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

어설퍼 보이는 은행강도가 인질극을 어쩌다 벌인 이야기. 전개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초반에 사건은 끝나 있었다. 그 끝의 원인이며 그 원인이 현재와 연결된 실타래며 뭐 이런 것들로 이 두꺼운 책을 채울 수 있을까? 저자가 아무리 위트가 넘치고 깃털처럼 가벼움에 깃털보다 무거운 철학을 잘 버무린다 해도 버거워 보이고 억지처럼 보였다.


이야기는 다리의 역할을 건너는 것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리를 바라보던 사람들도 끌어들인다. 치밀하게 그리고 웃기고 슬프게.

티격태격의 도를 넘어선 두 경관은 부자지간이었다. 그들의 대조는 종이와 컴퓨터로 시작으로 모든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자식과 부모, 끝 즈음과 시작으로 확장되어 닫힐 줄 모른다. 그리고 벽에 커피잔이 날아가 부서진다. 아들이 아닌 아버지가 던진 것으로.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제 역할과 입장에 맞춰서 대조적이지는 않다. 신구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이 그들의 교집합이 '직업'이 대체되어 대리만족 되기를 바랬지만, 그대로 대물려졌고 역시 그 다리를 촉매제 역활을 한다. 선분으로 대립 된 줄 알았는데, 하나의 차원이 더해진다.

오디오북에 이어 구매한 종이책이 방금 도착했다. 마음에 드는 노란색 표지의 '불안한 사람들'은 10시간 분량 이상으로 피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작가는 처음이라"

책은 두 권인데, 콘텐츠별로 구매하니 5번 샀다. 콘텐츠는 유사한데 출판사도 저자도 다르다.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 평대 아래에서 2cm 폭을 겨우 차지하고 있었다. 어렵게 찾아 힘들게 빼서 계산했다. 반복되는 콘텐츠를 보고 있으니 출판사도 저자도 속상할 것 같아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은 에디터를 변호하고 저자를 잘 종용해서 한쪽으로 치우치기는 하지만, 얼마나 고초가 심했으면 이렇게 하소연하듯이 쓸까 생각했다. 13년 편집자의 출판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실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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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tranger 2021-07-08 0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선정, 축하드립니다. ^^

초딩 2021-07-08 10: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안전한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1-07-08 1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전한 하루˝라는 인사가 아주 특별하게 들리는 7월 8일이네요. 모두 안전하시길!

초딩 2021-07-10 15:57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정말 4단계로 힘드신 분들이 또 많이 생겨 가슴아픕니다. ㅜㅜ

2021-07-10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0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느 일요일과 같이 잠실 교보문고 들렀다가 잠실 알라딘을 갔다. 방금 팔고 간 코너를 보고 몇 권의 책을 검색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마스크를 쓰라고 할까? 아니었다. 럭키백! 알라딘에도 럭키백이 있나? 그래서 계산대로 달려갔다.


"럭키백은 뭐에요? 안에 책이 들었나요? 굿즈가 들었나요?"

(미소와) "... 에코백입니다"

"아.. 네"

"하지만 럭키백을 사시면 3만 포인트를 주시고 그 3만 포인트를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커피를 포함해서 책과 굿즈 계산할 때 10% 할인해준답니다"

"와! 주세요! 아 조금 이따 책 살 때 같이 살게요!"


그리고는 이 카키색으로 골랐다. 국방색을 싫어하지만, 이 국방색은 너무 예뻤다. 그리고 3만 포인터라니! 30만 원치 살 동안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의 구매 속도로 봐서는 잠실에서 3~4개월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날은 운 좋게 (?) 지난주에 못 봤던 챕터 북 두 시리즈가 있어서 16권을 샀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가볍고 아주 단단해 보인다. 알라딘 올 때마다 쓰기에 딱이다. 좀 많이 예쁘고 멋지다 ㅜㅜ

책을 가득가득 담고 다닐 생각에 신난다. 수납도 좋다. 1만4천 원에 3만 포인트라니! 여러 개 구매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을 깜빡했다. 색깔이 4개인데 그러면 12만 포인트!


