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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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은, 특히 서부의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의 스탠퍼드대학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의 풍성한 소스로부터 흥미롭고 그 자체만으로도 단편이 될 수 있는 흥미롭고 귀감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사례와 먹고 사는 문제와는 이미 작별한 지 오래되어서인지 인간의 온갖 사소하면서도 유의미한 심리와 행동에 대한 많은 실험 결과와 그 논문들로 글을 멋들어지게 참 잘 쓴다. 샘이 날 만큼 잘 써나간다. 책을 구상한 시점부터 악착같이 수집하고 정리하고 범죄 수사에서는 볼 수 있는 온갖 자료를 붙이고 실로 연결한 벽을 몇 개는 가지고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작가 노트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 같다. 오리지널스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라는 황금 성게 같은 딱지를 표지에 붙이고 있는데, 총 페이지가 513페이지이다. 하지만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레퍼런스 페이지가 100페이지에 달하고 고맙게도 영어로 가득해서 양심에 가책을 가지지 않고 훌쩍 건너뛸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 문맥 (Contexts)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고 있을까?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그렇다. 이렇게 밑줄을 많이 그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나는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책을 출퇴근하면서 오디오북 1.2배속으로 신나게 듣고, 내용이 휘발하기 전에 전자책으로 다시 한번 통독하면서 최대한 들은 내용 중 중요하거나 감명 깊은 부분을 밑줄 그었다. 예전에 속독법에 관심이 있어, 한참 속독법 때, 샌드위치 독서법이 흥미로웠다. 샌드위치처럼, 읽은 책을 뇌의 워밍업을 위해 읽고, 대상이 되는 책을 읽고 다시 마무리 체조하듯이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그러면 워밍업을 하면서 뇌가 속도가 붙어 어려운 책을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고, 책을 최소 두 번은 읽는다는 든든함이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고 전자책으로 통독하는 것도 어쨌든 동시에 2번 읽고 속도도 즐길 수 있어서 이 두꺼운 책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말이다.

오리지널스는 '안경을 인터넷으로 판다'에 대해 사람들은 안경을 착용해보고 사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모든 이의 부정적 반대를 깨고 성공한 와비파커와 CIA 내에서 정보 공유 위키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거센 반대를 깨고 인텔리피디아를 만들어 CIA의 정보 처리에 크게 기여한 메디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존에 전달하려는 내용에 관한 사례를 들고 끝나는 것과 다르게, 이 책은 하나의 사례를 주제별로 계속해서 다룬다. 각 장에서 앞에서 거론한 사례들을 그 장의 주제에 맞게 다시 끌어내서 더 심층 분석하거나 다른 각도 (view, perspective)로 바라본다. 장이 지날수록 사례가 추가되고 심지어 각 사례가 연결되거나 그룹화 (grouping) 되어서 나중에는 머릿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듯이 이 책의 무수하고 값진 내용이 폭발한다.

'오리지널'은 독창성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독창성이란,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말한다.
독창성은 창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내는 일이다. p23

책은 전반부는 독창성의 시작에 대해 다룬다.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을까? 그것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기시감이 아닌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는 미시감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독창성은 특별한 존재나 천재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평등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고, '질' (quality)의 산출물이 아닌 '양' (quantity)의 노고의 결과라고 격려한다. 초반에 개인이나 조직이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중후반부는 그것을 어떻게 실체화시키고 조직 내 구성원과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다룬다.
밑줄 그은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어쩌면 읽은 시간 보다 많이 걸릴 것 같다. 의미를 재분석하고 또 연결하고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순서대로 배치하고 상황별로 공간적으로 분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책은 사람 얼굴이 표지에 나오는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와는 격이 다르다. 그래서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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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20-08-23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경색을 형광으로 바꾸는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웃었더니 『오리지널스』가 더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0-08-23 11:41   좋아요 0 | URL
:-) 웃음 드렸다니 뿌듯합니다. 길게 썼는데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잘라님 이북 보시니 공감대가 더 생가는 것 같아요~ 구글 스토리도 그렇고 그런책들은 들고 다니면 어깨가 아프고 상해서 속 상한데 이북이라 좋아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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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와 아주 작은 양자 두 세계를 보는 '물리'의 이야기이다. 유명한 영화와 그에 맞춘 책들, 텔레비전의 교양프로로 마치 대중적인 교양이 된 듯한 양자와 다르게 흐르는 시간, 탄생의 빅뱅 등을 인문학자 같은 김상욱 교수님이 매우 흥미롭고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빅뱅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리의 정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두 질문에 과학은 답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양자역학도 이 세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고 힘으로 다르게 흐르는 여러 개의 시간도 과학은 아직 당황하고 황당해한다고 한다. 시간 가는 줄, 책장 넘기는 줄 모르게 읽으며 생각했다. 시공간의 기준 그리고 그 기준에 따른 측정은 인간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아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해하고 나면, 우리는 이미 우리의 존재를 초월하는 존재가 되어있을 것 같다.

