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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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족이란, 이전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나를 깨닫게 해주는 관계인 것 같아요.

"엄마, 나한테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면 이제는 정말 내 말 들어, 내 말만 들어. 알겠어?

이제부터 난 엄마의 엄마가 될 거야. 내가 엄마를 다시 키워내고 말 거야." (128p)

《가을 방학》은 연소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딸 솔미가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기가 태어나 부모가 되는 것이나 자녀가 성장하여 부모를 돌보는 것이나 예전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건 역할의 무게를 잘 몰랐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남들은 다 그렇게 산다더라'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건 남의 일이니까 가능한 것이더라고요. 솔미는 남들보다 일찍 부모 자식 간의 역할이 바뀐 거라고, 이른바 육모, 육아하듯이 엄마를 돌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살다가 한계에 다다른 거예요. 제때 깊이 슬퍼하고 넘어졌어야 했는데 괜찮은 척 굴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지경이 됐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사실 우여곡절 많은 엄마의 삶 못지 않게 솔미도 힘든 시기를 보냈으면서, 엄마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조금 슬펐어요. 엄마와 딸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종종 서로의 말을 오역했고, 엄마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서만 살아온 딸의 선택이 모두 옳았던 건 아니지만 그 마음은 알 것 같아요. 어찌됐든 엄마와 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과거의 아픈 상처들을 마주했으니 그 부분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함께 보낸 적도 없는 가을 방학을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우리에겐 결핍과 상실이 만들어낸 기억들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중요한 건 서로 이어져 있다고 믿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추억, 친구, 여유, 반짝반짝 빛났던 학창 시절······ 가진 걸 다 잃었거나 혹은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이야. 마치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의 모양이었던 것처럼 굴어. 해가 갈수록 까먹는 거야,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나, 이십 년 전의 나를, 그럴 때 뭘 해야 하는 지 아니? 그럴 땐 말이지, 고향에 가는 거야." (305-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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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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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정보와 지식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식의 양보다는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신만의 관점을 지녀야 해요.

《시선 너머의 지식》은 현재 유튜브 채널 <용두사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윤수용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누가 우리를 평가하고, 우리는 왜 그 평가를 내면화하는가?", "선진국이라는 기준은 누구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아홉 개 국가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은 각국의 사회 현상, 사회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행복 이면에 숨겨진 모순의 덴마크, 초경쟁사회의 민낯을 가진 싱가포르,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지닌 미국, 타자화된 역사의 그림자를 가진 아이슬란드, 콤플렉스의 거울을 가진 일본, 엘리트주의의 실체인 프랑스,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가진 영국, 가족주의의 덫에 빠진 이탈리아,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된 중국까지 현재의 상황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어요. "아무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어두운 과거를 덮으려 해도 그 속에 잠재된 원죄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131p) 라는 저자의 분석은 예리하고 명확하게 핵심을 짚어내고 있어요. 역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위기로 되돌아 온다는 것, 이는 어떤 나라든지 예외가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위기에 빠진 나라는 미국이 아닐까 싶어요. 미국 남부에서 행해진 억압의 역사를 드러내 철저히 청산하지 않고 따뜻한 환대의 이미지로 덮어버림으로써 부끄러운 인종주의의 역사와 그 잔재를 남겨뒀고, 그 결과 백인 우월주의적 인식을 가진 트럼프가 집권하게 됐으며, 흑인과 비백인 유권자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프레임이 확산되면서 미국 사회 전체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어요. 최근 트럼프의 언론탄압 조치는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힘을 이용해 보복한 것이기에 큰 논란이 되고 있어요. 공적인 권력을 사유화하는 행태, 어딘가 너무 익숙해서 소름이 돋는 데다가, 작년에 개봉된 영화 <시빌 워 Civil War : 분열의 시대>가 단순히 영화적 상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행복의 그림자, 정체성의 경계,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폐해는 여기에 소개된 국가들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문제이기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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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시각의 너희들은 - 제14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작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안소현 옮김 / 뜰boo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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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 어둠이 지나면 밝은 내일이 온다는 걸 어른들이 알려줘야 해요. 아오바 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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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시각의 너희들은 - 제14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작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안소현 옮김 / 뜰boo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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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 눈물의 의미는...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인 것 같아요.