그리고 주차비를 위해 목록에 있던 두 새 책을 교보문고에서 샀다. 한때 교보문고 최고 등급을 계속 유지했는데, 커피도 안 주고 잠실 교보는 등급에 상관없이 3만 원 이상이면 2시간 무료 주차 혜택이 있으니,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어 이젠 등급을 신경 안 쓴다. 카이스트 김대수 교수님의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에서는 뚜렷하고 손에 잡히는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공부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게임의 보상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는 열심히 해도 얻게 되는 보상이 명확하지 않다. 학교 의자가 공부를 잘 할수록 업그레이드된다든지 교문을 지날 때 배경음악이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든지, 그런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으면 공부를 게임처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또 줄 세우기의 비난을 면치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에코백으로 알라딘은 뜨고 교보문고는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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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05 22:5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코백이 혹하게 생겼어요. 카키색 예쁜데요 *^^*저도 카키색 좋아해요. 남편이 맨날 입대해서 원없이 카키색을 누리라고 ㅎㅎ

초딩 2021-07-05 22:55   좋아요 4 | URL
우하하하 ㅋㅋㅋ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암튼 이거 색 넘 예뻐요~ :-)

청아 2021-07-05 23:41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같이 입대해요 미니님! 저도 이 컬러 애정함요^^♡

난티나무 2021-07-05 23:0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 저는 잠시 갈등하다 안 샀는데 가방 이쁘네요.^^

초딩 2021-07-05 23:26   좋아요 6 | URL
요즘은 중고매장도 자주 가서 샀습니다 :-) 중복 구매 되면 하나 더 사서 드리고 싶네요 ~

새파랑 2021-07-05 23: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작년 럭키백 보다 훨씬 더 좋아보이네요~!! 저거 구매하면 할인되서 좋더라구요

초딩 2021-07-05 23:34   좋아요 5 | URL
ㅜㅜ 네 커피까지에 단박에 뛰어갔었어요 ㅎㅎ :-)
지구 방석도 샀는데
이제 문구류도 더 가볍게 쇼핑을 ㅎㅎㅎ

청아 2021-07-05 23: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교보문고 임원이나 홍보팀에서 이 글을 보고 반성좀 하길 바래봅니다ㅋㅋㅋㅋ

초딩 2021-07-05 23:47   좋아요 6 | URL
근데 꿈쩍도 안 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일하시는 분들은 참 친절하고 열심히시던데 ㅎㅎ 좀 안타까워요

햇살과함께 2021-07-05 23:4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거 계정당 하나만 적용 되요~ 저는 작년에 남편 계정도 해서 2개 했네요~

초딩 2021-07-05 23:48   좋아요 7 | URL
아하 하나씩이네요 ㅜㅜ 가족 동원 해봐야겠습니다 3만원 소진을 고려해서 :-) 좋은 밤 되세요~

그렇게혜윰 2021-07-05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동선이 바뀌면서 매장 갈 일이 없어져 작년거 13500원을 못쓰고 ㅠㅠㅠ 올핸 패스요. 다만 저 가방은 예쁘네요^^ 이노무 물욕!!!

scott 2021-07-06 07:47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그냥 이번에 ‘에코백‘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22주년인데도
5만원에서 3만원으로 할인폭 줄이고(물론 문구류까지 넓혔지만)
22퍼센트는 할인해줘야 하는뎅 10퍼센트로 줄인,,,
22주년 럭키백은
한정수량 매장당 천개만 구비해놓고
그 속에 텀블러 드립백 북파우치_북마크 북노트 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만들어야 럭키백!!
초딩님 몇개 더 사고 싶어하시는데
제가 찬물을 끼얹고 감요
.
∧∧ ☆
☆ ( ´ ∀ˋ)ノ
( O ☆
ᒐ ´ *

bookholic 2021-07-06 05:13   좋아요 6 | URL
알리딘은 고객의 소리를 듣지 않는 건가요???
럭키백 혜택이 점점 줄어드네요 ㅠㅠ
예쁜 디자인으로 유혹하는 작전으로 바꾼 것인가요?

그렇게혜윰 2021-07-06 07:44   좋아요 6 | URL
맞아요 작년 혜택 그대로여도 매장 멀어 안 하려고 했는데 이번 혜택보곤 뒤도 안 돌아봄....그냥 에코백만 예쁜...

