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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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지만, 음악을 지금 들을 수 없다. 도쿄의 지하철에서 쓰쿠루를 생각해봤다. 아키하바라역에서 난 신주쿠역을 가볼 수 있을까? 라고. 햇빛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어있으면 색은 바래지겠지. 거울이란것만 없으면 난 내 색도 제대로 볼 수 없는데 말이다. 음악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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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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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p300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대영제국의 '위대한'으로 연결 시켰다. 그 위대함을 자신의 직업인 집사에 붙여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본질은 '품위'라고 자답했고, 그 '품위'는 남들 앞에서 벗을 수 없는 것들이라 귀결 시켰다. 


"즉 '품위'는 자신이 몸담은 전문가적 실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집사의 능력과 결졍적인 관계가 있다." p57

"그가 그 옷을 벗을 때는 오직 본인의 의사가 그러할 때뿐이며, 그것은 어김없이 그가 완전히 혼자일 때이다." p58


궁색하고 오만한 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중반까지 읽던 난 '이 번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고 있고, 직업관에 대한 흥미로운 책이다'라며 떠별였다.

일급 집사로써, 주인공 스티븐슨은 저택의 행사 준비 때문에 바로 윗층에서 숨을 거둔 자기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즈음 나는 "여러분이나 나와 같은 사람들은 ~~"으로 맺은 '작가', '주인공' 그리고 '독자'의 동맹이 이미 책의 중반 정도에 파기될 운명으로 의도된 것임을 - 작가의 정확한 계획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 알게 되었다. 


"자네 지금 울고 있는 사람 같네." 나는 웃으면서 손수건을 꺼내 얼른 얼굴을 훔쳤다. p137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시대의 유물로 전락해버린 마지막 일급 집사를 통해, 찬란했던 대영제국이 그 신사다움으로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을 감싸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히틀러의 꼭두각시가 된 것을 풍자했다.

집사의 주인이 독일을 도운 것으로 비판 받을 때, 주인의 품성과 신다움을 앞세워 그것은 오해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저 집사로써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뿐 항변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렇게 '일급 집사'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자신을 사랑하던 - 자신도 사랑했던 - 여인 '켄터'양도 떠나보낸다.


대영제국의 해는 저벼렸고, 달링턴 홀의 주인은 미국인으로 바뀌어버렸다. 하인의 수는 줄었고, 자기와 몇몇은 저택과 함께 일괄 거래되었다.

스티븐슨은 신사다움 보다는 위트와 재치 가득한 농담을 좋아하는 새 미국 주인을 잘 섬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 받쳐 '농담'의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라는 그 저녁에도 말이다.


'품위'. 그것은 그저 실제 자신의 얼굴이 되었으면하고 바라는 가면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때도 쉬이 벗어 던질 수 없는 숨막히는 가면.


스티븐슨이 마지막으로 켄터양을 만난 때마저, 작가는 가혹하게 반전 하나 주지 않는다. 이미 파기된 우리 셋 (독자, 작가,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어떤 뜨겁고 가슴아픈 고백이나 - 특히 스티븐슨으로부터 - 회한, 애절함 따위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집사의 The Remains of the Day라는 잔재는 나에게 더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부커상을 받은 이 책은, 위대한 일급 집사 '스티븐슨'이 '일'을 위해 인생의 가치 있는 많은 것들을 잃어서 어리석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이 모든 것을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셋의 동맹은 파기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분이 알라딘 100자평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The Remains of the Day"를 "남아 있는 나날"로 번역한 것은 아무리 의역이라해도 오역 같다. 이시구로가 자기 친구가 언급한 프로이트의 개념 중 하나인 '낮의 잔재'에서 제목을 착안했다고하니 말이다.



:-) 사진은 최근에 출장으로 다녀온 아키하바라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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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01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8-01-01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요!
올려 주시는 풍경 사진도 넘 좋으니 끊지 마시고요^^*

별이랑 2018-01-01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께서 올려주시는 글은 딱딱하지 않아서 저는 좋더라구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매끄럽게 풀리시길 바랍니다.

˝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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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강력한 자로 남기를 원한다면 변변치 않은 존재로 남아 있어야한다." p346

바킬페드로,

조시언이 데이비드 경을 염탐하는 일을,

데이비드 경이 조시언을 은밀히 관찰하는 일을,

앤 여왕이 조시언과 데이비드 경의 일상과 주변의 일을 보고하는 일을,

그 세가지일을 하는 사람의 가장 훌륭한 묘사이다.


"그러나 때로는 최초로 시작하기 보다 두 번째로 따라 하기가 더 어렵다. 기지는 좀 모자라야하고 용기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람은 심연이 뻔히 보이건만 그 속으로 뛰어든다." p303


빅토르 위고의 묘사와 서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 많음과는 또 달랐다. 효용성 없는 현학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번역의 '~더라' 체가 인상적이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서정적인 만연체와도 또 다르게, 몇 십줄의 문장이 하나의 통 문장으로 덩어리지고 범벅이 되어, 하지만 빠르게 읽히는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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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3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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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한다.

'길이'도 '어떤'도 언급하지 않은 '시간'


여전히 억울한가보다.


국내/외에서 암 관련으로 유명한 의사가 '돈'을 좋아한다는 말에

"It's hard to believe"라고 내뱉었듯이,

난 지금 "믿기 힘들다".




Photo @ Hyatt House Atlanta/Down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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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0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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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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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작 몇 시간을 찾아 헤맸는데도,
세상 밑바닥에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의 그 시간을, 나는 다른 시계라며, 이해도 공감도 못했습니다.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더 긴 시간을 보내며 메모한 글들을 나는 기계적으로 정교하게 생산된 글이라 몰아세웠습니다.

‘미안합니다’는 부질없음을 배웠지만 또 미안합니다.


사진은 올랜도에서 동쪽으로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Daytona Beach에서 본 대서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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