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아기 - 세계적 심리학자 폴 블룸의 인간 본성 탐구 아포리아 8
폴 블룸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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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데카르트라고 하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밝혀낸 철학자로 알고 있어요. 근데 데카르트의 아기는 무엇일까요, 《데카르트의 아기》는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블롬 교수의 책이에요. 이 책의 첫 장에는 데카르트에 관한 놀라운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데카르트는 말년에 여행을 다닐 때마다 실물 크기의 여자아이 인형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한 자료에 의하면, '동물은 기계에 불과하며 그것에 영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직접 그 기계인형을 제작했다고 한다. 데카르트는 그 인형에게 자신의 사생아 딸 프란신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 주었다. 몇몇 버전의 주장에 따르면, 그 인형이 워낙 실물과 똑같아서 사람과 인형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데카르트와 인형은 꼭 붙어 다녔던 것이 분명하다. 데카르트는 잠잘 때도 트렁크 안에 인형을 넣어서 옆에 두었다고 한다. 배가 네덜란드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던 1640년대 초의 어느 날, 데카르트가 잠든 사이 평소 트렁크 속 내용물을 의심스러워하던 선장이 선실로 들어와 그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선장은 흉물스러운 기계의 모습에 공포에 질린 나머지 갑판으로 인형을 끌고 와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때, 그 인형이 저항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 스티븐 고크로저 『데카르트 : 어느 지적인 전기』 (7p)

저자가 이 인형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선장이 보인 반응 때문이에요. 현대 과학에 의하면, 의식을 지닌 자아는 순수하게 육체적인 뇌에서 생겨나므로 우리에게 비물질적인 영혼이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선장이 바다에 던져버린 흉물처럼 물질적인 존재이자 데카르트 아기라는 거예요.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현대 과학 이론에 대해 반박하고자, 블룸 교수는 아기를 관찰 대상으로 수많은 심리실험을 통해 인간은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지닌 채 태어난 존재임을 주장하고 있어요. 물질과 정신, 즉 몸이라는 생리적 기계와 자아, 마음이 별개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던 데카르트의 관점을 인정하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기는 타고난 이원론자이다.'라는 명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물질 영역에 대한 관점, 사회적 영역에 대한 관점, 정신적 영역에 대한 관점을 다루고 있어요. 우리의 상식과 과학이 만나는 접점,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이원론이 어떻게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야 인간 본성을 이해할 수 있어요. 블룸 교수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유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해보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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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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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도전해야 할 글쓰기의 모든 것, 고도원 작가님의 인생 작법서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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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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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그동안 막연하게 너무 높은 기준을 정해놨던 것 같아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재능을 타고나야 쓸 수 있는 거라고 말이죠.

근데 고도원 작가님은 "누구든 글쓰기는 할 수 있다. 누구든 자기 치유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란 결국 한 사람의 삶이다. 고뇌다. 치유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을 살아간다. 한 번이라도 아파보고, 한 번이라도 스스로 치유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작가다." (6p)라고 이야기하네요. 실제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첫 책으로 완성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고, 매우 훌륭하다고 인정하지만 나 자신이 쓸 수 있다고는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그 핑계 뒤에 숨겨진 진심에 대해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된 책, 《누구든 글쓰기》는 고도원의 인생작법서였네요. 저자는 글쓰기가 두려운 이들에게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고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아직 글쓰기를 시도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걸음마를 겨우 뗀 아기와 같다고 볼 수 있어요. 당장 뛸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근육이 생기고, 뛸 수 있는 체력이 생기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다들 '어떻게'를 몰라서 못 쓴다는 핑계를 대는데, 저자의 글쓰기 철학과 비법을 알고나면 더 이상 핑계를 대기 어려워요. 저자가 알려준 대로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면, 그 다음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쓰는가'라는 6하원칙을 따르면 되거든요. 중요한 건 시작한다는 것, 도전해야 글쓰기가 왜 좋은지를 깨달을 수 있어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인생 경험담을 아낌없이 들려주고 있어요. 크레파스 때문에 그림 대신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며 연애편지를 쓰다가 글쓰는 업을 갖게 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이 어떻게 글이 되고, 길이 되었는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생 공부가 되었네요. 일부러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도 인생 이야기가 주는 교훈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자기만의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네요. 행복할 때는 즐겁게, 힘들고 괴로울 때는 겸손하게, 인생이란 바다에서 파도를 탓하지 않고 파도와 함께 넘실넘실 춤추듯이 살아가며 써보려고 해요. '말, 글, 삶은 하나다.' (242p)라는 문장처럼 좋은 말, 좋은 글, 좋은 삶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배웠네요. 말하는 대로, 쓰는 대로, 삶은 이루어진다는 걸, 그러니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나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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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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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시 잊고 있었어요.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바다는 점점 오염되고 있다는 걸.