그렇게혜윰 2021-07-06 07:43   좋아요 6 | URL
작년에도 커피는 됐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7-06 10:17   좋아요 6 | URL
별거 다 아는 scott님. 쓴소리 전문가. 알라딘 저격수. ^^;;

초딩 2021-07-06 19:58   좋아요 4 | URL
결국 10퍼센트 할인을 해도 많이 팔 수록 이익일 것인데
해마다 줄이는 건 아타깝네요.
출판이 불황이긴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ㅜㅜ 저도 안에 뭔가 들었을 중 알았는데 ㅎㅎㅎ

오늘도 맑음 2021-07-06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국방색^^ 남성들 대체로 싫어하신다는ㅋㅋㅋㅋㅋㅋ

초딩 2021-07-06 19:58   좋아요 4 | URL
ㅎㅎㅎㅎ 맞아요 맞아
근데 바지 반이 국방색인 걸 확인했어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06 2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야~ 신난 초딩님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가방 넘 예뻐요~ 혜택도-스콧님 들음 노하시겠지만 전 첨 들어서- 괜찮은데용?ㅎㅎㅎㅎ
럭키백이니만큼 책과 함께 행운도 우르르 받으시길! 하긴 폐휴지에서 전집 주우시는 분이시니, 행운은 이미 풀충전이신가?ㅎㅎㅎㅎ

초딩 2021-07-06 22:3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전집 기억하시네요 ~
럭키백 처음 사봐서 마냥 좋기도 합니다 ㅎㅎㅎ

얄라알라 2021-07-07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렇게 대강대강이네여. 저도 어제 10시 문닫기 직전 알라딘 매장에 가서 초딩님 집으신 것과 똑같은 에코백 집고 10%할인은 봤어도 30000포인트는 놓쳤어요. 튼실하게 생겼네 하고 내려놓았는데 혜택 좋은데요^^

초딩 2021-07-10 15:59   좋아요 0 | URL
ㅜㅜ 아구 아쉽네요.
북사랑님 잘 지내시죠~ ^^
안전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Book] 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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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이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자신의 천재성과 은둔자와 같은 기이함을 투여한 그르누이를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의도했을까?

한쪽 도시의 끝에서 다른 쪽 끝의 도시에 있어도, 몇 개월 아니 몇 년이 지나도 맡았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이 기괴한 천재는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최고의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25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을 무감각하게 살해하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재능으로 부와 명성과 탐욕을 얻었던 이들은 모두 죽으며, 마지막엔 25번째 피해자의 아버지는 그르누이의 향수 때문에 딸을 죽인 살인마인 그를 무척 사랑하게 되고 아들로 삼고자 한다. 탐욕으로 그 대상을 얻고 난 비극적 종말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냄새를 알고, 어떤 향수든 만들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냄새가 나지 않아 결국 인간 냄새까지 만드는 모순된 천재의 비애를 그리려고 했을까?

8년 이상 독일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머무르며 49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2천만 부 이상 팔린 이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왜 그토록 팔리고 읽혔을까?

역자의 말대로 '향수'는 소재가 특이하고, 18세기 풍속도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고, 독일 특유의 철학과 문학을 결합했지만, 난해하지 않고 쥐스킨트의 치밀한 문장력으로 독자를 작품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첫 작품이며 또한 대표작이다.

그런데, 이 18세기 프랑스의 한 남자로 무엇을 전하려고 한 것일까?


18세기 프랑스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

단지 그의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중에서, p6


시각이 컴퓨터 네트 속도인 초당 1,250MB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면, 후각은 청각과 함께 초당 12.5MB이다. 그리고 우리 뇌는 시각을 처리하는데 더 많은 영역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The bandwidth of our senses by Tor Norretranders.


오늘 아침을 떠 올려본다. 일어나기 전 베개를 중심으로 몸을 비틀어 자고 있어서 어깨와 허리에 기분 좋은 비틀림이 느껴진다. 아침의 부산스러운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잠을 깨우지는 않고 들려온다. 십 년은 넘게 함께해온 친근한 매트리스가 요는 어디로 간데없어 내 손바닥에 그대로 느껴진다. 비가 와서 그런지 여느 때 보다 촉촉하다. 축축하지는 않고. 눈을 뜨기 시작하면 시각에 온통 집중되어 나머지 감각들은 존재를 인지하기 어렵다. 콘푸로스트에 우유를 붓고 한입 뜨니 우유가 달다. 국처럼 들어 우유만 또 마셔본다. 그리고는 운전을 좀 했다. 논슬립패드형 주차번호판의 숫자 하나가 어디로 달아나버려 집에 있는 하얀색 둥근 주차번호판을 대신했더니, 그 번호판은 앞 유리에 반사되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낸다. 공중에 UFO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후각은? 후각은 잠자는 동안도 잠에서 막 깨어날 때도 아침을 간단히 먹을 때도 운전을 할 때 느껴보지 못했다. 그리고 의도해서 후각을 발휘하기 위해 그르누이처럼 콧구멍을 벌렁거려봤지만, 난 그의 천재성과는 무관하다. 콧구멍을 좀 만져보지만, 수염의 촉감이 기회다 싶어 내 손가락에 자신을 어필한다.

