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신전에 입장하면서 읽은 내용은 ‘그노티 세아우톤GNOTHISEAUTON’으로, 너 자신을 알라는 의미이다." p565




우리 자신. 인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책이 있다. 특히, 우리 인류가 선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책이 있다. 저자 브레흐만은 호모 사피엔스는 악하고 폭력적이고 어리석기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정도는 되어야 소란 없이 이끌 수 있다는 지배자의 논리와 그것을 찬양하며 뒷받침하는 실험들과 사건 보도를 하나하나 들추고 진실을 정말 끝까지 추적해서 인류가 그동안 받고 있던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7년 동안 작업했다.



파리 대왕. 첫 번째 털기의 대상은 윌리엄 골딩이 노벨상을 받게 해준 파리 대왕이다. 파리가 그 파리 (Flies) 일까라고 생각했다. 맞았다. 그 파리. 하지만 곤충 파리의 대왕은 히브리어로 '바알즈붑(바알제붑)' 이고, 바알즈붑은  '높은 거처의 주인(the master of high dwelling)' 이라고 불린 바알을 낮추어 부르는 멸칭이다. 바알 (Baal)은 고대 가나안 일대에서 숭배받던 신인데, 히브리어 'BI (벨, 발)'은 주인이라는 뜻이고 'al(알)'은 신이라는 뜻으로 신의 주인, 신 중의 신이라는 뜻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이민족의 신이었고, 그래서 유대인들은 바알을 멸칭으로 파리 대왕으로 불렀다고 한다. 바알은 신약 시대 이후에는 사탄과 동일시되었는데,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바알제붑 즉 바알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 인간의 '사악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골딩은 비행기가 추락하고 살아남은 몇 명의 소년들이 무법의 악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이 '바알'과 같이 악함을 이야기한다.


나무위키: 바알세불

나무위키: 파리 대왕(소설)


브레흐만은 바알의 멸칭인 파리 대왕을 벗겨내고 원래의 명칭인 높은 거처의 주인(the master of high dwelling)을 찾아주려 한다. 브레흐만은 실제로 소년들이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알코올중독자에 우울증 성향이 있었고, 어린 자신을 때리던 윌리엄 골딩이 지어낸 이 이야기가 실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찾아보기로 했다. 유사한 사건을 검색하던 중 1977년 여섯 명의 소년들이 낚시하기 위해 배를 타고 통가를 출발했다가 무인도에 좌초되어 구출된 일을 찾게 되었고, 그 아이들을 구출한 선장과 그 아이 중 한 명을 만난다. 그 소년들은 파리 대왕의 소년들과 다르게 건강했었고 밝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구출 당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상의 상태였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의 이야기와 비슷한 파리 대왕을 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네, 읽었어요. 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과는 완전히 달라요!" p79

어쩌면 이 말이 이 책의 전체 주제일지도 모른다. "읽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일이에요".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들었던 읽었던 일들은 실제로는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는 그 표지만큼이나 구역질 나고 소름이 돋는 실험들이 가득하다. 스키너가 딸에게 했다는 실험은 거짓이라고 책은 밝히지만, 그 문제는 둘째치고 스키너가 이야기하는 실험들은 '관찰'과는 다르게 의도되고 그 의도됨을 넘어 강제되고 조작되는 '실험'들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브레흐만은 그 무가치함과 유해함을 파헤친다.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인간은 상황에 따라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극으로 증거한다. 그리고 그 실험은 짐바르도를 그 시대의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로 만들어 미국 심리학협회 회장까지 역임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결국 이 실험은 실제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2002년 BBC가 유사한 실험을 리얼리티 쇼 형식으로 방송에 내보냈지만, 4시간 동안 시청자들은 무료함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마지막엔 교도관과 수감자가 친구가 되었다. 왜 짐바르도의 실험처럼 수감자들의 발에 쇠사슬을 채워지고  옷을 벗은 채 15분 동안 서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짐바르도의 실험은 조작되었다. 실험자들은 실험 전날 교도관들을 교육 했고, 수감자들을 더 가혹하게 대하라고 강제되었다.