과학자들은 죽음을 전기력으로 모인 원자들이 다시 흩어지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 대목을 보니, 그 흩어진 원자들이 다시 적절하게 모이면 인간이 되어 환생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 확률은 엔트로피 (복잡도)가 증가만 하듯이 아주 아주 낮을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무수한 환생을 해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했나 보다.

아주 놀라운 것은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 시간, 천체의 운동에 대해 사유한 것들이 현대의 과학에서 일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상대적인 시간과 뉴턴의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을 아인슈타인이 합쳤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고대 선조들은 현대의 과학이 끙끙거리는 것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깨우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창밖을 내다본다. 나의 이 사유하는 정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존재해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자꾸만 과거가 되고 다급하게 다가오는 미래와 잡을 수 없는 현재의 이 시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밤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저 사람도 나와 같겠지?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p207


인간은 '인지' 혁명이라는 첫 번째 혁명을 맞이해서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 등을 멸망시켰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정보를 교류 공유할 수 있어서 그랬다고 한 것 같다. 다른 동물과 다르게 호모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을 통해 과학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번째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해서 모여 살며 이 지식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을 것이다. 원시 시대부터 모든 현상을 신에게 돌리듯 종교가 세상을 보는 창이었는데, 어느 순간 인간은 '왜'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신이 노해서 번개가 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번개가 칠까? 그것이 과학혁명이고 도시가 탄생해서 현재까지 왔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은 최소한 지구상에서 어느 다른 생명체도 하지 않는 인간만이 가진 사유일 것이고, 그리고 과학은 신과 종교라는 창을 대체한 세상을 보는 태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또 의문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왜 이런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이해하려고 할까. 이 끝 없이 무한한 호기심을 왜 가지고 있을까? 소크라테스가 말하듯 인류의 모든 활동은 보존을 위한 것일까? 인류의 보존. 우리 인간의 종의 보존 방식일까?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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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0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이로운 건 인간이에요. 끊임없이 연구를 해도 알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전 시장의 자살 사건을 비롯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알 수 없는 건 인간이라는 존재... 그래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팁을 조금이라도 주는 소설에
매료되는가 봅니다.

초딩 2020-08-21 10:17   좋아요 1 | URL
네 ^^ 이간이 가장 경이롭고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맛에 고전에 빠져드는 것 같고요 ^^
페크님 언제나 행복한 하루되세요~

2020-08-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9-05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히 중간에 머물러서 창 밖을 내다보거나, 한숨 쉬면서 멍때리며 안쓰던 뇌(?)를 쓰는 기분으로 안내하는 책이지 않나요. 다정한 김상욱의 물리에 저도 반했답니다!!

초딩 2020-09-05 13:20   좋아요 0 | URL
비오는 창가에 한참을 서 있었어요 ㅎㅎㅎ
정말 고전이 아닌 이 물리책으로 심연에 빠질 수 있다니!!!
저도 무척 매려되었답니다 ㅎㅎㅎㅎ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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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님의 최근에 출간하신 '피은경의 톡톡 칼럼'이 오늘 도착했어요~


https://blog.aladin.co.kr/717964183/11921923


이웃님이 출간한 책이라 표지를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톡톡에 걸맞은 유쾌 발랄한 디자인이었어요. 기분이 좋아지는. 그리고 페크님의 칼럼을 읽어내려갔답니다. 일상의 수필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페크님이 글에서 인용하는 책과 작가, 철학자, 사상가에 압도되었답니다. 분명 페크님은 두툼하고 빼곡한 작가 수첩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생각을 전개할 때, 논문의 각주처럼 인용문과 아포리즘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도 좋은 제목이지만, '피은경과 떠나는 책 세상', '피은경의 책과 세상' 과 같은 제목도 걸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전방위 독서를 하시는 페크님 엄지 척입니다.


페크님의 출간에 축하 댓글을 달다가, 제가 페크님의 출간 알림 포스트로 북플에 엄청난 소통이 일어난다고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페크님의 출간 이후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요.