일상에서 후각은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 같다.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쁠 때. 그리고 다른 감각의 원시적이고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생존'과 '종의 번식'에 따라 후각은 자신의 제역할을 충실히 할 뿐인 것 같다. 안전한 사회가 되고 일상에서 '종의 번식'에 관계된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 향 좋은 핸드크림이나 방향제를 통해 잠시 느끼다 익숙해져 그마저도 느낄 수 없다.

향수.

특별한 모임이나, 치료, 남녀의 만남에서 어렵게 후각이 주요 등장인물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는 '향수'가 있다.

우리의 오감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의 오감이 제 기능을 덜하거나 못할 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한시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잘 적응하지 않는가?

인간이 인지하는 일상에서의 빈도와 중요성은 그 인간의 삶의 수준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정치도 패션도 생각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후각과 그 후각의 고도화에 서 있는 향수는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어야 생각해볼 수 있는 감각 같다. 그리고 그것을 수준 높게 (?) 쥐스킨트가 향수에서 다룬다.

'감각하다'는 다음과 같이 외부 세계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가. 그르누이는 냄새의 천재이지만, 정작 자신의 냄새는 맡지 못한다. 그리고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모든 바깥세상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됨을 느끼지만, 그 추한 모습에 정작 얻은 것이 이런 것이냐며 실망하고 자신의 몸에 "그가 병마개를 열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향수를 붙는다. 공동묘지의 온갖 하층민들은 달려들어 그를 서른 조각으로 나누어 식인한다.


감각하다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리다.


sense

a faculty by which the body perceives an external stimulus; one of the faculties of sight, smell, hearing, taste, and touch.


인간 세상이 발전하면서 후각의 비중이 커진 하나의 모습으로 그르누이가 등장한다.

외부 세계를 무한히 감각하지만, 자신은 느낄 수 없었다.

이제, 감각하는 것을 넘어 외부 세계가 자신을 감각하게하고, 자신을 느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조정되는 외부 세계는 추하고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자멸한다.

'도를 넘었다'는 말이 어울리며, 그것은 우리 인간이 어떤 자연스럽게 설계되고 의도된 것을 넘어설 때,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쥐스킨트는 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이 위대한 책의 '던짐'을 유추해본다.

그가 병마개를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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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04 1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드는 리뷰에요. ‘후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 ㅎㅎ
이 작품은 책도보고 언젠가 영화도 본것 같아요. 전 후각이 둔한걸 보면 발전형 인간은 아닌거 같아요 ㅡㅡ

초딩 2021-07-04 22:23   좋아요 2 | URL
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저도 오래전 봤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납니다. 향수를 자신에게 붓자 사람들이 달려들었고, 형체도 없이 사라진 그르누이를요.
전 이 책 덕분에 제게 후각이 있는지 미안하게 인지했네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07-05 15: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향수가 이성적으로 해부된 느낌 ㅎㅎ 색다르고 재미있어요 리뷰가. *^^*ㅎㅎ 저는 향수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콘트라바스 참 좋아했어요. *^^*

초딩 2021-07-05 19:00   좋아요 2 | URL
색 다르게 봐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요즘 또 뇌과학책을 읽다 얼마전 시각화 관련 내용이 생각나서 같이 버무려 봤어요 :-)
좋은 저녁 되세요~
 