요구특성 (demand characteristics): 참가자가 실험의 목적과 가설을 눈치채고 적당히 그 실험목적에 부합하도록 맞추어 주는 현상.

나무위키: 요구특성


"과학 시험을 계획적 생산으로 바꾸어버린다" p244


인간은 처한 상황에 따라 선인이나 악인이 된다고 하는데, 특히 그 악인이 되는 상황을 짐바르도의 실험은 계획적으로 생산해냈다. 파리 대왕이 무인도 소년들을 허구의 이야기로 사탄인 바알로 그린 것에 비하면 짐바르도의 교도소 실험은 좀 더 과학적(?) 이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를 억울하게 성악설로 매도한 것은 "이야기"와 "과학적 실험"에 이어 "뉴스"가 또 한몫을 한다.

1964년 3월 새벽 3시 캐서린 제노비스가 38명의 목격자들이 38명의 방관자로 전락한 가운데 칼에 찔려 사망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안전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캐서린 제노비스의 사건을 실례로 들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사람을 지목하라고 한다. "거기 뾰족 마스크를 쓰고 까만 마스크 줄을 한 분! 경찰에 좀 신고해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그래야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I didn't want to get involved)"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 그럴까? 내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 가고 있을 때 나는 수수방관할 수 있을까?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국선변호사 브레흐만은 의문을 품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톺아보기 시작했다.


톺아보다: [2]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

국립국어원: 톺아보다의 의미에 대한 질문입니다.


유사한 실험에서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도움을 주는 비율은 낮아졌지만, 0%는 아니었다.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아이와 엄마가 탄 차가 빠졌을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물에 빠진 차를 본 사람들은 각자의 구조 도구를 들고 운하로 달려가 극적으로 아이와 엄마를 구했다.

그런데 캐서린 제노비스는 왜 칼에 찔려 방관자들 앞에서 죽었을까? 거짓이었다. 제노비스가 죽은 것이 거짓이 아니고 그 죽음을 묘사한 뉴스가 거짓이었다. 이 기사를 1면으로 보도한 뉴욕타임스가 거짓을 말한 것이고, 이것을 밝히려고 했던 기자들은 이제 전 세계 심리학과 1학년이면 모두 수업 시간에 듣는 제노비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느냐며 뉴욕타임스로부터 호통을 듣는다고 한다. 제노비스가 칼에 찔려 죽은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뉴스에 의해 조작된 거짓이었다.

방관자라고 했던 사람들은 두 명을 제외하고는 비명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비몽사몽이었고, 술 취한 여자의 술주정으로도 생각할 만큼 취객들이 지나가는 곳이었고, 심지어 두 명은 경찰에 바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오지 않았고, 제노비스는 쓸쓸하게 길바닥에서 혼자 차갑게 죽은 것이 아니고 연락을 받고 내려온 이웃의 품에 안긴 채 죽었다고 한다. 사실은 왜곡되어 자극적으로 신문의 판매 부수를 올렸을 뿐이다. 며칠 후 범인이 잡힌 것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지 않았고, 제노비스가 죽을 때 안고 있던 여성의 인터뷰는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제노비스의 죽음은 뉴욕타임스의 신문 판매 부수를 단지 늘렸을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다시 화자 되었다. 우리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이야기의 단초라고 말이다.

사실, 브레흐만이 가장 격분한 것은 '뉴스'다. 극소수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만 확대해석하고 왜곡해서 대중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뉴스가 우리의 '부정편향'이라는 인지적 오류에 인한 비관적인 인간관을 강화시킨다고 목이 터져라 힘껏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악한 뉴스는 우리의 유일한 장점 중의 하나인 '얼굴 붉히기'에도 무너지지 않게 된 지도자들에게 권력 유지를 위한 가장 비열한 수단이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보다 지능이 높고 신체적으로도 우수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지금 지구를 지배하고 우주로 나아가고 있을까?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과 농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의 단계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지배를 설명한다. 하지만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은여우 길들이기 실험'으로 묘사한다.

