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튜던트

더 스튜던트 - 배움의 재발견
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11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 태어난 이상, 배우지 않고서 성장하는 사람은 없으니 우리 모두는 학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로 그 학생을 주제로 한 책이 나왔네요.

《더 스튜던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사학자이자 교육자 마이클 S. 로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오랫동안 교사이자 학생이었고, 늘 학생으로서 배우기를 즐겼기에 학생의 역할을 계속할 방법을 찾았다고 하네요. 평생 배우고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학습 방식과 학생의 존재를 살펴보고 있네요. 학생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세세하게 모든 것을 망라하는 역사서라기 보다는, 배움의 형태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학생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통해 진정한 학생이란 무엇인가를 사유하고 만드네요.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동체에 중요한 덕목을 강조했으며, 그들의 가르침은 추종자와 대담자, 제자들이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번영을 이루도록 이끌었다. 중세의 도제들은 직업훈련을 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이웃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학생의 인성과 공동체를 이야기하면서 모호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며 진실하고 연민 어린 태도로 세상을 여행하는 평생학습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5p) 오랜 세월 동안 학생들은 스승이 제시한 길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방식이었고, 전근대 서양에서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자립심을 기르는 사람에서 근대로 접어들면 점차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을 학생을 여겼고, 수 세기 동안 흑인들의 인간성을 부정한 미국에서 교육은 자유로 향하는 길이 되었다는 점은 배움과 자유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성별, 계급, 인종, 민족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움을 향한 요구와 학생이 될 권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네요. 칸트는 자유롭고 공개적인 검토와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가 반드시 진보를 가져온다고 보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광개적으로 토론하는 데 익숙해지면 더욱 합리적이고 신중해질 거라고 믿었어요. 우리는 자유를 누릴 때 비로소 학생이 되고, 학생으로서 자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요. 근데 오늘날 자유를 배우는 일은 학생들이 어떤 조건에서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명문 대학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이 새로이 등장한 능력 중심의 위계질서에서 정점에 서 있었기 때문' (208p)이라고 지적했어요. 저자는 비판적 감정 활용과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이 학생으로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네요. 배움을 향한 열정과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가르침은 배움과 발견, 근본적인 변화에 열린 학생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하네요. 진정한 배움과 학생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보는 계기였네요.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 - 스스로 묻고 끝까지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켄 베인.마샤 마셜 베인 지음, 정윤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11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이들이 인생에서 무엇을 할 줄 알게 되기를 바라나요?"

"우리는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두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알고 때로는 어려운 도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 심도 있게 배우는 것이죠. 자신이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해요. 정답을 외우는 방식으로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어요. 자신이 가진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요. 저는 요즘 주체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주체성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교육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임을 알게 됐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지 알아야 해요." (25-27p)

현재 열다섯 살 아들과 아홉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샬럿, 마이클 부부의 대답이네요. 아마 저 역시 비슷한 답변을 했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아이들이 당당하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근데 당장 현실에서는 성적에만 치중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고민이 되는 거죠. 뛰어난 학업 성취를 이루면서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창의적 마인드셋'을 갖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는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 켄 베인과 그의 저서 집필을 함께 하고 있는 작가 마샤 마셜 베인의 책이에요. 지난 6년 동안 두 저자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수백 명의 부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배움의 본질과 그 발달 과정에 대한 방대한 연구 자료,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근거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어요. 스스로 묻고 끝까지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이 책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아이의 배움이 시작되는 곳은 가정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이 배우도록 도우면서 아이 스스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이 책을 읽다 보니 배움의 과정에서 진정으로 길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어찌보면 그동안 부모의 역할을 엄격한 관리자로만 여겼던 게 아닌가라는 반성을 했네요.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과 주체성을 원하면서 오히려 방해하는 환경과 태도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깊고 폭넓게 배워야 하는데 그 토대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었네요. 배움을 지지하는 가정 분위기라도 부모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지도가 없다면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놓칠 수 있어요. 저자들은 아이들 개개인의 필요와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하고, 학교 교육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어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 아이에게 성공과 실패를 가르치는 법, 가정에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법, 아이의 창의성을 강화하여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법, 더 효과적인 공부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법, 아이가 인생의 역경과 어려움을 대처하도록 준비시키는 법, 아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고등교육을 받게 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더 생각해보기'를 통해 스스로 사유하며 깨닫는 과정까지 제공해주네요. 매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고,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기에 함께 성장하는 중이네요.