'향수'를 거의 다 들어서 다음 오디오북을 고르다 '작가는 처음이라'는 오디오북이 있어서 들었다. 초보 작가들을 위한 첫 책 내기와 출판 생태계를 소개해줘서 흥미롭게 들었고, 전자책도 사고 밑줄 긋고 빠르게 참고하기 위해 종이책도 샀다. 다 샀다. 저자나 문장은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책의 콘텐츠에 관심 있었고 한 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그은 밑줄만 추려서 목록 형태로 본다든지 검색을 하는 것은 탁월하지만,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스캔하듯이 내용을 훑어보거나 띠지를 3M 플래그로 표시를 해서 찾아가는 것은 종이책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아무튼, 마흔 살까지 열심히 살았고, 책과 신문을 꾸준히 보고 평소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상도 탄 작가가 굳은 결심으로 책을 썼고, 투고한 후에는 화장실에 앉아 그동안의 노력과 그 노고의 결과물로 인한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성찰한 감회의 감정들이 어우러져 옆 칸의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고 울었다는 이야기는 어떤 보통 사람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그래서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동기부여를 뜨겁게 해 주는 사람을 우연히 중고거래에서 생각보다 좋은 물건을 들고나온 아저씨를 만나는 것 같았다. 거래 후에도 이제 내 소유가 된 물건에 대해 절약과 소유의 타협에서 오는 만족함을 즐길 때면 함께 생각나서 그 만족함을 더 해주는 그런 아저씨 같았다.



책을 내려는 목적부터 출판의 형태, 어떤 독보적인 주제를 가져야 하는지, 기획은 어떻게 하고 자료수집과 목차구성 추천사, 프롤로그, 에필로그, 문장을 쓰는 법, 글을 쓰기 위한 시간 확보, 진도 체크, 동기 부여법, 출판사에 책을 내기 위해 투고를 하는 메일의 구성, 출판 시장, 서점의 생리 등, 책을 내기 위한 모든 것을 다루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의 깊이는 다소 부족하고 진부한 내용도 산재해서 책을 주의 깊게 읽지 못하고 통독하게 했다.

이 책이 세 번째 책이라고 했는데, 흔히 말하는 '대중서' 세 권을 썼다. 마흔 살이 마흔살에게 전하는 위로를 쓴 책과 유대인 교육, 그리고 이 책이다. 저자의 전문성도 아쉬웠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도 접하고 싶어 책 쓰기 책을 검색했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았다. 12년 차 편집자가 책을 쓰는 것에 관해 썼고 다루는 내용은 유사했지만,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직접 책을 편집하고 내는 일을 12년 한 사람의 목소리는 훨씬 더 체계적이었고 전문적이었고 신빙성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다음 문장을 보니 생소하지가 않았다. 152와 225 그리고 20과 225 마지막 특히 마지막 단지 2cm 가 그 흐름이 이 문장의 구조가 두 번 읽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의 책이 나온다면 그 넓디넓은 공간에 가로세로 152x225mm(평균적인 단행본 사이즈)의 공간만이 주어집니다. 이조차도 길어야 2주이지요. 신간 매대에 놓였다가 책 판매가 저조하면 바로 서가에 꽂힙니다. 주어진 공간은 가로세로 20x225mm 정도가 되겠군요. 네! 20mm, 그러니까 2cm 말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p35

-알라딘 eBook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양춘미 지음) 중에서. 종이책 출간 2018년 8월


그래서 첫 책에서 152를 검색하고 아래 문장을 찾았다.


다시 말하면 내 책이 나오면 서점의 넓은 공간 중에 평균 단행본 크기로 가로 152mm, 세로 225mm 좁은 매대 공간만이 할당된다. 그것도 길어봐야 2주다. 판매가 신통치 않으면 신간 매대에서 바로 서가에 꽂힌다. 공간은 가로 20mm, 세로 225mm 정도로 더 줄어든다. 20mm, 그러니까 2cm다. 이것이 출판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p245