야생의 은여우를 몇십대에 걸쳐 길들인 러시아의 드미트리 벨랴예프 교수와 류드밀라 트루트의 실험은 오직 '친화성이 있는 개체'만을 선택해서 번식 시켜 나갔다. 즉, 우연히 꼬리를 흔드는 은여우가 있으면, 그 개체를 번식시킨 것이다. 수십 대가 지나자 야생 은여우에게 가축의 특징이 나타났다. 귀가 아래로 처지고 꼬리가 말리며 털에 반점이 나타났다. 이 결과가 덜 똑똑하고 덜 강한 호모사피엔스가 더 똑똑하고 더 강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열쇠는 무엇일까? 열쇠는 유형진화이다.

유형진화는 성체가 되어도 유생 시기의 형질이 남게 되는 계통 발생적 변화라고 하는데, 어른이 되어도 친화성이 높아서 아이 같이 덜 공격적이고 접근하기 좋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생 은여우가 친화성이 발달하자 친화성이 발달한 가축에게 볼 수 있는 특징들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친화성은 왜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친화성이 높으면 모방을 잘 할 수 있다. 즉, 소수의 엘리트와 나머지 덜 친화적인 집단보다는 극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친화력이 뛰어난 나머지가 있는 집단이 더 발전한다는 뜻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아주 뛰어나지만, 호모사피엔스보다 덜 친화적이기 때문에 낚시나 전투 기술이 조직 내에 퍼지는 것이 호모사피엔스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더 작은 뇌와 약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혁신적인 기술이 어쩌다 한 번 만들어져도 번개같이 모방해서 조직 전체에 퍼트린다는 것이다.

브레흐만은 '친화력'을 우리 인류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 친화력은 우리가 '선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Human is Kind라는 책을 쓴 것이다. 우리가 승산이 없어 보이는 전쟁에서 이겼고 이만큼 발전한 것은 '선한 본성' 때문인데, 우리 인류의 역사 중 수렵과 채집의 95%가 지나고 나머지 5% 동안 불운하게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의 비옥한 범람으로 정착을 시작하고 사유재산 제도가 생기면서 우리는 '악해졌다'. 결국, 사악한 지배층은 정착과 사유재산제도로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들은 우리가 모두 지배자 자신들처럼 사악하다고 세뇌하며 말도 안 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며 진실을 매도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가 아닐 때는 그 지배자들의 최전선에 '뉴스'가 있다.


지배자와 뉴스. 또한, 그사이에는 진실을 왜곡하며 명성을 얻으려는 사악한 지성인들이 제대로 한몫하고도 있다.

나도 덧붙인다.

우리 자신과 같이 우리는 '선하다'라고.

그런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그노티 세아우톤 GNOTHI SEAU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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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30 2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먼카인드를 제외하고 엮어 읽으신 모든 책을 읽었는데, 이걸 이렇게 엮어서 쓰실 수 있다니~👍👍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그동안 진실로 알고 있었던 실험이나 방관자 효과 등이 거짓이라뇨..
전 인간이 선하다는 믿음을 늘 갖고 있었지만, 이게 뻥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무조건 읽어봐야겠어요!!(제 오늘 명상 구절과도 일맥상통해서 신기^^)

초딩 2021-07-31 06:23   좋아요 4 | URL
저도 정말 ‘보편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조작되고 왜곡되고 또 그 자체로 거짓이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악하다고 부르짖는 그들의 실험과 조작된 뉴스가 다 뻥이라는 것이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알려져서 다행인 것 같아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말해야할 것을 말하지 않고 의도하는 통계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요.

