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에게 듣는 교양 물리학 수업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김범준 감수 / 북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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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앗, 시간이 벌써?

근데 알고 보니 시계가 고장나서 엉뚱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던 거예요. 아예 멈춰버렸다면 빨리 알아챘을 텐데, 초시계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서 속았던 거죠. 대체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까 헷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망가진 벽시계 때문에 불현듯 '내가 알고 있는 시간이라는 게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는 물리학으로 바라보는 시간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인 다카미즈 유이치는 시간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는 물리학자이며 2013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과 이론우주론센터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의 가르침을 받은 마지막 제자라고 하네요. 우주론을 전공하는 저자는 우주에서는 상식을 뛰어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당연하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을 한번쯤 의심해보라고 이야기하네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흐른다는 것이 맞나요.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책 속에 나와 있어요.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방향, 차원 수, 크기라는 세 가지 단서가 있어요. 많은 물리학자들이 시간의 흐름은 한쪽 방향에서 다른 쪽 방향으로 나아갈 뿐 반대는 있을 수 없는 불가역성을 지니며, 차원 수로는 하나의 직선만으로 구성된 1차원이고,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뒤집어졌어요.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방정신은 본질적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요. 어떤 시각에서의 상태를 미분 방정식 형태로 쓰면 미래 어떤 시각에서의 상태를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이것이 결정론이라는 사고방식이에요. 뉴턴이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의 미래를 결정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했다면 아인슈타인은 더 나아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나 블랙홀 급의 중력이 있는 우주 전체로 결정론을 확대했고, 그 다음으로는 양자역학이 등장했어요. 근데 양자역학이 예언하는 것은 반드시 일어나는 미래가 아니라 그런 미래가 일어날 확률이라서 결정론을 흔들고 있어요. 우리가 양자역학을 어려워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직관을 거스르는 세계를 보여주니 말이에요. 아보가드로 수를 충족하는 원자 집단인 우리의 일상에서는 시간 역행이 불가능하지만 소립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살피는 양자세계에서는 시간이 역행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자연계에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가 있으며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 미시세계를 보기 위한 엿보기 안경이 바로 양자역학인데, 설명을 들으면 알 것 같다가도 어느새 뒤죽박죽 헷갈리게 만드는 요물이네요. 물리학에서 시간이란 결국 우리가 미시세계를 상세히 알지 못해서 생겨난 것이므로, 로벨리의 결론이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시간이란 무지 無知 다." (193p) 무지에서 탄생한 시간이 물리학자들에게는 엔트로피, 블랙홀, 순환 우주 가능성을 풀어내는 단서가 되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네요. 시간의 역행을 추적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여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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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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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한 건 무엇일까요.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이 있기에,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진실된 감정을 느낄 거예요. 하지만 사랑은 삶의 일부분이지 전부일 수 없다는 걸 자각할 때 밀물처럼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은원, 은, 원》은 소설가 한차현님과 영화인 김철웅님이 함께 쓴 장편소설이라고 해요.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차연이 그의 연인인 은원에게 전화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어요. 둘이 함께 600일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는데 전화, 카톡, 문자를 전혀 받지 않자 걱정은 커져만 가고, 닷새째 되는 일요일 오후에 은원의 집을 찾아갔으나 아무도 없었어요. 이상한 건 마치 잠시 외출한 것처럼 일상의 흔적들이 그대로인데 은원만 사라졌다는 거예요. 실종된 은원,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처음엔 사라진 은원을 의심했다가 무서운 범죄 미스터리인가 싶었는데 뜻밖의 전개가 펼쳐지네요. 숨겨진 비밀 혹은 진실, 그것이 과연 두 사람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평범한 일상을 뒤틀어버리는 특이한 설정들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네요. 만약 이랬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수많은 가정들을 늘어놓아도 결국 궁금한 건 한 가지였어요.

차연과 은원이 이제 막 연인이 되었을 무렵, 은원이 베이커리 가게에 들어가고 밖에서 기다리던 차연은 무척 신비로운 느낌을 경험했는데, 그날 밤 은원을 안고 누운 차연은 살며시 이야기했어요. "미래를 봤어요. 갑자기 그런 일이 있었어요. 8년 뒤. 아니면 9년 뒤. 은원과 나의 미래가 보였어요. 우리가 그곳에 함께 있는 모습이 ···"(14p) 그러자 은원은 말했어요. "안 궁금해요. 말하지 말아요. 그런 이야기 무서워. 무섭기까지? 무섭고 슬퍼요. 지금은 그냥 지금 이야기만 해요. 그게 제일 좋아." (15p)

사라진 연인을 찾아 나서면서, 자신이 몰랐던 연인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사랑 때문일 거예요. 사랑이라는 감정, 그 마음으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차연과 은원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사랑은 정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인 것 같아요.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지만 세상에 똑같은 사랑은 없으니, 오직 자신만의 사랑으로 기억될 테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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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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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을 치르고 있어요.