바닷속 물고기만큼 많아지고 있는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거기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방사능 피폭은 고스란히 인류에게 되돌아올 재앙임을 보여주는 소설을 읽게 되었네요. 처음엔 기이한 현상에 어리둥절하다가 차츰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고 말았네요. 이것이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일까요.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는 서윤빈 작가님의 첫 연작소설집이에요.

저자는 재난의 위협이 저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서서히 달궈지는 물 속에서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소소한 일상의 작은 변화가 또 다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연쇄 작용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누적되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거예요. 대단히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한순간에 소설처럼 변해버리는 상상이 어렵지 않았나봐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검은 해변과 그 해변에 살다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온몸이 녹아내린 사람들의 일은 한낮 거리에서 들려온 총성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원인 모를 투기 광풍이 불면서 블랙번은 모두 사유지가 되었다. 철책이 쳐지면서 블랙번은 한국 땅에서 고립되어 버렸다. 혹자는 블랙번의 검은 해변이 거기에 석유가 있다는 증거로 받아 들여졌다고 투기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으나 정말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곳에 철책을 친 사람들은 모두 녹아내려 해변의 일부가 되었고, 그 땅은 그들의 자손과 친척들에게 상속되어 철책 너머에서 조용히 썩어갈 뿐이었다." (60p)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란... 눈앞에 위협을 보고도 피하기는커녕 스스로 재앙을 자초하고 있어요. 다들 속으론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거대한 재앙은 늘 수많은 전조를 앞세워 경고하고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거죠. 그러니 소설은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물에 잠기는 건 다른 세계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당하는 일인 줄로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세면대가 막히는 것처럼 스멀스멀 쌓이는 거였다. 그냥 좀 신경이 쓰이던 것에 불과했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수습할 수도 없이 커져 버리는 거였지." (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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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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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 '철학의 길'이 펼쳐져 있어요.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겐 방대한 분량의 철학사를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저자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핵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네요. 우리는 왜 철학사를 읽어야 할까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교양 차원에서 알아둬야 할 철학 지식이라고만 생각했지, 철학의 본질을 깊이 살펴보지 못했어요. 근데 철학자 탁선산은 철학을 알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철학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막막한 길 위에서 지도가 생겼다고 볼 수 있어요. 철학의 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 그것이 바로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라는 책인 거예요. 탈레스로 시작되는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 순으로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저자 덕분에 철학자들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어떻게 철학이 발전해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었네요. 중요한 것은 서양 철학사의 내용을 아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유하는 방식을 배워 스스로 철학함을 도전하는 것, 즉 자신의 철학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거예요. 철학사를 통해 이성과 논증의 힘을 확인했고,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무작정 좇는 대신, 이제는 스스로 깊이 사유하는 길을 찾았네요. 뭐, 갑자기 한 권의 책으로 철학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내면의 잠자는 이성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철학은 철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철학함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즉 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철학사를 읽으면서 사유하는 바가 바로 철학함이기 때문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지 않고, 답을 본다면, 그 문제를 알고 풀었다고 할 수 없는 바와 같이, 철학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으면, 무엇도 얻을 수 없습니다. 철학의 지식이란 사유의 결과인데, 그 결과는 이미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 지식을 외운다고, 철학 사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까? 철학사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유로 철학자들의 작업을 좇아가면 됩니다.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됩니다. 왜냐하면, 철학사에 등장할 정도의 철학자가 던진 질문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좇아갈 가치가 충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교재는 없기 때문입니다. ... 지도의 좌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철학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생각이 어디쯤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9-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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