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에서 듣고 싶은 책들을 듣고 또 전자책 또는 종이책으로 읽고 나서, 들을 것이 없어 새로 녹음된 책을 기다리다 헤밍웨이의 파리 스케치가 있어서 신나게 들었다. 신나게. 노인과 바다의 그 어떤 것을 기대했다. 그는 어떻게 그것을 써냈을까. 또 그래서 무엇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했는지. 엿보고 싶었다. 파리 스케치 산문집에서.

잘 못 들었다. 듣지 말걸 그랬다. 궁핍과 배고픔도 느꼈지만, 그저 젊은 똑똑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내의 파리 산문집이었다. 문장을 아주 잘 쓰는 헤밍웨이의 산문집은 번역도 아주 잘 되어서 정말 매끄럽게 잘 흘러갔다. 그런데 후반부에 그 사랑스러운 아내와 헤어지고, 부자들과 만남에서 알게 된 것 같은 여자와 재혼했다. 맑은 수채화 같은 파리의 삶은 분명 더럽게 혼합된 검은 얼룩의 물감으로 채색되었는데, 헤밍웨이는 그저 물만 더 부을 뿐이었다. 파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며 카페에 있었던 것을 그리는 것이니 그런 얼룩들은 다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고 너저분한 그의 여성 편력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얼룩덜룩한 유화를 살면서 그것을 수채화인 양 써 내려갔다.

게다가 세계대전 후 산업이 발전한 미국을 변호하고 찬양하는 것 같아 싫어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를 만나 친구로 지내며 겪은 일을 소개했는데, 고뇌가 아닌 화려한 사교계로 술에 전 피츠제럴드를 목도하게 되었다.

게다가 더블린 사람들의 제임스 조이스도 등장하는데, 조국을 우뚝 서게 만들어 화폐에까지 얼굴이 나온 그의 묘사는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어를 가족들이 쓰며 즐거워하는 것뿐이었다.

한 권의 산문집으로 헤밍웨이 작가 자신을 읽었고 피츠제럴드에 대한 생각을 굳혔고, 제임스 조이스에게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읽지 말았어야 했다. 부의 추월차선. 서두에 람보르기니를 열광하며 말할 때, 듣지 말았어야 했다. 웹 개발을 열심히 해 운도 많이 따라서 돈을 많이 벌고, 그 길과 결과를 정말 찬양하며 일반화시키는 형편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2-12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는 얼룩덜룩한 유화를 살면서 그것을 수채화인 양 써 내려갔다.
- 멋진 표현입니당~~

초딩 2020-12-12 23:28   좋아요 1 | URL
우앗 페크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의하기 어렵다. 수긍하기 어렵다. 아니,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항공 산업의 초창기에 야간 비행이라는 것이 막 시작하던 초창기에 우편물을 밤에도 빨리 전달하기 위해 (야간 비행을 하지 않으면 밤 동안 달리는 기차나 차량보다 배송이 늦어지니) 악천후에도 파일럿들의 목숨을 걸고 야간 비행을 강행하는 이야기이다. 그와 같은 선배들의 목숨을 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야간 비행이 일반적이 되었다는 뉘앙스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경험이 도움은 되었겠지만, 기술의 발달이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반전 없이 책임자는 야간 비행을 고수하고, 태풍 속에서 연료가 떨어져 가는 젊은 파일럿과 무선사는 실종되고 그 파일럿은 신혼이고 유럽 행 야간 비행은 원래대로 재개되는데, 이제 곧 이야기가 끝나니 초조해졌다. 반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책이 아닐까? 우편을 빨리 보내려는 그따위 일 때문에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보는 것이 전쟁 영웅처럼 그저 그려지고 마는 이 책이 어린왕자 작가의 책은 아닐 것인데...

그런데 끝나고 말았다. 해설을 읽어보니 지드가 서문을 썼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주 흥행했다고 한다. 비행에 특히 야간 비행에 사람들이 로망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 배우가 훌륭했나?