-알라딘 eBook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지음) 중에서. 종이책 출간 2020년 9월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몇 번을 읽어봐도 하나의 문장과 그 문장의 복제본임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시중에 나온 책 쓰기 책이 현실에 맞지 않고, 책 쓰기 학원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본인과 같은 일반인에게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도 많다며 친근하게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이 첫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냈다고 하는 '작가는 처음이라'는 책이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을 지나치게 참고한 것 같다. '작가는 처음이라'의 저자는 당연히 표절에 대해서 다룬다. 불행하게도 위 두 문장은 한 문장을 보고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시 정리' 한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의 사색과 철학으로 재정리한 것 같지도 않다.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준 것 같지도 않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모아 둔 것을 옮겨 쓴 느낌이 지배적이다. 혹시라도 위와 같은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준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몹시 나쁜 짓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한 권만 표절해도 사실상 작가에게는 치명적이다. 표절은 문장을 그대로 베낀 것을 말한다. CtrlC+CtrlV를 통해 글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문장을 갖다 붙였다면 명백한 표절이다. 즉 저작권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문장 표현이 다르면 표절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시 정리했다면, 법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한 원래의 글을 자신의 사색과 철학으로 재정리해도 된다.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주면 된다. 저작권은 문장표현을 보호한다. p167

-알라딘 eBook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지음) 중에서


책 쓰기와 출판의 생태계를 처음으로 접하게 해줘서 '작가는 처음이라'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오디오북, 전자책, 종이책을 모조리 산 것도 아깝지 않다. 그런데, 표절에 가까운 문장을 발견하니 책의 나머지에도 의구심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3개월 안에 책 내기'를 하다 보니 생기는 실수일까? 사실 그래서 오타도 있고 자음과 모음이 아예 깨진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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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7-02 23: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헉! 너무한데요??? 문단이 통째로…

초딩 2021-07-02 23:13   좋아요 5 | URL
좀 많이 놀랬어요. ㅜㅜ 정말 ㅜㅜ
그리고 이렇게 바꾸는군 괜찮나라고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지금도요)
근데 이 책이 책쓰기 가이드책이라니 ㅜㅜ 좀 화도 나고 우려도 되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7-02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전 이걸 찾아내신 초딩님의 읽기가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깊이 있게 읽으시고 공부하는 모습 배워갑니다. 저건 진짜 대놓고 문장 좀 고치며 베낀 걸로 보이네요~ㅠㅠ

초딩 2021-07-03 12:35   좋아요 2 | URL
:-) 항상 저를 춤추게 칭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결국 차지하게 되는 2cm 라는 공간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표현을 이즈 잘 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책에서 바로 또 만나서 누가 누구를 참고했는지 찾아보고 이렇게 포스트를 썼습니다. :-)

초란공 2021-07-03 00: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학~~.ㅋㅋ 눈 밝은 독자님이십니다^^ 생각해보니 국내 출판 도서들은 참고문헌 정리도 안된 책이 많아서 항상 불만이었어요. ‘도대체 이 소리는 어디서 한건지‘ 확인이 불가능 해지는 것이 답답했는데, 자신이 참고한 문장이나 내용을 떳떳하게 참고문헌으로 정리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좋은 작가, 필자가 더 많이 나오겠지만 짜집기해서 책을 써내는 사람도 더 많아지겠지요. 어떤 주장을 페이퍼에 참고해서 쓰려고 해도, 원 출처가 어디인지 국내 서적은 참고문헌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초딩 2021-07-03 12:37   좋아요 2 | URL
우아 “눈 밝은 독자” 표현 넘넘 좋아요 :-)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인용 참고 한 것에 대한 원저자를 밝히는 것에 아주 인색한 것 같아요.
글들에 각주나 레퍼런스를 열심히 달면 훨씬 더 보기가 좋던데 … :-)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맑음 2021-07-03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너무 멋져요~!! 언제나 초딩님을 응원합니다~!!!!!

초딩 2021-07-03 12:37   좋아요 0 | URL
맑음님 ~ 항상 맑음님이 오면 재 서재가 맑아져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자성지 2021-07-03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개월 안에 책 내기를 하다 보니 오타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에서 미소가 번집니다. 면밀히 살피는 독자들이 있어 표현 하나에도 더 신중을 기하며 지내는 것일 텝니다.