Angela 2021-08-01 0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구특성에 대해 나온 기사를 봤는데 리얼리티쇼 쇼에서 사용한다고 해요

초딩 2021-08-01 01:39   좋아요 3 | URL
아 네 요구특성이 딱 리얼리티쇼에서 사용하는 그 말씀 맞는 것 같아요 ^^
좋은 밤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1-08-05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충격을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
반갑네요ㅎ

지식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날조될 수 있는지... 인간이 선한지 악한지 보다 그게 더 충격이었어요ㅎ

초딩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여태것 잘 못 살았나 싶을 정도였어요 ^^
좋은 저녁, 시원한 날 되세요~

초란공 2021-08-06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역시 당선 축하드립니당~ 최근에 라디오에서 <휴먼 카인드> 한 부분을 인용하더라구요.
어떤 책인가 궁금했습니다.

초딩 2021-08-06 18:52   좋아요 2 | URL
^^ 아 감사합니다.
휴먼카인드 2/3까지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세상 헛 살았나 싶기도하고요 ㅎㅎㅎㅎ
암튼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잘 깨주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1-08-06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초딩님~^^
이렇게 많은 책을 한 페이퍼에! 정말 입체적인 리뷰네요.^^

초딩 2021-08-06 18:52   좋아요 2 | URL
아 모나리자님 ^^ 넘넘 감사합니다 ^^
시원하고 즐거운 저녁되세요^^

페넬로페 2021-08-06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2관왕 당선 축하드려요.
초딩님의 글은 항상 너무 좋고, 문학적입니다.
읽는 기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딩 2021-08-06 18:53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의 이 말에 또 한 번 당선된 것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
넘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우리의 현재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본성도 중요하겠지만, 그 본성이 발현될 수 있는 꼐기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새파랑 2021-08-06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2관왕~!! 초딩님 축하드려요 🍌🍅🍞

2021-08-06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1-08-06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초딩님도 2관왕이시네요! 당선 축하해요🙂

희선 2021-08-0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 축하합니다 성냥팔이 소녀도 누군가 한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했다면 죽지 않았을 거다고 말한 책이 있더군요 예전엔 몰랐는데 뉴스도 가짜가 있다니, 그걸 다 알기는 어려울 것도 같네요 그것보다 뉴스를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 믿기도 하는군요 뉴스는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해줘서 이 세상을 무섭게 여기게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겠지요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희선

bookholic 2021-08-07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립니다~~

coolcat329 2021-08-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관왕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 <어쨌든 친절하라. Be kind anyway.> 를 쓰면서 다음과 같이 곧장기부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또 영원회귀처럼 기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마음만 앞서 기부단체를 찾아보고 있다가 '곧장기부'를 알게 되었다.

단 한 푼도 빠짐없이 전액 또는 기부받은 금액으로 구매한 물품이 모두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어떻게? 지금 보고 있는 광고비도 내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하지?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전액 기부할 수 있도록 모든 비용을 행복나눔재단에서 부담하고 있고, 그 행복나눔재단은 SK그룹으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카카오페이로도 기부할 수 있고, 카카오톡과도 잘 연동되어있는데, 카드 수수료도 지원한다.


제 부족한 글을 행복나눔재단에서 재단 블로그에 소개해도 되겠는지를 문의해오셔서 제가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부끄럽게 승낙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행복나눔재단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저렇게 장군님 아래에 '초딩 님'이라고 되어있으니 신기하고 또 곧장기부를 많은 분께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기부 프로칭찬러 찾기 Ep.3] 곧장기부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닷 🕵️‍♀️


북플에 곧장기부를 소개해 드린 이후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곧장 기부에 들어가 소개되는 센터의 현황도 보고 사연도 읽으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기부하고 응원 메시지도 보내고 있어요.

정말 작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 따뜻하고 꼭 필요한 선물을 지금 바로 할 수 있어요.

곧장기부 ( https://thedirectdonation.org/ ) 에 한 번 기부하고 나면 카톡 채널에 가입되어 그 이후에는 카톡으로 곧장기부를 넘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금이 완료되고 물품이 배송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과정마다 카톡 채널로 알림이 오는데, 참 기분 좋은 알림이에요.



요즘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를 읽고 있어요. '이간은 본래 선하다'라는 이야기를 읽고 있어요. 이 책을 읽는 기간에 곧장기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더 기쁩니다.


