로 '아하'라고 할 때의 '하'다. 욕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젖은 수건이 보일 때 내뱉는 '아하'말이다. "하." 브릿마리는 이 말을 할 때마다 곧장 입을 굳게 다문다. 그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ㅡ21

  하지만 젊은 남자는 이미 다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ㅡ33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 변했던 것은 그녀의 속마음이 하나둘 들리면서 였던 것 같다. 까칠하고, 강박관념에, 리스트에 집착하는 할머니가 고독사의 두려움에 빠진 '그냥' 할머니라는 것을 알자 측은함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순간순간 많은 사건들을 통해 툭툭 흘러 나온다. 처음엔 세상 모르고 철없는데 상태까지 안 좋아보였던 할머니가 점점 좋아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이 책의 마무리가 어떻게 끝날까하는 기대로 책을 못놨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이 브릿마리가 공을 차는 이 부분인 것 같다. 뭔가로 비어서 핸드백을 세게 쥐거나 서랍정리에 집착하거나 청소에 집착했던 여기서부터 깨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는 공을 차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니... 그녀의 자존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아래에 나온다. 축구를 싫어하던 그녀가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여기 있다고 말하는 브릿마리를 보면서 나도 내가 여기 있다고 외칠 뻔 했다.

 

 

이 책에는 많은 요소들이 나오지만, 난 이 책의 주제와 제목은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여기 있다'는 그 말의 가장 큰 의미는 자존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소설에서 나온 가장 어려운 단어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가 아닐까 싶다. 생리적욕구에서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 이 책은 이 욕구 5단계의 순서로 이어지는 내용인 것 같다. 

  브릿마리는 자존감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 같았다. 어려서는 죽은 언니와 매일 비교를 당했고, 커서는 남친이 바람둥이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본처가 있는 남자였고, 심지어 그 본처의 아이까지 키웠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다 커서 이제 연락도, 만나러 오지도 않는다. 남편이란 사람은 사업가인데 브릿마리에게 사회성이 떨어진다며 집안에 있기를 원한다. 결국 브릿마리는 예순 나이먹도록 사회 생활이라고는 해보지 못한 채 청소와 삶에 약간의 강박이 있는 이제는 시들일만 남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나는 처음에 브릿마리를 이해할 수 없었고, 뱅크를 이해할 수 없었고, 새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사연이 없는 무덤이 없다는 걸 보면서 느꼈다. 나는 책을 덮으면서 뱅크를 이해했고, 새미를 이해했고, 스벤을 이해했고, 그리고 브릿마리를 이해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나날을 보면서 아, 이래서 그녀가 그런 말을 했구나. 아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아 그래서 이런 사람이 되었구나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보고 아직 못 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는 책이 정말 궁금해졌다. 맨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에서 할.미.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서 브릿마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그 책을 보고 이 책을 봤다면 브릿마리에 대한 느낌이 또 달라졌을까 싶다.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고, 직업도 없는... 그래서 죽어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그 말이 너무나 슬프게 들렸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에 대한 말이 많아서 다른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았다. 거기에 경찰과 사회복지사 등이 우리나라와 겹쳤다.

 

  어느 나이쯤 되면 인간의 자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ㅡ381

  "이렇게 쓰레기 천지인데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브릿마리씨?" "뭔데요?" "우리 어머니가 평생 사회복지 쪽에서 일을 하셨거든요. 그 쓰레기들 한복판에서, 그게 가장 두툼히 쌓인 곳에서 눈부신 이야기가 탄생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모든 게 보람을 갖게 된다고요." 그녀는 미소와 함께 그다음 문장을 전한다. "브릿마리 씨가 저의 눈부신 이야기에요."ㅡ404

 

 이 글을 읽으면서 흔히 꼰대라고 불리는 분들이나 이해할 수 없었던 머리가 꽉 막힌 말도 안 된다고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드라마가 없는 사람이 없다는 진리를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느꼈다. 역시 다음 책이 정말 기대되는 작가다. 새 책이 나올 때까지 못 본 할.미.전을 보면서 또 다른 사연들을 들여다보며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주위를 둘러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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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2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2
퍼엉 글.그림 / 예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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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애정하는 드라마 W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달달함의 종합체로 나오는 책이 있다. 바로 퍼엉님의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라는 책이다. 극 중 달달한 걸 좋아한다는 현주의 말에 직원들이 추천해 줬다며 이 책의 내용을 따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이 장을 보고, 신발끈을 묶어주고, 머리를 묶어주고... 요리해주고. 그런 달달한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가 2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정말 설렘 한가득이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일상 속의 모습들이 책 제목처럼 정말 편안하고, 사랑스럽다. 유명세(?)대로 달달함이 가득한 이 책 가운데 내가 가장 달달하다고 느낀 건.. 잠이었다. 이불 속에서 서로 장난치고, 낮잠을 자고, 팔베개하고 자고, 무릎베개하고 자고.... 잠든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피곤해서 누워 있는 연인에게 잠깨라고 커피 한 잔 주는... 이런 소소함이 얼마나 달달한지.