초딩 2021-07-03 16: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넵 :-) 저의 오타나 잘 못 된 것 보다 남의 것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작가는 그전에 올바른 독자여야 한다는 말 좋았어요 ㅎㅎ

베터라이프 2021-07-03 15: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많은 북플러 분들은 자기만의 책을 내고 싶어 하시죠. 그건 정말 값비싼 스포츠카를 갖고 싶은 것과 비슷한 욕망이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초딩님~~~

초딩 2021-07-03 16:14   좋아요 2 | URL
사람들 상황에 따라 기획 자비 독립 출판을 할 수 있을 건데,
1인 미디어 시대에 따라 출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는데, 그걸 또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용하는 이도 많아 지는 것 같아요. 문제는 잘못된 정보나 올바르지 않은 길로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베터라이프 2021-07-03 16:20   좋아요 2 | URL
초딩님 댓글에 다시 첨언을 드려봅니다. 저번에 출판된 극우 유튜버의 책 출판을 좀 알아보니 요즘은 일반인들도 정치인의 회고록 출판과 같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더라구요. 이러한 출판 형태가 양면성이 있어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의미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다만,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하기에 스스로 많은 고려와 숙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초딩 2021-07-03 16:27   좋아요 2 | URL
네 :-) 그말 양춘미 편집자이자 저자가 서두에 강조했어요.
그리고 그래서 나무에게 미안하지 말아야한다고요 ㅎㅎㅎ 초판 1~2천부가 팔리지 않으니 창고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중소규모 출판사들은 일정 기간 지나면 딱지 붙여서 모두 소각한다고요. 물류비 때문에 ㅜㅜ

베터라이프 2021-07-03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은이로부터 책 출판과 관련된 비용이 들어오니까 소규모 출판사들은 그런 조그만 수입이라도 얻고 싶어하더군요. 정부에서 지금도 소규모 출판사에게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민 1인 독서률이 처참한 수준에서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확대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정부는 안 그렇지만 다른 부류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스스로를 교육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에 시기는 지금이 딱 좋지 않나 싶네요. 아까운 책들이 소각장으로 가는 건 안타깝긴 하네요.

초딩 2021-07-10 16:00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인용이 바로 잡힐 것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로 방금 글을 올렸는데요, 일이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ㅜㅜ 말씀하신대로 사람들이 책 읽는 것을 더 즐기고 책 사는 것에 책 내는 것에 덜 부담되는 좋은 정책이 절실 한 것 같습니다.
 
[eBook]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Call me Ishmael

"나를 이슈메일이라고 불러 달라"를 어떤 보편성을 살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라고 명 번역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슈메일은 히브리어로 읽으면 이스마엘이 된다. 유대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은 아내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하녀에게서 아들 이스마일을 얻지만, 후에 아내가 아들을 놓자 하녀와 이슈메일은 추방되어 팔레스타인의 사막을 방랑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 이스마엘, 즉 이슈메일을 어떤 특정한 이유 없는 니힐리즘적인 도망자의 보편성을 뜻하며 이름 지었다고 한다.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보편성은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성질'로 universality 로 볼 수 있다.


Universality: the quality of involving or being shared by all people or things in the world or in a particular group.

세상이나 한정된 그룹 안에서 모든 사람 또는 모든 것에 관계되는 성질로, 즉 우리 모두에게 당연시되는 것을 말한다.


본처가 아닌 하녀에게서 '대체'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본처의 자식이 생기면 그 '대체'의 영광은 아무런 이유 없이 허무하게 버려지고 마는 것은 저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에서 인용한 실낙원의 절규를 우리 모두가 공리처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프랑켄슈타인


그래서 "Call me Ishmael"은 이 땅 위의 우리 인간이면 누구나 짊어지고 있을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역자는 그 보편성을 함축한 첫 문장을 '가정', '전제'로 "내 이름을 이슈메일 이라고 해두자'로 번역한 것이다.


그 방랑자이자 도망자는 구약성서 '열왕기'에 포악한 왕으로 등장하는 아합을 영어식으로 읽은 '에이해브' 선장의 배를 탄다. 에이해브는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을 죽음과도 바꿀 만큼 증오하고 쫓는다. 쫓는 자, 공격자인 에이해브도 결국 우리 인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증오로만 이루어진 심장을 가졌고, 복수로 된 말만 하고, 가차 없이 종횡무진 하지만, 복수 대상 종족의 뼈를 추하게 박고 있는 외다리만 가진 에이해브와 스타벅의 대화를 보라. 복수심에 눈이 멀어버린 에이해브를 제압해서 자신과 모든 선원과 피쿼드호를 구하려 했던 성직자 같은 스타박은 에이해브와 가장 큰 대립 구도를 가지는데, 이제 모두 수장의 소용돌이에 모든 것이 자명하게 빨려 들어갈 것이 명확한 추적 셋째 날에 그 둘은 모든 것이 해갈되었지만 그 해갈은 끝은 비극을 용해하고 뚫고 나아가지 못한 채 가슴 아프게 대화할 뿐이다.