왜 이런 책이 세계문학이지? 왜 상을 받았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20-12-07 0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야간 비행사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들의 애환을 잘 아는 유일한 작가는 생텍쥐페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야간 비행>이 나왔을 당시에 야간 비행을 주제로 한 글이나 책이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책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이에요.

오늘날 독자들은 야간에 우편물을 전투기에 싣고 배송한 조종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길 거예요. 한편으로는 야간 비행을 너무나 위험한 중노동으로 보일 거예요. 생텍쥐페리나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과거 사람들은 야간 비행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했어요.

소설과 영화가 나왔을 때 야간 비행에 로망을 가진 독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야간 비행을 한 조종사 대부분은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으니 그들의 모습이 멋져 보일 수 있어요. <야간 비행>에 등장한 조종사들은 남성이지만, 실제로 전쟁에 참전해 야간 비행을 시도한 여성 조종사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생텍쥐페리가 소설을 쓰면서 의도한 것이 아닐 텐데, 어떤 독자들은 소설 속 조종사를 영웅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초딩님은 <야간 비행>이 ‘비행사를 전쟁 영웅인 것처럼 그려진 소설’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내용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동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느꼈거든요. 다시 한 번 <야간 비행>을 읽어봐야겠어요. 그러면 소설에 대한 초딩님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

초딩 2020-12-12 00:23   좋아요 1 | URL
cyrus 님의 ‘다름‘을 생각하시는 그리고 또 날카로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
‘파비에르‘ 인 것 같아요. 야간 비행 책임자가. 그의 언행은 목적 지향적인 지도력이었습니다. 우편 배송을 위한 ‘야간 비행‘의 강행이요.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불가피한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규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그 것이 결혼한지 몇 주 되지 않은 아니 인간이라는 파일럿의 목숨이 희생되더라도요. 인간 생명이 그렇게 희생되기를 강제 받고 그것이 신화처럼 그려지는 곳이 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생명의 희생에 대한 파비에르의 고뇌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사고를 당한 파일럿 때문에 야간 비행이 지속되기 힘들까 걱정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파일럿들은 영웅이라고 그려지고, 그래서 그 영웅의 죽음은 인류를 위해 - 결국 우편물을 빨리 보내는 것인데요 - 희생되어도 정당화 되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인간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우주인을 선택한 사람은 위대할 수 있겠지만, 희생이 따르는 프로젝트를 목적만을 위해 이끄는 이를 영웅이라고 또 정당하다고 부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폭풍으로 실종된 파일럿은 살고 싶어했습니다.

다시 책을 돌아 볼 수 있게 남겨주신 댓글 감사합니다. ^^

cyrus 2020-12-15 18:50   좋아요 0 | URL
초딩님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
소설에 대한 초딩님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다시 읽어볼게요. 저는 초딩님의 해석과 감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서니데이 2020-12-10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초딩 2020-12-12 00:11   좋아요 1 | URL
우앙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서재의 달인도 넘넘 축하드려요 ^^
꾸준한 활동 너무너무 멋지세요 ^^
 

오건영의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를 너무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어서, 저자의 '부의 대이동'도 알게 되자마자 사서 읽었다. 전문가답게 환율과 금리로 국내와 세계 경제를 컨설팅하듯이 입담 좋게 풀어주는 것에 '감명'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부의 대이동은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에 '금'과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추가된 정도이다. 그래도 첫 책에서 금 이야기가 아쉬웠는데, 부의 대이동에서 금은 본위제부터 금본위제, 금본위제의 폐지와 그 이후까지의 시간을 금의 가격과 달러, S&P500 지수와 비교하며 상세하게 서사 해준다. 마지막에는 몇 가지 미래 시나리오로 예측을 해주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고 지금까지의 경제 현상을 자세히 다뤄줘서 감사하다. 특히, 참고 서적은 상중하로 나누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별 책을 목적에 맞게 잘 설명해주어서 읽고 싶은 책에 부지런히 추가했다.

이 두 권을 읽고 주식을 한다든지 금이나 달러 ETF 또는 통장을 개설할 일은 아니지만, 경제 신문을 좀 더 낯설지 않게 대할 수 있고, 기사를 신문사나 정부 그리고 댓글의 의도에서 조금 더 벗어나 읽을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12-04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앨빈 토플러의 < 권력 이동>을 읽었던 게 생각나네요. 꼭 읽어야 할 교과서인 줄 알았던 시대였죠.