 

 

퍼엉님은 w 드라마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그 그림들을 보면서 팬이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더 팬이 되었다. 그림도 정말 좋지만, 옆에 있는 글들도 어쩜 그리 사랑스러운지! 기술이 부족해 둘은 한 사진에 담을 수 없어서 유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잠들어 있던,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에 혼자인게 너무 편해져 버려서 굳이 연애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유리문키스와 쇼파와 남친 사이에 앉기, 그리고 남친과 그런 자세로 영화보고 싶어서라도 연애를 해야겠다. 솔직히 이 책을 나보다는 연애를 하고 있는 언니, 오빠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루만 빌려달라고 어찌나 부탁을 하는지... 아... 너무 부러웠다.

 

달달함이 부족한, 팍팍한 현실에 연애고 뭐고 그저 쓰러져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이 책을 보면, 달달함 한 조각에 웃고 있는 날 볼 수 있지 않을까.... 연애를 하고 싶은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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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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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광기를 보여주면서도 과연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제목대로 모나리자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설의 전개는 다양한 장소에서 전개가 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계 곳곳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한 가지 '아름다움', '황금비율'과 관련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인위적 소행임을 밝힌다.


 먼저 멕시코 아카풀코에서는 '미스 아메리카'들이 납치되었고, 보스턴에서는 '헬렌'이라는 신경미학자의 뇌문제가 발각 된다. 샌안토니오에서는 매들린이라는 소녀가 담당의에게 살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바르샤바에서는 파트리크 바이시라는 사람의 아버지 파벨 바이시가 8주 전 실종되어 걱정하고 있었고...1500년경의 피렌체에서는 레오나르도와 살라이, 파치올리, 로 스트라니에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상파울로에서는 벌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책 날개에 있는 주인공들의 소개이다. 이 복잡한 이야기는 마치 잘 짜여진 그물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의 전개가 우리를 한 곳으로 몰고간다. 미스 아메리카를 납치하고 그들을 흉측하게 성형시키는 일이나 황금비율을 가진 벌들을 떼죽음 시키는 일이나 아름다움의 상징인 모나리자를 다 없애거나 소유하려는 일은 각개의 일들처럼 보인다. 이 책에는 두 천재가 나오고, 두 명의 신비한 인물이 나오며, 두 명의 상처입은 주인공들이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파벨 바이시라는 두 천재는 아름다움에 대한 광기를 보인다. 다빈치는 아름다움에 미쳤고, 파벨은 아름다움을 없애는 것에 미쳤다. 두 신비한 인물은 '로 스트라니에로'와 '어떤 신사'이다. 두 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나오지 않는다. 읽는 동안 나는 마치 이 두 인물이 동일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상황은 나오지 않으니, 독자인 나의 추측일 뿐이다. 두 상처입은 주인공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헬렌과 밀너이다. 어려서 모델을 했지만 임신하자 마치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가 되어 미혼모로 딸을 낳아야 했던 헬렌의 딸은 거식증에 걸렸고, 본인은 신경미학자로 성공했지만 뇌졸중에 걸렸다. 밀너는 FBI지만, 브라질에서 인질극에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총기사용으로 인해 인질은 구했지만, 직장 상사에게 구박받고 턱을 부상당해 약을 먹는 인물이다. 정의감도 투철하고 눈치와 상황추리력, 결단도 빠르지만... 좀 손해보는 성격인 것 같다.


FBI국장이 밀너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건 분명 흔한 일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이 공격당했다. 그리고 밀너는 지금 벌들을 구하기 위해 브라질 남부에 갇혀 있었다. ㅡ127

인생이 신기한 우연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밀너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드문 일이라 해도, 어떤 사건을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한 채 넘기기에는 그 반대의 경험도 너무 많았다. 다양한 사건이 지닌 공통점의 인과관계를 짚어보지 않은 채 그저 우연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분명 성급한 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우연에는 그 이유가 있고 연관성이 있다. ㅡ139

"인간은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요. 허리케인 카트리나, 린다 감자, 핼리 혜성, 그래니 스미스라는 사과 이름도 있고. 이름이 없으면 감탄 할 수도, 두려워 할 수도, 싸울 수도 없지요. 그래서 이 괴물 바이러스를 우리는 모나리자 바이러스라고 불러요." ㅡ197


 이 소설에서는 정말 '모나리자 바이러스'가 나온다. 모든 황금비율을 깨트려 괴물같은 형상을 만드는 바이러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파벨 그 자체가 '모나리자 바이러스'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고였지만 본인의 추해진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일까?