1. 페크님이 책 출간 포스팅을 합니다.

2. 사람들이 (저를 비롯해서) 축하의 댓글을 답니다.

3. 페크님이 댓글에 답변을 답니다.

4. 그리고 댓글을 단 사람들의 서재에 페크님도 댓글을 답니다. (평소보다 댓글을 좀 더 달았을 겁니다)

5. 페크님이 댓글을 달자, 사람들도 답글하고, 페크님의 서재 글을 좀 더 자세히 봅니다.

6. 여기에 관성이 붙어 페크님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좀 더 자세히 보고 댓글도 더 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7. 그리고 그 새로운 댓글을 평소보다 더 많이 받은 사람들도 반복해서 그 친구들에게 댓글을 답니다.


저는 북플 한 지 5년이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읽은 책을 정리했고, 그러다 북플에서 많은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읽는 분, 전 분야에 조예가 깊은 분, 주관이 뚜렷하신 분, 사진과 시를 사랑하시는 분, 다정한 일상을 공유하시고 그것으로 응원하시는 분, 아름다운 시를 매일 매일 쓰시는 분, 항상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분, 정말 다양하고 훌륭하고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읽고 포스팅을 하는 것도 벅차서 소통을 잘 못 하고, 이웃님들의 포스트도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이렇게 페크님의 출간을 통해 저 자신도 다른 분들께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계기를 갖게 되어서 '페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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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8-17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파이팅도 막강하시죠!
즐건 한주 되십시요!ㅎ

초딩 2020-08-17 23:05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엄청 나시죠 :-) ㅎㅎ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저는 맥주 두캔 정도 마시고 자야할 것 같습니다. 건배요~ ㅎㅎ

이뿐호빵 2020-08-17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분좋게 먼저 다가오셔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왠지 긍정 에너지가 넘치실 것 같은ㅎㅎ

초딩 2020-08-17 23:13   좋아요 1 | URL
^^ 제가 반갑습니다. 우연히 서재 구경갔다가 좋아하는 책들도 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필요한게 있어서 방금 컴퓨터에 설치했는데, 완료 메시지 옆에 500cc 맥주 잔 아이콘이 붙어 있네요 ㅎㅎㅎ
이뿐호빵님도 건배요~ ^^

페크(pek0501) 2020-08-20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리뷰까지 써 주시다니 감사합니당~~~ 좋은 밤 되세요. ^^

초딩 2020-08-21 10:16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제가 감사합니다. 좋은책 읽게 해주셔서.
 
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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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상욱 교수님의 저서를 비롯해 국내의 건축, 역사, 물리책에 푹 빠져있다. 물론 카를로 로벨리의 작고 비싸지만 환상적인 책들도 마찬가지다.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에 정말 크게 울림을 받아 교수님의 다른 책 중 전자책으로 출간된 것을 찾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추천 글을 지나 첫 1장의 첫 페이지 '하루'에 다음과 같은 문장은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불과 88일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수성에서는 해가 두 번 떴다 지기도 전에 연봉을 받게 된다. p15


하루는 행성의 자전으로 생기는 것을 설명하면서, 다른 행성들의 길거나 짧은 자전 주기를 비교해준다. 하지만, 저 문장은 힘들다. 수성의 공전 주기가 88일이니 1년이 88일이니 88일이 지나야 연봉을 받는 것은 알겠는데 왜 해가 두 번 떴다 지기도 전에 받는지는 저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이 문장과 반 페이지 떨어진 단락의 첫 문장인 다음 문장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루는 행성의 자전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의 1일, 즉 24시간을 기준으로 수성의 하루는 59일이다. p15


수성의 자전이 지구의 59일 정도이니 수성에서의 이틀은 118일로 수성의 공전주기 88일보다 길다. 반 페이지 정도이니 쉽게 추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첫 페이지 숫자들이 나오고 이제 책을 읽기 위해 워밍업을 하는 단계에서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문장의 88일은 분명 지구 기준 88일이어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을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긴 했는데, 답이 올지는 모르겠다.


"지구 기준으로 불과 88일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수성에서는 수성 자전 주기가 지구 기준 59일이기 때문에 해가 두 번 떴다 지기도 전에 연봉을 받게 된다." 가 명료할 것이다.


또한 같은 페이지의 아래 문장도 잘 못 된 것 같다.


