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을 열어보니, '지난 오늘'에서 5년 전에 읽고 썼던 '탈무드' 포스트를 보여주었다. 5년전 3월 27일. 5년이라는 시간이 어색했다.
https://blog.aladin.co.kr/770426190?CommunityType=AllView&page=52&cnt=256
그리고 3월 27일이 낯익었다. 8년전 오늘 (2012년 3월 27일) 나는 나의 첫 회사를 열었다. 3월 27일은 두개의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때는 회사가 흔히 말하는 내리막길이었고, 그래서 방황도 했던 때였다. 그 방황 속에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답을 생각해보고 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남들 보다 아주 조금 더 책에 관심이 있고, 몇 권 더 사서 읽던 내가 알라딘 굿즈와 함께 책을 마구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막 책을 읽기 시작하던 무렵 인생의 책 중 하나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만났다. '영원 회귀'와 '부조리'를 접하는 시작이었다.
그러다 '하버드의 생각 수업'을 읽고 - 지금 생각해보면 책 제목 만으로는 자기 계발서 같아 읽지 않았을 것 같지만 - 대단한 충격과 반성에 빠졌다. 책에서 언급하는 철학자와 사상가 그리고 책들이 몹시 궁금했고, 나는 그런 것들을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하버드 북 스토어 상위 100위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들락 거리며 책을 선별해서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머리를 말리며 선채로 '공중 그네'를 한 번에 다 읽기도 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부조리'에 더 심취했다. 참존가는 그 자체로 한없는 자극이었다. 키치.
원서를 사서 그 조판을 모두 보고 싶었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그의 아내가 쓴 '사랑의 역사'를 만나게 해주었다.
'사랑의 역사' 그것은 나에게 정말 '소설'을 만나게 해주었고, 가슴 아픔을 전해주었다. 얼마 동안의 필사도 하게 했다.
책은 나에게 무엇을 선물해 주었을까? 내가 '삶'이 무엇인지 대해 가졌던 의문에 어떤 답을 주었을까? 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유했다. 읽고 서평을 쓰고, 댓글을 통해 북플의 사람들과 의견을 치열하게 나누었다. 지금 보면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부끄러운 의견을 많이 썼지만. 그때는 몹시 진지했고, 심각했고, 지성에 취해있었다.
'양가'와 '관계', '의도', '부조리' 그런 단어들이 나에게 침전되었다. 무거운 금속처럼 내 몸에 가라앉아 배출되지 않은 채, 못한 채, 이제는 하나의 장기가 되어 갔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슬프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 책에서 전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지 않아 슬프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것을 행동하지 않아 슬프다."
라고 어떤 분이 말한 것처럼,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또 그것을 행동으로 투영하려고 노력하며,
그래서, 읽고 난 후의 나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책을 선별해가며,
지금도 읽고 있다. 그리고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책으로 대체한 북플은 신선했다. 그 당시 나는 앱을 한참 개발하고 있어서 북플의 그 선명함과 정교함, 이타적임에 더 매료되었다. 지금도 한국에서 만든 앱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북플을 꼽을 것이다.
그 북플은 책에서 굿즈로 중고매장으로 북플의 사람들로 나를 인도했다. 그리고 이제는 침전된 금속의 단어들처럼, 내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요즘은 분주해서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딱 12시까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 많다. 그래서 급하게 내려썼지만,
북플에 알라딘에 그리고 북 피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5년을 되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