오늘도 맛있게, 솥밥

오늘도 맛있게, 솥밥 ㅣ 착한 레시피북 1
맛있는 테이블 지음, 박원민 사진, 육정민 / 참돌 / 2025년 10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골고루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취향을 묻는다면 역시 한식이네요.

이제껏 밥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늘 밥과 함께 먹을 반찬 고민이 있었는데, 집밥을 간편하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담은 착한 레시피북이 나왔네요.

《오늘도 맛있게, 솥밥》은 집밥 고민을 해결해주는 착한 레시피북 시리즈 첫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솥밥 요리는 고급음식점의 메뉴라고만 생각했는데, 집에서도 솥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였네요. 어떤 솥을 골라야 할까요. 솥은 열을 고르게 전달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하고, 뚜껑이 묵직하고 바닥이 두꺼운 구조여야 뜸이 잘 들고 밥이 눌러붙지 않는다고 하네요. 전통적인 솥밥의 풍미를 가장 잘 살리는 무쇠솥이 좋지만, 사용하기에 편리한 스테인리스 솥이나 양은솥도 있고, 1~2인분으로 적당한 뚝배기, 세련된 디자인의 도기 솥도 있으니 각자 원하는 솥을 선택하면 돼요. 솥밥 요리에서는 맛의 균형을 지키는 첫걸음이 계량도구라고 하네요. 일정한 맛을 내려면 정확한 계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계량 저울, 계량컵, 계량스푼, 타이머가 필요해요. 이 책에서는 조리할 때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재료별 구분된 계량 단위를 사용하여 초보자도 맛있는 솥밥 요리를 완성할 수 있네요. 솥밭의 핵심이자 기본은 밥이라서, 다양한 쌀 종류를 알려주고 기본 흰쌀밥 짓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네요. 쌀을 씻고, 불리고, 솥에 넣어 끓이고, 뜸 들이기까지, 한 번 알아두면 평생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네요. 조리도구와 양념재료, 육수 재료, 제철 식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면 다양한 솥밭 요리를 즐길 수 있네요.

이 책에는 사계절 재료를 활용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70가지 솥밥과 곁들이면 좋은 12가지 반찬 레시피가 나와 있어요. 완성된 솥밥 요리 사진 옆으로 2인분 기준의 재료, 곁들임용 양념 재료, 만드는 방법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네요. 새로운 레시피라고 해도 계량도구가 있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네요. 찬바람이 부는 요즘에 딱 어울리는 겨울 솥밥으로는 굴 솥밥, 들깨 시래기 솥밥, 불고기 솥밥, 닭고기 우엉 솥밥 등등 영양 만점의 한끼가 될 것 같아요. 이 한 권의 레시피북만 있으면 근사한 솥밥 요리를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점, 맛있는 한 끼가 주는 즐거움이야말로 진짜 사는 맛이 아닌가 싶네요.

[100자평] 변신

변신 - 카프카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카프카가 전하는 불안 3종 세트, 카프카의 단편선을 추천합니다~

변신 : 카프카 단편선

변신 - 카프카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불현듯 멀미처럼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안.

왜 불안해질까요. 의심하니까, 괜찮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 거예요.

나만의 문제일까요. 어쩐지 나만 빼고 세상은 잘 돌아가는 것 같아 소외된 듯 외로워지고, 가끔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하루 아침에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 예전에는 '이런 소설도 다 있네!'라는 감상 정도였는데 요근래 다시 읽은 <변신>은 달랐어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1915년 10월 처음 출간되었고, 2025년 현재 출간 110주년을 맞이했네요. 소담클래식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인 《변신》은 카프카 단편선으로, 「화부」, 「선고」, 「변신」 이라는 카프카의 초기 걸작 단편들이 실려 있어요. 세 단편들을 읽고 나니, 카프카의 불안 3종 세트라고 느꼈어요.

