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
서은희 지음 / 이비락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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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꽤 오래 전에 헬스장을 방문하여 이용권을 끊었던 적이 있어요. 굳이 몇 번이라고는 밝히지 않겠지만... 암튼 운동을 해봐야지, 마음을 먹고 헬스장에 가기까지도 쉽지 않았지만, 막상 혼자 운동을 하다 보니 힘이 빠지고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흐지부지 끝나버렸네요. 그 뒤로는 아예 헬스장 근처도 가지 않고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최근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삐걱삐걱 몸이 신호를 보내는 중.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는 어쩌다 헬스를 시작하여 지금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서은희 작가님의 놀라운 경험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20년 차 직장인으로 설렁설렁 취미로 요가만 13년 하다가 갑자기 허리를 다쳤고, 정형외과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조금 나아졌으나 몸이 튼튼해진다는 느낌이 없어서 건강을 위한 방법들을 찾게 되었대요. 마침 직장 선배 언니가 개인 트레이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가 떠올라서 동네 헬스장에 방문했고, 전담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5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헬스는 몸 공부를 스스로 하게 만들었고, 평생 못 만날 것 같았던 등근육도 만나게 해주었다. 키가 작고 허벅지가 굵다고 생각한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해방되었다. 머리는 맑아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책도 쓰고 본캐인 직장인 외에 부캐도 몇 개 생겼다. 몸이 건강해진 건 물론이고 마음도 건강해졌다. 몸에게 물었는데 마음이 답을 해주었다." (11p)

이 책은 저자가 헬스장에서 만난 근력 운동으로 어떻게 삶이 바뀌었는지, 5년간의 에피소드와 함께 몸 공부와 관련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불과 5년 전에는 나와 같은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살짝 동질감을 느꼈고, 꾸준히 개인 PT를 받으며 운동 기록으로 재밌게 근육을 만들었더니 몸매가 달라지고 체력이 좋아져서 더 많은 것들을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부분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네요. 근력 운동의 필요성과 장점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저자의 체험담 덕분에 완전히 설득된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 내 몸을 컨트롤하자는 거예요.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려고 해요. 앞으로의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려면 체력은 기본이니까요. 아참, 책속의 책들, 저자가 소개한 책들도 찾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초보 운동자부터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는 책들이네요.

"몸을 관리하면 마음 관리는 쉽다. 몸이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다. 널뛰는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수록 몸에게 좋은 걸 해 주면 된다. 내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내 몸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겉으로 안 보이는 마음은 잠시 속일 수 있어도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몸에 좋은 한 가지 방법은 무엇일까요?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것이다. 걷기와 근력 운동, 식이요법. 뭐라도 좋다. 한 가지만 오늘 실천해 보자. 몸이 당신을 말해준다."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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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뇌 활용법 - 임상 신경과학으로 밝혀낸 뇌 기능 향상의 비밀 코드
요시 할라미시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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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본인을 포함해 주변을 둘러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신경과학에서는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뇌 발달 및 성장이 영유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생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것이 바로 뇌가소성 또는 신경가소성이며, 우리의 뇌가 적응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신의 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제대로 잘 활용하고 있느냐일 거예요.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요시 할라미시는 임상 경험과 과학 지식을 결합한 '유연한 뇌 치료법'을 개발했고, 그 내용을 담아낸 책이 《100% 뇌 활용법》이네요. 저자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에서 찾은 도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간단하게 뇌의 진화를 요약하면 인간의 피질은 진화 과정에서 동물계 중 가장 크게 발달했고,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 생각과 충동을 갖게 되었는데, 이를 뇌의 생존 알고리듬, 즉 브레인 코드라고 부르며 수백만 년 동안 작성되고 수정됐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그 브레인 코드를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실질적인 훈련법을 제공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뇌를 이용해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 긍정감을 높이는 뇌 훈련법, 뇌를 활용해 최선의 기분을 만드는 방법, 뇌가 숨긴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방법, 학습 능력을 높이는 뇌 활용법, 브레인 코드를 활용해 식습관을 개선하는 방법, 뇌 기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직접 실행해야만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훈련법이기 때문에 확실한 변화를 원한다면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해야만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브레인 코드를 이해하고, 뇌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동기를 얻는 첫걸음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인지능력, 기억력, 학습능력, 감정조절과 신체 건강뿐 아니라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법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임상 심리학자, 일반의, 치과의사에게만 최면을 허용하는 법이 1984년에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이 제정된 계기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최면 치료를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 관련한 법률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최근 최면마술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 임상 신경과학자의 두뇌력 증진을 위한 처방전을 받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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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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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이라는 말은 감상적인 고백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에요.

