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 민주시민 편 1980년 5월 18일
송금호 지음 / 북치는마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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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1980년 5월 18일


전두환의 회고록(2017년)에는 "5·18은 '폭동'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면서 계엄군의 살상 행위와 발포 명령도 부정하는 등 무책임한 거짓과 변명뿐 아니라 역사왜곡과 망언이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참회록을 써야 마땅한 당사자가 회고록을 빙자하여 소설을 썼습니다. 작년 언론에 비친 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였습니다. 진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사면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극우세력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며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입니다. 법적 심판은 끝났을지 몰라도 역사의 심판은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거의 사실입니다.

저자는 팩션 소설의 형태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방법을 썼다고 이야기합니다. 

5·18 광주항쟁이 어떻게 벌여졌는지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5·18 광주민주항쟁의 증언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권으로 구성된 것은 민주시민 편과 신군부 편으로 나누어, 두 가지 측면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시민 편>은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시점에서 어떻게 투쟁하였고, 학살당했으며,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과 시민들의 이야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이완의 교수와 그의 가족들, 홍남순 변호사, 김성용 신부님, 신박사 등으로 이들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적나라한 아픔으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1980년 5월 17일 토요일에 시작한 이야기는 1987년 6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서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는 군중들이 모여서 가두시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2021년,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벌받지 않은 죄인이 처벌받을 때까지.


책 뒷면 날개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가 적혀 있습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8년 동안 이 노래는 제창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 '제2호 업무지시'로 이 노래의 제창을 지시했습니다. 만약 이 노래의 제창을 거부하거나 논란을 읽으키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야 합니다. 이 노래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소설가 황석영 작가가 다듬어 가사를 썼고 전남대 재학생 김종률씨가 작곡했습니다. 얼마 전 2월 15일, 백기완 선생이 타계하였습니다. 몇몇 언론에서 영결식 관련하여 방역기준을 고발하는 내용을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민주운동가의 죽음을 추모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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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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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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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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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 단편선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는 명작입니다. 비교적 짧은 단편이라서 읽기는 쉬웠으나 동시에 어려웠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야기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고 나서 읽어보니 결코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무엇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 이것은 심오한 철학입니다.


이 책은 러시아 원전 번역본으로 단편 1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한 8편은 1963년에 예술문화국가출판부에서 출간한 20권 전집 중 제10권에서, <세 가지 질문>과 <노동과 죽음과 질병>은 톨스토이의 모든 작품을 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원문 텍스트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기존 번역과 다른 점은 인물이나 지명 등 일부 러시아어를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외래어표기법이 아닌 러시아어 특유의 된소리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뭔가 더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사가 말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감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랐습니다.

부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저녁 때 필요한 것이 살아있는 사람이 신을 장화인지 아니면 죽은 자를 위한 목 없는 신발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람으로 있을 때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 마음에 있는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고아들은 자신을 챙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낯선 여인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랑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 천사의 등 뒤에서 날개가 펼쳐지면서 그는 하늘로 올라갔다.

세묜이 정신을 차렸을 때 오두막은 전과 동일했고, 오두막 안에는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39-40p)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간이 된 천사를 통해서 세 가지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천사는 가엾은 산모의 영혼을 거두지 못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았습니다. 벌거벗은 인간의 몸으로 땅에 떨어진 천사는 추위와 굶주림을 겪게 되지만 세묜과 마뜨료나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세묜은 아무런 조건 없이 천사를 구해줬습니다. 과연 나라면 세묜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당장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던 겁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그대로 왜 살지 못하느냐는 것입니다. 스스로 제 삶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단편들 역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지하게 답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생애를 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한때 환락에 빠져 타락한 생활을 하였으나 노년에는 철저한 금욕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910년에는 집을 나와 <신부 세르게이>(1898)의 주인공 세르게이처럼 순례자 생활을 하다가 허름한 기차역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과연 톨스토이 자신은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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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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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의 2,000쪽 가량이라고 해요.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다 읽을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삶에 필요한 핵심 문장들만을 쏙쏙 골라 모아놓았어요. 어려운 철학 이론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담긴 문장들이에요. 그래서 단숨에 읽어가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읽는 책이에요.

책의 구성은 열 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어요. 행복에 대하여,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철학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인간 행동에 대하여. 각 주제에 속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들을, 자신의 상황과 고민에 따라 선택하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고 부른대요.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 윤리의 기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위대한 철학자였음을 깨닫게 해주네요. 특히 우리에게는 인간 윤리의 기본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인간답지 않은 인간을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요. 

철학은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만을 담고 있지만 그 문장들을 하나씩 되새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이 즐거움뿐이라면 이상할 것이다.

우리가 단지 우리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평생 노동을 하고 고난을 겪는다면 정말 이상할 것이다.

행복한 삶은 미덕에 부합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이 수반되는 삶이고 재미로 소비되는 인생이 아니다.

  ■ 윤리학   (22p)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물으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와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행복은 오락이 아닌데, 우리는 종종 오락을 행복으로 착각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 행복은, 활동은 생겨나는 것

행복은 일종의 활동인데 활동은 생겨나는 것이지, 어떤 소유물처럼 속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만일 행복이란 것이 우리의 활동 속에 깃들어 있고 선한 사람이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둔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선한 자기 자신의 행동을 자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채워주는 것이 친구인 선한 사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 윤리학  (29p)


행복은 행위 속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선한 사람의 행동, 즉 선행이 주는 즐거움이 행위자와 그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여기서 친구의 조건이 나오네요. 선행을 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사람.

살다 보면 수많은 지인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친구는 많지 않아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한 사람의 행위를 해야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

시인의 기능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묘사하는 것이다.

즉 가능성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언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시적 진술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본질을 진술하기 때문이다.

   ■ 시학  (233p)


철학이 어렵다면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네요. '시는 우주적'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저 역시 시를 잊고 지내던 시기는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근래에 다시 시를 읽으면서 새로운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철학과 시는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문장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부디 각자의 삶에서 지혜롭게 스며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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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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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요.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인데,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눈물짓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개에 대한 진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소년과 개>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예요.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주차장 구석에 개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머물러 있어요. 

이 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즈마사예요. 개에게 목줄은 없고 가죽 목걸이에 '다몬(多聞)'이라고 적혀 있어요.

다몬. 많을 다, 들을 문.

앞으로 이 개를 만나게 될 사람들은 개의 이름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개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눈빛으로 모든 걸 다 이해하는 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예요. 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간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어요.

저자 하세 세이슈는 이 소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어요.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에 <소년과 개>를 문예지에 게재했다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해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힘든 상황을 겪는 와중에 <소년과 개>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 즉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주인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이토록 커다란 사랑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가즈마사, 미겔, 다이키, 사에, 미와, 야이치, 우치무라, 히사코, 히카루 - 저마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해와 다툼의 도구가 된 걸까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는 달라요. 아무 말 못해도,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와 핥아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요. 무엇보다도 늘 곁에 있어주는 특별한 존재예요.

힘들 때는 그저 묵묵히 함께 있어줘서 든든한 위로가 되곤 해요. 다몬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요.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다몬을 발견한 게 아니라 다몬이 외롭고 힘든 그들을 선택해준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다몬이 건네는 위로와 사랑이 제게도 전해졌다는 거예요. 그건 놀라운 감동이었어요.

진심으로 개는 훌륭했어요. 개는 훌륭하다는 걸, 다몬은 우리에게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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