우리 인간의 역사 전 기간 중 유목민이었든 95%의 기간 동안 우리는 유일하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할 줄 알았고, 눈썹 뼈가 낮아 더 많은 표정으로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고, 거의 유일하게 흰자위가 있어 서로의 시선을 알 수 있어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선조는 한없이 착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시오패스 지도자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무리에 의해 끌어져 내려왔습니다. 우리가 정착하고 사유재산이 생기기 전까지요.

정착지에서 사유재산이 생기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권력자들은 그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제도와 장치를 발전시켰고, 그 대표적인 예가 '뉴스'라고 저자는 억울하게 말합니다. 파리 대왕, 이스터섬,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 등은 우리 인간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굉장히 심하게 조작되거나 왜곡되거나 심하게는 거짓 자체라는 것을 저자가 하나하나 밝혀 나갑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의 '뉴스'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잘 못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우리는 본디 선한데 말이죠.



사피엔스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왜 어떻게 지구상에 굴림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면, 휴먼카인드는 95% 기간 동안 선했던 우리가 우리의 선함이 왜곡된 5%의 이 기간에 '부조리'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적용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우리 인류가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느냐'라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질문은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또 모두 답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질문하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읽으며 몇 번의 곧장 기부를 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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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0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초딩님 실천하는 기부 존경스럽네요 👍 저도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

초딩 2021-07-30 00:17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 실천 같이 해봐요~

파이버 2021-07-27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존경스러워요 기부한 전액이 ‘곧장‘전달된다는게 매력적이네요

초딩 2021-07-30 00:18   좋아요 2 | URL
^^ 네 곧장기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기부를 위한 부대 비용을 재단이 도맡아 처리해주니 넘넘 고마워요.

오늘도 맑음 2021-07-27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 왤케 매력적이신지ㅠㅠ 기부프로젝트에 가 보도록 합지요~!! 초딩님 언제나 푸릅시다~!!

초딩 2021-07-30 00:18   좋아요 2 | URL
^^ 아구 맑음님 감사합니다. ^^
댓글을 몇 번 읽었답니다 ^^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7-27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초딩님!! 초딩님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일까요? 아마 북플에도 많이 많이 퍼져나간 거 같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해 주셔서 관심이 있었는데, 이런 중책을 맡으셨다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초딩 2021-07-30 00:19   좋아요 1 | URL
앗 중책은 아니고 블로그에서 한 번 선정해주신 것 같아요 ^^ ㅎㅎ
아무튼 기부가 많이 많이 퍼져서 힘든 시기에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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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춤 좀 추지 그래?" 부터 "한 마디 더"의 17개 단편으로 구성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읽고 나면 몇 개의 잔상만 남을 뿐이다. 17개 각 이야기별로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그것을 구분 짓는 것은 불가해 보인다. 의미가 없어 보이고 그것이 카버가 의도한 것만 같기도 하다. 장대한 긴 이야기가 우리의 영혼까지 그 이야기의 주제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면 짧은 이야기는 우리가 그것을 인지할 시간도 없이 눈앞에 '제시'하고는 곧 사라져버려 그 '잔상' 마저도 거머쥐기 힘들다.


서브리미널 (Subliminal)

"인지의 아래(Below threshold, 식역하(識閾下))", 즉 우리가 뭔가를 감지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감지한 것을 의미한다.

(출처: 나무위키)


우리가 보는 영상은 대부분 초당 30장의 이미지가 연속되는 것이고, 그 30장에 광고 이미지 한 장을 삽입하는 것이 서브리미널 광고 (Subliminal Advertising) 이다. 눈으로 명확하게 인지되지 않지만, 무언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이 겨우 들지만, 영화를 보고 났는데 서브리미널 광고로 삽입된 코카콜라 이미지 때문에 콜라가 마시고 싶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카버의 단편들은 마치 서브리미널 광고의 한 장의 이미지처럼 연속된 삶의 프레임에 슬쩍 끼워져 우리 잠재의식만이 겨우 그것을 인지하는 것 같다. 내 의식이 닿지 않는 저 아래 깊은 곳을 흐르는 잠재의식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읽고 있지만, 언어정보의 해석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 어떤 정보를 해석하는지는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고, 읽은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출력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애를 먹는다.