인간이라는 종에서 나타나는 다름,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유전학과 신경과학을 통해 그 답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신경과학자인 케빈 J. 미첼 교수의 책이에요.

저자는 인간이 인류의 보편적 경향과 능력을 지닌 것은 인간의 DNA 덕분이며, 인간 본성은 우리 유전체에 암호화되어 있고,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뇌에도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네요. 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본성은 각자의 뇌에 존재하는 물리적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이 책에서는 그 선천적 차이를 쌍둥이 연구와 입양아 연구를 토대로 유전자 요인에서 살펴보고 있어요.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태어나기 전부터 뇌가 배선되는 방식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각 유전체에 부호화된 발달 프로그램은 단 한 번만 일어나는 고유한 사건이 차례로 벌어지며 이루어지는 것으로, 같은 실행이 반복되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유일한 '뇌'를 가진 존재라고 보는 거예요. 당연히 일란성 쌍둥이도 해부학적 구조나 기능적 조직에서 놀랍도록 비슷한 것이지 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개별 존재인 거예요. 출생 직후부터 신체 또는 안면 구조와 같이 뇌 구조에도 이미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우리 몸의 좌우는 발달 프로그램의 독립적인 실행으로 발달하여 팔다리나 손가락과 발가락 길이가 조금씩 다르거나, 양발의 크기에 소소한 차이가 생기며, 특히 얼굴에서 좌우 차이가 두드러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대칭의 얼굴인데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뿐이에요. 막연하게 느끼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실제 과학으로 증명해낸 셈이네요. 유전 질환과 연관된 변이성 연구는 우리에게 야생형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완벽한 발달 프로그램을 지닌 채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네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뇌의 자기 조작화 과정으로 더욱 더 달라지면서 고유의 성격을 지니게 된 거예요. 저자는 이 책에 제시된 유전적 영향에 대한 어떤 증거도 인구 집단 간 심리적 특성 차이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현재 유행처럼 떠오른 신경 가소성이나 후성유전학이 우리의 심리적 특성을 극적으로 바꿀 마법의 열쇠라는 생각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해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 전략을 배우는 건 가능하지만 그 전략이 본래의 성향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거죠. 결국 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핵심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인간 본성과 그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네요. 포브스가 선정한 꼭 읽어야 할 뇌과학 도서, 진짜 추천할 만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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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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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꼽는 것은 유머예요.

팽팽한 긴장감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유머가 있기에 세상은 즐거울 수 있고,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와, 근데 유머를 듬뿍 첨가한 동화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처구니없어서 웃고, 기발해서 웃고, 마지막엔 흐뭇하게 웃게 되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은 튀르키에 출신의 세계적인 아동문학 베스트셀러 작가인 셰르민 야샤르의 동화책이네요.

주인공 피크리 드럼비는 성공한 CEO인데 못된 습관이 하나 있어요. 그건 자신을 부를 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이라고 강요한다는 거예요.자신을 소개할 때도 '위대한 피크리'라고 말하는 건은 물론이고, 명함에도 '위대한 피크리'라고 적혀 있고, 사무실 문, 책상, 가방, 공책, 그리고 그의 팔에도 '위대한 피크리'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고 하니 집착을 넘어 중독 수준인 것 같아요. 넘치는 자기애의 화신, 위대한 피크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근데 공교롭게도 사무실 마당에 본인의 흉상을 세우기로 한 날에 충격적인 편지를 받게 되는데, 거기엔 중학교 졸업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었고, 일부 과목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빠른 시일 내 학교로 복귀하여 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및 대학교 졸업장이 모두 무효 처리된다고 적혀 있는 거예요. 위대한 피크리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봤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중학교로 등교하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혼자만 잘난 줄 아는, 오만한 피크리의 험난한 중학교 생활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부모도 피크리처럼 학교에 보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할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만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징징거려. 사회에 나오면 훨씬 힘들다고!"라고 말하는 어른들은 학교 생활을 완전히 망각한 게 아닐까 싶네요. 아이든 어른이든, 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이 있는 법인데, 그걸 무시하는 건 옳지 않아요. 회사의 CEO로 지내면서 갑질을 해대던 위대한 피크리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똑같은 학생 신분이 되었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교장 선생님께 따지고 들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크리 학생.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는 평등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이란 없어요. 왜냐면 모든 아이가 중요하니까요." (56p)

