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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고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의미를 정해
놓은 뒤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우리가 손을 '손' 이라고 부르는데 꼭 '손' 일 필요는 없다. 처음에 손 대신에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면 우리는 손 대신에 어떤 다른 단어를 사용했을것이다.
이 언어는 사회에서 의미를 부여 받으면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
1. "각하" 의 역사
'각하' 라는 단어가 있다. 대통령을 높이는 말인데, 이 것이 권위주의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없애자는 추세다.
대통령에게 권한을 준것은 맞지만 국민들이 대통령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하라는 단어는 옛말에서 온것인데 폐하 전하 저하...순으로 가면서 가장 낮은
(높임말중에 가장 낮은) 각하를 사용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권위를 높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런 권위주의로 인해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는 의식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각하라는 단어의 사용으로 인해
부정적 인식 (권위주의적 대통령) 이 굳어지면서 이 단어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생겼다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에게 국민의 위에 있는 "왕" 에 해당되는 호칭을
주는 것은 민주주의와 맞지 않기때문에 이런 호칭을 없애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 미혼과 비혼
- 이력서를 쓸때 결혼 유무를 묻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뭐때문에 개인적인 부분을 물어야 하는지가 더 먼저긴 하나 (부양가족을 묻기 위함이라 본다) 어쨋든 우리는 적는다.
이때 이혼을 한 사람은 미혼인가 비혼인가? 단순히 현재 결혼을 했느냐 안했느냐를 물으면
미혼이 맞지만, 이게 맞는지?
또한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음' 을 말한다. 근데 나는 결혼할 마음이 없다면?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을건데 왜 언젠가 결혼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 하는 것인지?
3. 미망인
- 남편을 여읜 여자를 미망인 과부 등으로 부른다. 과부보다 미망인 이란 단어가
높임말인것 같아 쓰고 있었다면 한자풀이를 보자
아닐미, 망할망, 사람인 으로 '아직 망하지않은 사람' 을 뜻한다.
뜻이 몹시 좋지 않다.
미망인 과부에 해당되는 남성용어는 없다. 우리 사회에 남성중심 용어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
4. 짜장면 vs 자장면
- 누구도 말할때 자장면이라 하지 않는다. 아나운서를 빼고는, 그러나 11년 짜장면을 국립 국어원이 인정하면서 우리는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자장면만 쓰게 한 이유는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외래어 표기 규정때문이다.
첫 음절에 된소리를 쌍자음으로 표기하지 않기때문이고,이를 허용하려면 예외규정을 두어야 하는데 예외가 생기면 규정의 권위가 낮아진다.
(책에서 나왔는데 문서화된 어문규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뿐 이라고 한다)
5. 요즘 어른 vs 요즘 애들
- 과거 신문의 기록을 보니 1930년대에도 50년대 에도 그리고 2000년대에도
"요즘애들" 의 언어생활이 형편없다는 신문사설을 볼 수 있었다.
30년대 10대 20대 "요즘애들"은 50년대에가서 "요즘애들"을 비판한 "요즘어른" 이 되었을것이고 그때 비판받은 "요즘애들" 은 다시 00년대에 가서 어른이 된후 요즘애들을 비판했다.
정말 요즘애들의 언어수준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본다.
흔히 요즘애들이라는 말은 쓰는데 반면 요즘어른이라는 말은 거의 안쓴다. 어른들이
손아래 사람들, 특히 10~30대의 사람들을 나무랄때 쓰는 말인데 이 단어도 연장자
중심의 사회에서 생겨난 잘못된 표현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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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단어에 대해서 근본 의미를 파악하고 꼬투리를 잡는다
최근 이른바 프로불편러라 부르는,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느기지 못했던 불편함을
끄집어 내서 공론화 시키는것인데, 나 역시 프로 불편러의 기질을 가지고 있고 단어가
주는 힘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해서 언어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에서 상대의 나이에 따른 한국어 사용의 변화에 대해서 다루는데,
여기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 문화를 싫어하고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싫어해서
이걸 없애고자 하나 쉽지 않다
근본원인을 살펴보면,중, 고, 대학생들은 나이에 따른 위게질서가 매우 강하다.
오빠 언니, 선배 후배 같은 단어를 써서 서로를 구분한다
더 파고들면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나이에 따른 말하기를 하고 있다.
놀이터에 가서 어린 아이들 둘이 만난다.
부모들 끼리 몇살인지 확인하고 나면 '언니네~', '형이네~' 이런 호칭을 지어주고
굳어지면서 유치원, 어린이집 시절부터 언니 오빠 동생 형 누나 의 상하관계 호칭속에서
살아오기 대문에 인식의 변화가 힘들다.
단어와 언어가 갖는 힘이 엄청난데 여기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고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 아니어도 신경쓸게 많은 세상이니까
그래서 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책이고 재미읽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