"그냥 있어요." 남자가 말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카를의 가슴을 꽤나 거칠게 밀어 다시 침대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왜 그러는 거예요?" 카를이 화가 나 물었다.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니까." 남자가 말했다.

"잠시 후에 나도 나갈 거요. 그때 함께 갑시다. 가방을 벌써 도둑맞았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니면 그 남자가 가방을 놓아두고 갔을 텐데, 그랬다면 사람들이 모두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요. 우산도 마찬가지고."

"이 배에 대해 잘 아시나요?" 카를이 미심쩍게 물었다. 배가 텅 비고 나면 그의 물건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옳은 얘기였다. 그렇지만 왠지 지금은 그 확실한 생각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화부요." 남자가 말했다. (15p) _ 「화부」

커다란 배 위에서 길을 잃고 당황한 카를은 우연히 마주친 작은 문을 무턱대고 두드렸고 그 안에 있던 화부를 만나게 되는데,1900년대 초중반까지 배의 기관실에서 석탄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화부라는 직책이 있었대요. 화부는 상사 슈빌의 부당한 처사에 불만을 털어놓았고, 카를은 선장을 찾아가 말해보라고 조언했어요. 같이 선장실로 간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중요한 건 카를과 화부가 서로 보자마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고,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처지면서 상대를 걱정했다는 거예요. 쫓겨났고, 쫓겨날 예정인 두 남자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으로 끝을 맺네요. 솔직히 화부가 카를에게 인생 선배로서 꽤나 그럴 듯한 말을 하길래 살짝 기대했는데 화부는, 요즘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의 20세기 버전이었네요.

"틀림없이 곤경에 빠져 있는 친구, 그의 일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도와줄 수도 없을 때,

과연 편지에는 뭐라고 쓰면 좋을 것인가. 뭐라고 충고해 주어야 할까?" (72p) _ 「선고 : 프란츠 카프카의 이야기」 펠리체 B. 양에게 바침.

카프카는 왜 「선고」라는 작품 부제에 '프란츠 카프카의 이야기'라고 썼을까요. 주인공 게오르크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약해진 늙은 아버지와 한집에 살면서 아버지가 물려준 사업을 꽤나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러시아로 간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어요. 최근 약혼 소식을 그 친구에게 알릴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마치 자신은 아무런 고민이 없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게오르크, 그가 바로 카프카 자신이었네요. 도대체 아버지는 아들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와의 갈등이 카프카의 삶을 얼마나 뒤흔들어 놓았는지,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네요.

"그레고르는 도저히 침대에 더 누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해도 털끝만큼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절망에 빠진 채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해 보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그레고르는 최대한 날카롭게 가다듬은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렇지만 보이는 것은 아침 안개뿐이었다. 심지어 좁다란 길의 건너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얻고 싶었던 믿음과 용기는 거의 얻지 못했다." (106p) _ 「변신」

그레고르의 심정을 헤아려보게 되었어요.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벌레로 변한 걸 알고서 다시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고 눈을 감는 그레고르. 매일 떠돌아다녀야 하는 출장 영업으로 진이 빠진 몸뚱이의 통증이 느껴지고, 부모님이 사장한테 진 빚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말 못하고 있는 처지가 답답해서 확 대들고 해고당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알람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기차를 놓치면 안 된다고 서두르는 그레고르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거예요.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장시간 과도한 노동으로 과로사하는 사람들... 그레고르는 더 이상 출근을 할 수 없고, 자기 방에 갇혀버렸네요. 자신은 여전히 그레고르인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어졌어요. 그의 입에서는 인간의 말이 아닌 알아들을 수 없는 동물의 소리가 났거든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그레고르는 흉측한 벌레로 변한 순간, 그 쓸모를 잃어버렸네요.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의 절망과 무력감, 결국 변신은 그들에겐 치워버려야 할 얼룩이었으나 우리에겐 아픈 상처가 되었네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