중학교에 있으니 점잔을 떨던 피크리도 어린애로 바뀐 것 같아요. 정말 가지가지로 속썩이는 중학생을 보는 느낌인데 피크리 자신도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부질없는가를 조금씩 깨닫게 되네요. 중학교에서 점차 인간 개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 사회에 특권의식을 가진 몇몇 사람들을 학교에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교정, 교화를 위한 더 큰 학교에서도 방이 좁다, 운동시간이 없다 등등 연신 투덜대며 특혜를 누리고 있는 철부지도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반성하기를 바랄 뿐이네요.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라, 피크리의 교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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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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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학창시절에 선생님은 말씀하셨죠. "미쳐야 미친다!"라고, 그때는 미친 듯이 몰입해서 공부하라는 당부였지만 열정의 측면에서 '미친다'라는 것이 제게는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억지로 끌어낼 수 없는 마음이니까요. 끝까지 집중하여 마침내 이뤄내는 그 마음을 갖고 싶었어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켠에 바람이 불었네요.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는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기록이자, 15주년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2010년 새해 첫날 부처가 태어난 네팔 룸비니로 가기 위해 카트만두로 날아갔다고 해요. 산친구 권경업 씨와 사진 작가 심병우 씨가 '부처의 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가 되어주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네팔 룸비니에서 시작해 인도 쿠시나가르까지 백일 간의 여정이 담겨 있어요. 네팔 국립공안 안에는 다음의 표어가 적힌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고 해요. "네팔 히말라야를 바꾸기 위해 당신이 여기 온 게 아닙니다. 당신을 바꿔주기 위해 네팔 히말라야가 여기 있습니다." (19p) 애초의 '부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고행길임을 알고 나선 거예요. 그러니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네요. 저자는 헤타우다 시가지의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해요. 노숙자와 다름없는 낯선 사내, 자글자글 주름진 육십 노인네가 가게 유리창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더래요. 그 쇼윈도 속의 연탄 얼굴이 내게 물었대요. 너는 어디에서 왔으며, 너는 누구이고,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그에게 답해줬대요. "부처가 태어난 데서부터 걸어온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걸 알고 싶어 부처의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보려 한다." (112p)라고요.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신앙적 성찰, 즉 순례자의 영적 탐구와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네요. 당연히 '나'라고 인식하는 '나'를 완전히 낯선 존재로 마주하게 만드는 여정,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살가운 존재들은 뜻밖의 깨달음을 주고 있네요.

"······ 역시 우연이다. 모든 것은 우연으로 일어나서 필연은 사라지게 된다. 만나는 것은 우연이고 지나가는 것은 필연이다." (288p)

저자는 부처의 길이 부처의 인연을 따르게끔 이어진다면서 바라마을 문수보살의 마지막 당부, "한국에 돌아가거든 단 한 번만 나를 생각해주시오!" (279p)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주네요. 숨바꼭질에서 술래가 되면 머리카락까지 꽁꽁 숨은 동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한데 의외로 손쉬운 방법이 있다고, 그건 상대를 생각하는 거예요.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얼굴을 떠올리면 돼요. 부처는 바이샬리 차팔라 언덕에서 열반을 선언한 뒤 아난다를 데리고 북서쪽으로 마냥 걸어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니딜푸르에 사는 아짐의 아내 덕분에 술래를 찾아가는 마지막 발길의 방향을 알게 되었고, 그곳은 부처의 고향인 네팔 카필라바스투가 있는 북쪽이었네요. 인도의 부성보다 네팔의 모성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린 곳, 부처는 어머니 품과 같은 고향의 품에 마지막으로 안기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하네요. 저자는 부처의 등 뒤를 따르며 백일 간 천오백 킬로미터의 방랑길을 걸었고, 그 길 끝에서 자신의 맨발 눈이 죽은 부처의 맨발을 보았노라고, 그 부처의 맨발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 제자리로 돌아온 거라고, 모든 것은 덧없이 변한다'는 마지막 법어를 남겼다고 하네요. 여행이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왔으나 떠나기 전과 이후의 삶은 달라졌으니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아니며, 우리 역시 이 생애의 길을 걷고 있는 방랑자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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