초딩 2020-12-05 21:06   좋아요 0 | URL
권력의 이동 그 압도적인 책이요 ^^ ㅎㅎㅎ
이 책들의 한 권 정도는 아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싶기도 했어요
 
[eBook]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랜돌프는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광고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뉴욕의 큰 광고회사에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여러 명의 임원면접 후,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면접 본 임원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나는 이 회사에 너무 다니고 싶어 내년에도 지원할 것이니, 나의 부족함을 알려주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그 회사의 고위 임원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다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 임원이 말했다. "우리는 모든 지원자에게 불합격 통지를 보냈고, 기다렸다." 랜돌프만이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마케팅은 아니라고 말하는 고객을 예스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최종 시험해본 것이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닷컴 버블이 꺼질 즈음에 넷플릭스도 자체 수익은 있었지만, 운용 자금이 부족해 직원의 40%를 정리해고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이었다. 우는 사람들, 화를 내는 사람들, 안도하는 사람들, 멍한 사람들. 그날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 또 짐을 싸서 돌아간 후 랜돌프를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때 멀리서 한 직원이 왔다. 자기가 직접 채용했지만, 정리해고 당한 직원이었다. 그 직원이 말했다. 사장님이 괜찮은지 걱정이 되어서 왔다고 말하며. 랜돌프는 멍했다. 그리고 그 직원은 돌아서서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서서 말했다.

"사장님, 블록버스터를 뭉개버려요. 그러실 거죠?"


나는 이 대목에서 멍할 수밖에 없었다. 난 언제나 효율적인 조직을 어떻게 꾸려나갈까, 버스에 누구를 태울까 (Good to Great), 좋은 인재에 집중하기 위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관심 밖에 둘 수 있겠냐고 만 생각했는데 말이다.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회사의 사람들이 저런 애사심과 감사함을 느끼게 나는 무엇을 했냐고 자책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넷플릭스 이야기는 항상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저 한바탕 부러운 태평양을 세 개 정도 건너의 이야기였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랜돌프의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는 거기에 쐐기를 단호하게 박아준다. 프로이트가 친척이란다. 우리가 아는 그 프로이트 말이다. 처음 자기 집 서재에 프로이트의 독사진과 프로이트 아내 사진이 걸려있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 참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친척이란다. 그리고 현대 PR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할머니의 남자 형제란다. 버네이스는 PR의 아버지답게 조지프 스완이 발명한 전구를 에디슨이 발명한 것으로 믿게 했고, 미국인이 베이컨과 달걀을 아침으로 당연히 먹게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유전자부터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의 초반에 말해준다.

솔직하게 비디오테이프 연체료 때문에 계시와 같은 아이디어로 넷플릭스를 창업했다는 신화는 Airbnb나 우버의 드라마틱한 신화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좀 과장되고 왜곡된 이야기라고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 신화가 그들의 100번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들고 다니며 한 아이디어 당 일주일씩 조사하고 폐기하고 또 선정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한 것을 감추는 것 같다.

랜돌프 이 양반은 굉장히 웃기다. 위트가 넘친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웃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회사 이름을 어중간하게 지으면 출시일이 가까워질 때 바빠서 그대로 사용하게 되어, 바꿀 수밖에 없는 이름을 가칭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가칭은 개밥 (kibble) 이었단다.

넷플릭스의 창업 신화이지만, 잠에 취해 멍하게 운전하는 새벽 출근길이나 너덜너덜해져 귀가하는 퇴근길에 오디오북으로 큰 웃음을 주는 책이다. 그것도 허파 쪽이 심하게 꿈틀거릴 만큼. 전자책도 굉장히 잘 읽힌다. 618 페이지이지만, 책장을 넘기기 아깝다.

"~라고 말했다"가 귓가에 맴돈다.


이미지 출처: Netflix Co-Founder & Speaker Marc Randolph Will Release Book in Septemb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