“어떤 자는 썰물에도 죽는다. 어떤 자는 얕은 물에도 빠져 죽고, 어떤 자는 홍수에도 죽는다. 나는 지금 가장 높은 물마루에 도달한 파도 같은 기분일세. 스타벅, 나는 이제 늙었네. 자, 우리 악수하세.”

“오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귀하신 분이여, 가지 마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보세요. 용감한 사나이가 울고 있습니다. 당신을 설득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p910


에이해브의 복수심과 증오와 분노가 모멘텀을 서서히 가속시켜 '행동'이 가열되어 나아간다. 그 감정들은 감정일 뿐. 시간이 지나고 바닷새와 지고 뜨는 해를 보고, 자신과 무관한 자연의 바다와 그 바닷속의 생명을 보다 보면 그 감정들은 결국 시간 앞에서 그 허무함의 베일을 벗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감정으로 이미 가속된 모멘텀은 이제 그 연료였던 감정이 없어도 더욱더 빠르고 광폭하게 돌아갈 뿐, 결코 멈출 수 없다. 그 모멘텀에 연결된 행동도 그리고 그 행동의 끝에 말려져 걸려있는 운명마저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에이해브는 자신에게 두 에이해브가 있다 했던가.


어제의 영광은 원래부터 없었고 알 수도 없는 이유로 사라지고 내몰리어 목적지도 안식처도 없이 방랑하는 이슈메일은, 동력을 지속시킬 연료와도 같은 분노도 증오도 모두 사그라져 버렸건만 이제 그 모멘텀의 불가항력적인 가속으로 덧없지만 벗어날 수 없는 이룰 수 없는 그리고 죽음만이 결과로 기다리고 있는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에이해브를 '관찰'한다.


이 소설에서 이슈메일은 결코 주인공들에 낄 수 없다. 그가 이스마엘로서 자신의 삶이라고 여겼던 무대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아닌' 방랑자가 되었듯이, 이슈메일은 에이해브를 스타벅을 스터벅을 퀴퀘그를 그리고 그들의 피쿼드호를 바라보고 서사할 뿐이다.


고래의 분류와 신체 각 부위, 몸속의 장기와 머릿속, 습성 등에 대한 온갖 지식과 고래의 어장, 포경선과 보트, 각종 도구, 잡은 고래의 처리 과정과 그 귀한 기름의 정유 과정, 회사 등 포경에 대해 총망라한 서사와 고래에 관한 수많은 역사와 인물 등 그 모든 것을 고래의 분수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물줄기처럼 쏟아내지만, 정작 모비딕을 만나 싸우다 덧없이 이슈메일을 제하고 모두 수장되는 것은 몇십 페이지일 뿐이다. 이 또한 얼마나 허무한가. 수백 페이지에 걸친 모든 지식의 분출은 잡힌 고래든 도망친 고래든 모든 쫓는 자들을 산산조각 낸 고래든 그 모든 고래에게서 뿜어져 나와 저 대양에 그들 각 고래의 운명과는 무관하게 흩어져버린 물줄기처럼 덧없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최초로 백인에게 항쟁하다 전멸한 최초의 부족 이름을 딴 피쿼드호를 타고 우리 인생의 니힐리즘을 내용과 전개가 천차만별의 다층성과 인물과 사물의 이름이 중의적이고 복잡한 중층성 의미를 그 '허무함'을 가득 실어 그 수장의 소용돌이로 마치 우리의 죽음의 그 끝의 홀로 두텁게 내던진다. 그 첫 문장의 보편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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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07-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7-10 16:03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월천예진 2021-07-10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일 있으시군요. ^^ 인사가 늦었습니다. 축하드려요..♡♡♡

초딩 2021-07-10 17:18   좋아요 0 | URL
아 예진님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오늘도 맑음 2021-07-11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초딩님^^ 이게 머선일이고~!! 2관왕~!!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넘 자랑스럽슴돠^^

초딩 2021-07-11 22:22   좋아요 0 | URL
우아 맑음님이 이리 좋아하고 축하해주시니 좋으네요~
어데고? ㅎㅎㅎ 친근하네요 :-)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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