여자의 뒤로 조깅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행복에 겨워 조깅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격렬한 조깅이 엔드로핀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중독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얼굴을 향한 광기. 아름다운 몸매를 향한 광기. 피트니스에 대한 광기. 최근 멕시코 납치 사건 이후 밀너는 이 모든 것을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ㅡ218

"마음에 드는 말이군요, 모건 부인. 관점이라는 것은 언제나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이고요. 아름다움이란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 뭐죠, 모건부인?" ㅡ281

얼마나 악한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선한 것을 이루겠다는 명목 아래 말이다. 악이 없이는 선이 존재할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남자가 선과 악 중에 어느 쪽에서 싸우고 있는지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겠지만. ㅡ308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객관적인 아름다움이란 존재하는가 이다. 아름다움은 일견 객관적인 것 같지만, 모두가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관적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황금비율은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말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합쳐서 '황금의 비율'을 완성하면 그 누가 보더라도 그것을 아름다울 것인가. 이 소설에는 사고로 흉측해진 파벨과 거식증에 걸린 매들린과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밀너가 나온다. 그리고 아름다웠지만 그로 인해 불행해질 뻔한 헬렌과 매들린이 나온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양날의 검 같다. 아름다움으로 인해 추앙받지만, 반면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탐하는 이들에게 당하기 쉬운....

 또 다른 하나는 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였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로 인해 뉴스에서도 잡지에서도 얼굴이 괴물과 같은 형상으로 변하고, 황금비율을 가진 건물들을 파괴하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서 다빈치나 파벨은 황금비율에 집착한다. 그런데 나는 과연 황금비율만이 아름다움인가 싶다. 과연 무정형에는 아름다움이 없는 것일까? 추함에서는 정말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성형과 미의식, 그리고 거식증에 대한 이야기는 '미'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일 뿐 아니라, 이 책을 관통하는 세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것을 위해 몸에 칼을 대고,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을 오히려 추구하는 세대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화두를 던지는 소설 같다.


P.S. 꿀벌에 대해서 꿀벌이 멸종하면 몇 년내로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꿀벌들이 죽고 있는데... 이 소설의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니었지만 전자파와 많은 것들이 이유라고 한다. 이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꿀벌들을 보호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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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컬러링북
C. S. 루이스 글,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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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는 판타지 소설이다. 학창 시절 참 좋아했던 소설인데다가 영화도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이번엔 컬러링북이라니... 책을 받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과연 소설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그리고 스토리와 주인공들을 어떻게 녹여냈을까 궁금했다.

 

소설이나 영화를 기본으로 한 컬러링북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소설의 팬덤을 이용한 상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직접 컬러링을 하면서 생각이 변했다. 컬러링 자체가 사람을 힐링 시키는데, 하나 하나 색칠 해 나갈 때마다 소설의 스토리나 추억들이 떠올랐다. 색감이나 칠한 게 썩 잘 한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색칠 하는 것 자체로 계속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다. 첫페이지의 사자 역시 그랬다. 
 

 

컬러링의 대부분에 문자가 있었다. 그리고 표지의 하단에는 한글로 번역하여,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나는 위의 사진에서 글은 보라색으로 칠하고, 새는 붉은 색, 과일은 주황과 노랑으로 채웠다. 일부러 반만 칠했는데. 여백의 미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이 켄타우로스이다. 그래서 인지 이 부분을 컬러링 할 때 기분이 무척 좋았다. 새하얀 설원에 켄타우로스와 소녀. 흰눈이 배경인 것도, 숲인 것도, 서로 다른 종족이 서로 배려하며 걸어가는 것도 참 좋다. 컬러링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컬러링은 킬링 타임용으로 아주 좋을 뿐 아니라 힐링 타임용으로도 아주 좋다. 힐링도 되면서 추억에도 젖으면서... 다시금 책에 빠져보는 것도 참 좋다. 그냥 꽃이나 그런 걸 컬러링하는 것도 좋지만, 소설을 베이스로 한 컬러링을 하면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나니아 연대기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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