"유럽으로 떠나는 날 우리는 8시간 정도를 벌게 된다. 정오에 출발한 비행기가 11시간 비행하여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시각은 당일 오후 3시가 되기 때문이다" p15


한국에서 정오 (12시) 에 11시간 비행해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 오후 3시가 된다고 했는데,

서울은 GMT+9이고 독일은 GMT+2로 7시간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정도 12시에 비행시간 11시간이 더해지면 23시가 되고, 독일은 7시간 전이기 때문에 16시가 되어 오후 4시이다. 그리고 독일이면 7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첫 페이지부터 의구심을 가지게 되어 첫 장이 힘들고, 그 뒤의 장들을 읽으면서도 계속 위키피디아를 찾게 되었다. 책의 제일 첫 장인만큼 조금 더 꼼꼼했으면 좋겠다.

교수님이 어느 텔레비전 프로에서 말한 것이 기억난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몇 가지 공리로 되어있고, 그 공리가 참일 때 완벽하다고, 그래서 그것을 수학적으로 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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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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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의지' 보다는 '시스템'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의지는 '나는 무엇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Will을 의미한다. 시스템은 프로세스, 절차, 규칙, 환경을 말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넛지 (Nudge)에서 말하는 선택 설계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의도된 것들을 말한다.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는 건축이라는 도메인에서 우리의 다양성을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쾨베클리 테페라는 신석기 시대 유적이다. 탄소 연대 측정으로 이 건축물은 기원전 1만에서 8천 년경에 축조되었는데 그것은 기원전 7천 년경에 시작된 농업 혁명 이전에 지어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류의 인지, 농업, 과학 혁명 중의 하나인 농업 혁명이 건축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제사를 위한 쾨베클리 테페를 오랫동안 짓기 위해 사람들이 근처에 모여 살고 식량도 재배하면서 정착과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건축이 주거라는 목적 이전에 신의 숭배라는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그 축조는 인간의 삼대 혁명 중 하나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진이 잦은 미국 서부에서는 낮은 층의 건물을 지었고, 이것은 고층 건물 보다 사람들이 더 소통하기 유리했고, 그래서 다양성이 풍부한 서부에서 실리콘 밸리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창조적인 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만 '다양성'이 인간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데는 절대 동의한다. 그러면서 낮은 천정보다 높은 천정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창의적이라는 논문도 소개해준다.

한국의 이야기로 돌아와 전국의 학교가 동일한 모습이고 운동장을 접하기 힘든 구조에 개탄하고 획일화되고 다양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이웃과 소통하기 힘든 아파트도 다양성 추구를 저해하는 것으로 꼬집어 말한다. 더 나아가 한국 특히 서울의 건축물과 공원 조성이 뉴욕 등 선진 도시의 그것을 무작정 따라 베끼는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독창성을 위해 창의적인 건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과 있을 때,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함께하는 시간이 아주 길어지면 무의식마저 지배받을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도. 그래서 집, 학교, 공공시설의 건축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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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이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곡 읽어봐야 되겠네요

초딩 2020-08-15 23: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재에 흥미로운 책 많아 친구 신청 드렸어요 :-)

바람돌이 2020-08-16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막시무스 2020-08-16 0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서 오늘의 감동 인정하고 갑니다!ㅎ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초딩 2020-08-16 11:01   좋아요 1 | URL
우앗 최고위 칭찬을 해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20-08-16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고로 높은 빌딩 또는 최고로 높은 아파트를 짓는다는 기사를 접하면 안전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지진에 얼마나 강한 건물인지, 화재 사고가 났을 때 대처 능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미리 예측하고 안전하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높은 곳은 안 가고 싶더라고요. ㅋ

낮은 층의 건물일 때 소통하기 유리했다는 점, 창조성이 있다는 점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초딩 2020-08-16 13:32   좋아요 1 | URL
얼마전 롯데타워를 갔었는데, 진도 9까지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런데, 꼭대기 쯤에 올라가쓸 때, 그 초라함에 적잖게 실망했습니다.
내가 100층 보다 높은 곳에 있는데, 외부와 나는 단절 되어있으니, 그저 계단이 유난히 많은 작은 타운하우스 같은 곳에 와있는 그낌이었습니다.
현대가 짓는 것은 롯데가 착안한 청자 스타일은 아니고 위로 올라가도 공간이 확보된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층이 100층이든 200층이든 단절되어버린 건물 내부에 있다면 그 속에 있는 나는 층이 크게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

2020-08-1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6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6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6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