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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평점 :
2017년도에 나온 책인데, 마치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전자회사의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일과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다.
아이폰이 나올 때부터 앱을 만들어서인지 핸드폰도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보지 않는다.
시간도 핸드폰으로 확인하기 싫어서 바늘 시계를 차고 다닌다.
책의 내용처럼 모든 음악 앞에서 아무것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곡명이 무엇인지 누가 부르는지도 모른채 다음, 검색을 반복하는 자신을 보고 LP에 손이 간다.
온갖 아이패드 노트 앱을 받아보고 분석하고 리뷰를 보다지쳐, 노트를 계속 써왔고, 지금은 알라딘의 활짝펼침 노트에 온전히 반해있다.
아이패드 펜슬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스테들러, Palomino 연필 수십자루가 책상 위에 있다.
커피는 홀빈을 갈아서 내려 마시고, 전자책은 잊은지 오래다.
아날로그의 회귀.
책은 말한다. 아날로그가 그리워서 멋있어서 회귀하는 것이 아니고, 아날로그가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 보다 더 올바르고 효과적이여서 회귀한다고 한다. 미국의 교육은 망했다고한다. 후진국 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온갖 디지털기기로 교육을 재편하려했고, 교사를 제거의 대상으로 디지털화한 결과는 참담했다고 한다.
회사의 회장을 엘레베이터에서 만나 20초만에 자신의 아이디를 전달하고 싶을 때, 냅킨위의 스케치를 대체할 아날로그는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스케치북에 크레옹으로 그림을 그리며 만지고 냄새 맡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미술 시간은 아이패드의 어떤 스케치앱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스케치앱은 많은 감각을 배제한채 앱의 통제하에 그 활동을 왜곡 시켜 아이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LP와 턴테이블의 생산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고, 창고 먼지 속 LP 생산 기기들을 찾아나서기 모자라 이제는 생산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대형 서점들과 독립 서점들이 다시 생겨나고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의 가장 핵심에 있는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몰스킨을 들고 다니고 수제 맥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고 한다. 가장 디지털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수도원 지하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듯이 아날로그를 즐기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키보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