작년에는 정부가 킬러문항 출제 배제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고난도 문항을 놓고 킬러문항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었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초고난도 문제를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수능 난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았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만들이 있을 거예요. 특히 수능시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해악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오로지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한 시험, 아이들의 고유성과 창의성, 개성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오직 경쟁에서의 순위만을 중시하는 시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어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그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어요. 그동안 대입 제도만 바뀌었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았어요.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만 합격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고,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를 취득하기만 하면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원서를 낼 수 있다고 하네요. 중요한 건 우리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과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은 프랑스의 철학 교육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교토약과대학의 사카모토 타카시 교수인데 프랑스의 보르도 제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고 해요. 그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철학 교육과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을 소개하면서 왜 철학 교육이 중요한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프랑스는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은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른다고 해요. 2019년까지는 각 학년 말에 시험을 봤는데,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서 2021년부터는 신규 형식의 바칼로레아 시험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개혁 전 바칼로레아는 3학년 때 치르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지만 개혁 후에는 다른 과목을 포함한 40퍼센트는 내신으로 평가되고 나머지 60퍼센트는 시험에서 결정된다고 하네요. 개혁으로 시험 방식은 변했지만 여전히 철학 시험은 주요한 이슈로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철학이 전통이자 문화로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육의 목적은 지식이나 학문으로써의 철학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하며 행동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가 철학인 거예요. 프랑스 철학 교육이나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서 가르치는 사고의 틀은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공통적인 양식이자 규칙이에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을 통해 배우는 사고의 틀이 무엇인지, 실제로 사고의 틀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창의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디세르타시옹 풀이법이라는 사고의 틀을 얼마나 확실하게 익혔는지를 평가한다는 거예요. 사고의 틀은 학교에서 배우는데, 그 내용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어서 디세르타시옹을 쓰는 법이나 텍스트 논평의 방법을 개별 첨삭 등으로 차근차근 이해하며 익히기 때문에 사고의 틀을 배웠다면 학생이 아니더라도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게 되는 거죠. 사고의 틀이 만능은 아니지만 프랑스 철학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도 철학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모두가 바칼로레아식 사고의 틀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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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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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전은 왜 재미가 없을까요.

학창 시절에 지루했던 문학 수업 때문인 것 같아요. 시험을 위한 지식의 단편들을 꾸역꾸역 머릿속에 넣느라고 훌륭한 옛 작품인 고전(古典)이 어느새 힘든 싸움인 고전(苦戰)이 되어버린 거죠. 이러한 우리고전의 오명을 벗겨줄 재미있는 책이 나왔어요.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은 유광수 교수님의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책이에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팟빵 오디오 매거진 「월말 김어준」 에서 교수님의 유쾌한 고전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역시나 흥미진진한 내용이었고, 우리 고전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였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배웠던, 알고 있던 고전 지식은 싹 잊고 - 전혀 기억나는 게 없다면 OK! - 초기화한 상태에서 읽는다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본래 고전 작품이 지닌 의미, 시대적 배경과 주제가 무엇인지,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탐구해보는 시간이에요.

이 책에서는 우리 고전의 대표적인 작품인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 을 하나씩 제대로 풀어내고 있어요. 저자는 이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흥분된다고 하는데, 그건 원전을 읽으면서 느낀 감동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즐기듯이 고전도 원전을 읽어보면 당대 사람들이 환호했던 것처럼 공감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우리는 원전을 읽진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각색되고 요약된 줄거리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흥부와 놀부는 선악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욕망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춘향은 정절의 상징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의 혁명가라는 것, 홍길동은 치밀하게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것, 인생무상으로 요약된 구운몽은 금강경의 진정한 깨달음을 담아낸 최고의 고전이라는 것을 알게 됐네요. 저 역시 고전 중에서 『구운몽』 의 내용이 가장 흥미롭고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는데, 그 세부적인 요소들을 알고 나니 더 좋아졌어요. 속고 속임의 프랙탈 구조 안에 불교의 공 사상과 장자의 호접지몽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우리고전에 대한 오해와 불편한 진실, 그야말로 반전의 이야기 속에 색다른 교훈을 얻었네요. 참으로 매력적인 조선고전 독해 수업을 받았네요.



호승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아직 봄꿈에서 깨지 못했구나."

"그렇다면 사부께서 어떻게 저를 춘몽 春夢 에서 깨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어렵지 않도다." (2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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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체인지 - 좋은 목소리를 찾는 마법의 10분
김도헌 지음 / 리브레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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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소리를 찾는 마법의 10분, 스피치 수업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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