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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 -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타하라 히로토 지음, 이효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래 천재 외과의사가 나오는 드라마를 시청했더니 진짜 수술실이 궁금해졌어요.
과거에 비하면 드라마나 영화 속 수술 장면이 꽤 현실감이 높은 편이지만 역시나 극적인 연출일 뿐이니까요. 환자가 아니고서는 그곳에 들어갈 일이 없는 사람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그곳, 수술실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제목이 참으로 긴,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는 시카고 대학교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기타하라 히로토 선생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외과의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수술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Q&A 방식으로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은 굳이 몰라도 되는, 가급적 평생 모른 채로 사는 것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술실의 세계를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넓은 세상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분명 수술실 안의 상황을 알고 싶을 테니까, 진짜 외과의사가 직접 나선 거죠. 여기에 저자의 사명감과 자부심이 더해진 것 같아요. 얼마나 실력 있는 의사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느껴지네요. 저자가 외과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본을 대표하는 심장외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진정한 외과의사가 되고 싶다면 수술 그림을 그려. 실제로 수술하는 장면을 보지 않아도 그린 그림을 보면 그 외과 의사의 수술 실력을 알 수 있어. 왜냐하면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피사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높은 안목과 반사 신경, 눈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이 위에 표현하는 공간 처리 능력, 그리고 그것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기술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 (8p) 이 말을 듣고 나서 저자가 집도한 수술은 모두 노트에 그리기 시작했고, 이 책에서도 곳곳에 자필 노트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의학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지만 천재 외과의사가 머릿속으로 수술장면을 시뮬레이션하는 장면과 진짜 외과의사가 수술 후 노트에 수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통했네요. 아무리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도 수술실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럴 때 냉정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외과의사에게 필요한 진짜 능력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누구나 쉽게 궁금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모두 4개의 주제로 나누어 233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있는 수술실의 세계, 절대 말할 수 없는 병원과 의사의 비밀, 생명과 인체의 신비, 미국의 진짜 외과의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네요. 무엇보다도 저자가 수술을 대하는 마음이 각별해서 놀라웠네요. 수술을 연애에 비유하다니, 그만큼 애정이 크다는 의미일 것 같네요. 중간에 외과의사의 유머, 이건 마치 아재 개그 느낌인데,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이, 인체의 신비와 수술에 관한 많은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이 즐거웠네요.
"010 수술 중에 의사를 교체하기도 하나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 수술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외과의사가 책임진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해서 모든 작업을 다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부분만 집도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미국에는 전문 간호사(PA, Physician Assistant)가 수술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집도의가 중요한 부분을 수술하다가 중간에 다른 의사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수술은 연애와 비슷하다. 둘 다 중간에 물러서지 않는다. 전진만 있을 뿐." (3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