레이먼드 카버가 다루는 삶은 본인도 겪었던 '술', '중독', '파산', '불화', '밑바닥'과 같이 '삶에 지친, 자포자기 상태'에 처한 인물들의 일상'p245 이다. 


우리로 하여금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드는 그 일상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한다. 

일상의 내부에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심각하게 나 있는 흠과 금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보면서 가볍게 전율하거나 머리를 내젓게 된다. p245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 남자가 집안 물건을 모조리 마당에 내놓고 팔고 있고, 딸에게 자신의 불륜을 애쓰며 설명하고, 말다툼 끝에 딸과 아내를 등지고 아버지는 짐을 싸서 나가고, 행복해 보이는 두 친구의 가족들이 만나고 있는 와중에 두 가장은 젊은이로 돌아가 두 여자를 쫓아다니고, 이발소에서는 거칠게 욕설을 주고받고, 아이가 밤새 울고 아침까지 진정이 되지 않아 말다툼을 극단적으로는 하지만 젊은 남편은 사냥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자신이 아끼는 배스가 가득한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등. 이 모든 이야기는 오래된 영화 속에 나오는 먼지가 가득하고 붐비는 대합실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버스를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랠 정도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브리미널 광고의 한 컷 이미지처럼 그런 이야기들은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그리고 연관 없이 떠오르기도 한다.


흠과 금이 갔을 때.

그것들은 우리 삶에 단절을 가져올지 모른다.

무거운 수납을 하고 병원의 비상계단을 오르내릴 때 그것이 이제 시작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 길고 억척스러워야 하는 터널 앞에 있지만, 나는 계단을 하나하나 또는 두 개씩 밟고 오르내려야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덜하거나 더한 보호자들이 서로 교차한다.

출퇴근의 도로에서 겨우 보이든 부러운 아파트 단지들을 병원 고층의 긴 복도에서 내려본다. 주말이나 연휴 때에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그 흠과 금은 충전 중이든 핸드폰의 케이블을 무심코 발로 살짝 건드렸는데, 책상에서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액정이 흉한 금이 쫙 갔을 때처럼 갑자기 어이없이 나타난다. 그 직전까지 터치하던 액정은 이제 유릿가루가 떨어질까 봐 손을 댈 수도 없다.


내 의식의 인지와 통제를 벗어나는 단편들. 내 잠재의식만이 읽고 있을 것 같은 단편들. 그래서 그 단편들이 내 삶에 흠과 금이 갔을 때 갑자기 찾아와 위안을 주는 이전 일상에서의 건너온 따뜻한 커피나 다정한 말 한마디 먼지를 들추며 내리쬐는 빛줄기처럼 '위안'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주는 것 같기도 하다.


References

서브리미널 (Subliminal)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브로카 영역(Broca's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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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4 0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브리미널이라는 단어를 배우고 갑니다. ㅋ 정말 이책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이 딱 초딩님이 쓰신 글과 비슷한것 같아요. 서브리미널 광고 같은 단편~!!

초딩 2021-07-24 14:09   좋아요 4 | URL
이번에 쓰면서 용어는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런 광고가 있는건 알았는데 :-)
단편을 읽고 덮었을 때 좀 당황했는데 (뭘 느꺼야하는지 떠 써야하는지 몰라서)
가만히 돌이켜 보니 서브리미널 광고 같았어요 :-)
파랑님 안전한 한 주 되세요~

독서괭 2021-07-24 07: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있는데 예전에 몇 편 읽다 말고 여태 못 읽고 있는데요,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초딩님 글이 설명해 주는 것 같네요^^

초딩 2021-07-24 14:10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책 책장에 있어서 단편 한 두개씩 읽다 이 번에 그냥 다 읽고 봤었어요
정말 이게 뭐지 였는데
그 이게 뭐지가 오래 가게 하는 것은 마술 같아요 :-)
독서괭님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1-07-24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의 흠과 금 사이를 채우는 위로라니 !! 너무 좋은 비유에요 *^^*

