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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뼈 ㅣ 여성 작가 스릴러 시리즈 1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꽃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때가 되어 활짝 피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꽃 이름에 추악한 꼬리표를 달았네요.
블랙 아이드 수잔(Black-eyed Susan)이라는 꽃 이름을 아시나요.
밝은 노란색 꽃잎 가운데에 검은색 또는 갈색을 띠며,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여 강한 생명력으로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중 하나라고 하네요. 블랙 아이드 수잔이 노랗게 피어 있는 들판에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유기되어 있었어요.
"이 마을의 800킬로미터 반경 안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나를 알 것이다. 나는 그 카트라이트 집의 소녀, 오래전 10번고속도로 젠킨스네 근처 공터에서 목 졸린 여대생과 한 무더기 사람 뼈와 함께 버려져 있던 그 소녀다. 나는 타블로이드 신문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던 스타이자 캠프파이어 때 등장하는 공포 괴담의 주인공이었다. 나는 블랙 아이드 수잔 네 명 중 한 명이었다. 운이 좋았던 단 한 명." (15p)
《꽃과 뼈》는 줄리아 히벌린 작가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테사 카트라이트는 열여섯 살 때, 블랙 아이드 수잔 꽃들과 시신, 뼈들이 나뒹구는 공터에서 산채로 묻힌 채 발견되었어요. 사람들은 바로 그곳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에게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유일한 생존자인 테사는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검사의 요구대로 증언했고, 테렐 다시 굿윈이 살인범으로 체포되었어요. 그 뒤로 20년의 세월이 흘러, 테사는 십대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테렐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어요. 사흘 전 테사의 생일날에 누군가가 침실 창문 아래에 블랙 아이드 수잔 한 무더기를 심어 놓았어요. 여름에 피는 꽃을 굳이 2월에 보란 듯이 심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증인석에서··· 테렐을 해쳤다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조종당했다고요. 오랜 세월 동안. 결국 그를 범인으로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앤젤라 때문에 확신하게 됐어요. 그리고 창문 밑에 심어진 블랙 아이드 수잔도 보셨지요. (아직도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54p)
법과학자 조애나와 사형수 전문 변호사 빌은 테렐이 진짜 살인범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고, 테사는 그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쫓게 되는데... 이 소설은 1995년 과거의 테시와 2015년 현재의 테사를 교차하면서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어요. 처음엔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는 데에 신경을 쏟았는데, 문득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테렐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미국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흑인 사형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30년 만에 풀려난 사건이 드물지 않다는 건 인종과 빈곤에 대한 편견, 부족한 법률 지원이 가져온 비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끔찍한 사실은, 우리의 현실 곳곳에 숨어 있는 괴물들을 당장 어찌할 수 없다는 거예요. 마지막에 느낀 감정은 분노였네요. 아름다운 꽃밭을 범죄 현장으로 만들어 버린 괴물, 그것들로 인해 지옥으로 변한 세상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네요.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