밤으로 물들어가는 남색 하늘, 그 아래 남색 시각의 바다가, 끊임없이 다가왔다가 물러났다가를 되풀이하는 풍경이 머릿속에 펼쳐져 있어요. 모든 게 남색으로 물드는 시간 속에 쓸쓸함을 느꼈던 그 아이들 곁에 당신이 있었기에, 자그마한 날개는 꺾이지 않고 자랄 수 있었네요, 아오바 씨!

《남색 시각의 너희들은》은 마에카와 호마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며, 2023년 제14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은 2010년 10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인 세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다정한 문학 소년 마츠나가 고헤이, 일등성처럼 밝은 아이 스미타 린코, 어디까지라도 날아갈 수 있는 아이 오리츠키 고하네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네 친구라는 사실 외에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가족 돌봄 청소년'이라는 것.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보살피거나 어린 형제를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일컫는 말인데, 고헤이는 양극성 장애를 앓는 할머니를, 린코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다섯 살 남동생을, 고하네는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어요.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어른들을 대신해서 아픈 가족을 돌보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힘들지만 혼자 버텨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어느 날, 세 아이 곁에 슬며시 다가온 사람이 있었으니, 아사쿠라 아오바 씨예요. 그녀는 오하바 반점에서 새로 일하게 된 직원인데, 마치 날개 없는 천사처럼 곤경에 빠진 고하네를 도와주고, 나쁜 상상으로 괴로워하는 고헤이를 다독여주고, 엄마 때문에 속상해하는 린코를 위로해주면서 중요한 걸 알려줬어요. 가족 말고 나 자신의 인생이 있다는 걸, 본인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걸.


아오바 씨의 등 뒤로 남색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넋을 잃고 볼 정도로 맑은데 엄마만 생각한 탓에 지금에야 깨달았다.

"언젠가는 확실히 손을 놓아야 해."

바닷새가 우는 소리와 파도 소리에 지워질 것처럼 작은 목소리였다. 

나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두 손을 힐끗 바라보고 고개를 들었다.

"저기······ 무슨 의미인가요?"

"어머님 말이야. 언젠가 손을 놓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해. 고하네에게는 고하네의 인생이 있으니까." (185-186p)


각자 아이들이 가정에서 겪고 있는 상황도 버거운데, 잔인하게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쓰나미가 덮치고 말았어요. 끔찍한 재해 이후의 삶, 2022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동일본대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수많은 분들과 남겨진 이들을 생각하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참사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네요. 슬픔이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가슴 한 켠이 도려내진 듯이 텅 비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견딜 수 없기에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줘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남색 시각은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과 바다인 동시에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이 아닐까 싶어요.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밤바다에는 일렁이는 파도가 속삭이고 있네요. 힘껏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라고,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아이들 곁에는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그런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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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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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구나 남들에겐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다들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법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추악한 뭔가를 감추고 있는 거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가장 모를 수 있다는 사실, 그게 가장 끔찍한 진실인 것 같아요.

《숨겨진 얼굴》은 이현종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이준혁은 부모님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범인은 왜 준혁의 부모님을 특정하여 잔인하게 죽인 걸까요. 준혁의 부모님은 아들이 첫 직장을 갖게 될 무렵부터 주변 이웃들을 챙기기 시작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돕기 위해 희망재단을 만들어 평생 선행을 해온 분들이기에, 아들인 준혁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원망스럽고 범인에 대한 분노가 클 수밖에 없는 거죠. 근데 부모님에 관한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선량한 부모님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혼란에 빠지게 되네요. 부모님의 죽음 자체도 괴롭고 슬픈 일인데, 혹시나 부모님이 살아온 삶이 모두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아요. 그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평생 기부와 선행을 해온 부모님에게 거액의 재산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희망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진승일과 그를 돕는 조대식이 썩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거예요. 살아 생전에 부모님은 준혁에게 희망재단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을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말씀을 따랐던 건데,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으로 봉인되어 있던 험한 것들이 나와버린 거죠. 충격과 혼란 속에서 준혁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놀랍게도 타임머신 기술로 정신을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서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들은 준혁이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을 줄 알았을까요. 깊이 파고들수록 위험한 이야기, 과연 준혁은 어떠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과 그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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