초딩 2021-07-24 22:34   좋아요 0 | URL
삶의 단절을 야기하는 흠과 금 그리고 그 위로 참 좋은 같아요
좋은 밤 되세요~ ☺️☺️☺️

붕붕툐툐 2021-07-24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경 지식 풍부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리뷰! 책이 어떤 느낌일지 너무 잘 알겠어요~ 감탄하고 갑니다~

초딩 2021-07-24 22:34   좋아요 1 | URL
툐툐님의 마법같은 댓글은 항상 최고의 칭찬과 격력을 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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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지 잊어버린 사람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특히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인간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그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말이다." p15


Anxious People

"This story is about a lot of things, but mostly about idiots. So it needs saying from the outset that it's always very easy to declare that other people are idiots, but only if you forget how idiotically difficult being human. Especially if you have other people  you're trying to be a reasonably good human being for." 

(ref: Google Books - Anxious People)


불안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불안한 사람들을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단정 지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바보같이' 어려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그런데, '바보같이 어려운' (idiotically difficult)가 무슨 말일까? 나는 이 말이 이 소설의 주제어라고 생각한다.

'바보같이 어려운'은 '바보같이' 또는 '바보처럼' (Idiotically) 어려운 (difficult)이라고 해석되는데, '바보들이 어려워하는' 뜻일 것이다.


As for our speed limits, it would be possible to have some respect for them if they weren't so idiotically arbitrary. 

우리의 속도 제한들에 관해서는, 그것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제멋대로가 아니라면, 그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존중을 갖는 것은 가능할 텐데요.

(ref: 네이버 영어 사전)


바보들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 이 사실을 잊어버렸을 때,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는 쉽다.

거꾸로. 바보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아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안 다면,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단정 짓기가 어렵다.


우리 모두는 바보 같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것을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우리를 바보로 단정하면 안 된다. 단정하기 이전에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 바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바보'는 어떤 사람일까? '바보'는 원문에서 idiot이다. 'idiot'은 a stupid persoin'이며, stupid는 having or showing a great lack of intelligence or common sense.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어려워하고, 우리가 이 사실을 간과하면 우리는 타인을 쉽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게 보이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많은 우리들이 어려워하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다"이다.


야크는 10년 전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경찰이 되어서도 그 자책을 벗어나지 못한다.

짐은 먼저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약물에 중독인 딸에게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을 걸고, 아들 야크에게는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사라는 그 10년 전 뛰어내린 남자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10년 동안 간직한 채 열어보지 못하고, 은행원인 자신 때문에 한순간에 빚에 몰려 자살한 남자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괴팍하게 살며 자신에 대한 책망을 하며 살아간다.

젊은 날 승승장구했던 아내 안나레나는 자신 때문에 뒤처진 삶을 삶았다고 생각하는 남편 로게르에게 노년에 들어 자신감을 주려 하지만, 서로의 진심은 어설픈 배려에 감싼 채 어긋난 위함을 행하고 있다. 가장 바보 같은 은행 강도는 두 딸에게 현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혼자 전전긍긍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아이들을 바람난 남편에게 뺏기게 되니 은행을 털려고 하지만, 현금이 없고 도망치다 이 모든 이들과 함께 인질극을 바보같이 벌인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미안해하거나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싶거나 또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잘 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다들 바보 같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이 구한 사람도 있는데, 편지를 좀 일찍 열어보았으면 되었는데, 아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인데, 서로 행동으로 대화하지 말고, 마음으로 대화하면 덜 아팠을 것인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을 방법을 그 어떤 훌륭한 카운슬러보다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왜 모르겠는가. 모르는척할 뿐이고 깨달은척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우린 누구나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답답해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 사람도 '나'와 같은 '나'이다.

내가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다. '불안한 사람들'에서는 은행 강도의 웃기지만 슬픈 '인질극'이 모든 이에게 트리거 (촉매제)가 되어 그들이 알고 있었지만 행하지 못한 것들을 일제히 행동한다. 그래서 은행강도가 사람들의 몸값으로 요구한 폭죽만큼이나 아름답게 세상에 터트려져 나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무엇을 보고 우리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을까?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알고 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지 못해서, 가슴에 담고 있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 때로는 왜곡되어 - 행동을 표면적으만 보면 정말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우리가 바보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바보'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 어떤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서야 우리는 바보가 아닐 수 있다. 그 드라마와 같은 일이 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트리거로부터 바보 같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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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9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뜻도 찾아 보시는 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보 같이 어려운‘ 이란 단어의 뜻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ㅋ ‘바보들에게 어려운‘이 맞는듯~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공감이 가네요 👍

초딩 2021-07-19 09:18   좋아요 1 | URL
번역본을 읽을 때면, 우리말도 상황에 따라 뜻이 굉장히 다양한데, 영어도 그럴 것이구요. 그러면 어떤 뜻과 어떤 뜻을 서로 맺었는지 몹시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뜻에서 역자분들에게 박수를 또 한 번 보냅니다. 이야기에서는 특히 단어 하나 하나가 (특히 초반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눈 밝은 새파랑님은 인생의 베일에서 오타를 찾으시고 (그 오래된 고전을 ㅎㅎ) 역시 대단하십니다!

독서괭 2021-07-19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해서 다른 작품들도 읽었는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어봤어요. ‘바보같이 어려운‘이라는 원문에서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시다니 놀랍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전작 <베어타운>을 완독을 못해서 이것부터 읽어야겠지만요^^;

초딩 2021-07-19 13:58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고 배크만 책을 더 보려고 하긴 했는데... 우선은 ‘불행한 사람들‘로 아쉬움을 남겨두리고 했습니다. ㅎㅎ
아무튼 블로그하다 첫 책을 내고 그 이후로 승승장구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흔의 인문학 살롱 -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온 나를 위한 진짜 공부
우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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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신화 그리고 와인. 어떻게든 연결할 수 있지만, 그렇게 연결하기에는 책의 두께가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마흔부터 시작한 인문학 공부 이야기며 미국인 피아니스트와의 결혼 이야기와 같은 자신의 이야기에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까지 감상과 함께 언급하다 보니 다소 산만하고 그 깊이를 더 얕게도 만든다. 분야별로 언급된 몇 권의 책으로 유추해보면 저자의 독서량이 상당하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도슨트, 궁궐 길라잡이, 많은 도서관에서 한 강의의 경력을 보면 그녀의 지식은 양과 함께 그만큼 체계적으로 잘 정립된 것도 알 수 있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보통의 안과처럼 예약이란 공리처럼 존재하지 않고 대기실이 복도와 비상계단까지 확정된 안과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하염없이 기다릴 때나 휴먼카인드와 같이 통념으로 알고 있던 것을 조리 있게 학문적으로 깨뜨려주는 - 그래서 머리도 아픈 - 책을 읽은 막간에 읽기에는 손색이 없다.

우재라는 고유명사보다는 '마흔'이라는 보통명사의 책 같아서 또한 나쁘지 않다. 삶을 돌아보며 어떤 전환점에서 애정으로 열심히 꾸준히 공부하고 생각한 것들을 담백하게 책으로 내주어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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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07-17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초딩님! 공리라는 단어에 초딩님 글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ㅜㅜ 마거렛 대처가 사회 따위는 필요 없고 오로지 자신과 가정뿐이다라고 했는데요. 공리가 먼저 제거된건지 아니면 사회에서 개인이 먼저 축출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우리는 ‘이기심의 시대‘를 살고 있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이기심이 꽃 피우는 세상 이게 아름다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스미스가 말한 ‘내면의 재판관이 말하는 소리‘가 어느 순간 무의미해진 건 확실해 보이네요. 물론 제가 카페에서 커피나 홀짝거리며 이상주의자처럼 내뱉고 있습니다만 현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사회로 귀결되고 있죠. 다시 한번 공리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초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