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밑바닥의 비밀 - 컴퓨터 시스템의 본질을 알면 코드의 실마리가 보인다
루 샤오펑 지음, 김진호 옮김 / 길벗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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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렬하게 느껴진 건 '밑바닥'이라는 단어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대상이나 분야에 대해 '밑바닥'을 언급했다면 거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고 봐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어렵고 복잡한 컴퓨터의 세계를 보다 쉽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컴퓨터 밑바닥의 비밀》은 루 샤오펑의 책이에요. 저자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연구 및 개발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위챗에서 '프로그래머의 무인도 서바이벌'이라는 이름의 공개 계정을 운영하며 컴퓨터 기술을 알기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고수준 계층에서 저수준 계층까지 컴퓨터 시스템 내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안내서라고 볼 수 있어요. 첫 번째 여행지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며, 프로그래머가 코드를 작성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컴퓨터를 배운다는 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해요. 프로그래밍 언어는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도구이므로 컴퓨터라는 거대한 세계를 이루는 작은 요소라는 거예요. 저자는 일방적인 설명 대신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직접 프로그래밍 언어를 발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런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무리한 질문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있네요. 소프트웨어는 복잡하지만 프로그래머는 추상화를 통해 복잡도를 제어할 수 있고, 컴퓨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추상화라는 기반 위에 구축된다고 해요. 추상화는 프로그래머를 저수준 계층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프로그래밍의 문턱도 점점 더 낮추어 컴퓨터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도 며칠 동안 간단한 학습만으로 괜찮은 프로그램을 작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각각의 추상화 계층은 본질적으로 그 안에 편안하게 머물면서 프로그래밍을 즐길 수 있는 낙원인데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저수준 계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다음 여행 코스는 프로그래밍이 실행되고 난 후 저수준 계층이에요. 프로그램의 실행 시간 동안 일어나는 비밀에 관한 것으로 CPU부터 운영체제, 프로세스, 스레드, 코루틴, 동기, 비동기, 블로킹, 논블로킹이라는 개념을 알려주네요. 고수준 계층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저수준 계층에서는 모든 것이 CPU를 비롯한 하드웨어에 달려 있다는 거예요. 저수준 계층에서 고수준 계층까지 입출력을 전방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코드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는지, 프로그램과 컴퓨터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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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배신 -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배종빈 지음 / 서사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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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믿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를 거예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는 매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신을 당하고 있어요.

《생각의 배신》은 생각이 많아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 처방전이에요.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진료실을 찾는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해요.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릴 적부터 생각을 많이 하도록 교육받아왔는데, 상식과는 달리 생각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고, 우울감과 불안감을 유발해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거예요. 최근 뇌과학 연구들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 각종 정신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과 예후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어요. 실제로 환자들이 생각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났더니 우울과 불안 증상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생각이 어떻게 우리를 불행하게 하며, 정신장애를 유발하는지 살펴보고, 생각에 빠지게 되는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안내하고 있어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처방은 '생각에서 벗어나기'인데, 이것은 단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주의를 다른 무언가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생각 외에 다른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데 이 몰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해요.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을 지속하는 연습이며, 생각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가 있어요. 또한 생각의 늪에 빠지는 상황들을 미리 알면 부정적인 생각도 예방할 수 있어요. 평소보다 주의력이 크게 떨어지고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무언가에 중독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중독을 겪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디톡스가 등장한 것 같아요.뇌가 자극적인 것에 지속해서 노출된 상태라면 잔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한데, 독서나 산책, 조용한 음악 등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아요.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이 중요한데, 습관을 만드는 것은 의지가 아닌 뇌예요. 습관 형성에는 전전두피질과 기저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전전두피질이 의지로 행하는 행동에 관여하며, 반복할 때는 특정 상황과 연관지어 반복해야 기저핵에서 반복적인 행동을 자동화하여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책에 나오는 생각의 기술을 습관으로 만든다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필요할 때는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부정적 생각의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까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중요해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일, 뇌과학 처방전으로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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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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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은 138억 년이라는 빅히스토리를 담은 책이에요.

빅히스토리는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탄생 이후의 역사를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모든 과학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하는 융합 학문이라고 해요. 우주와 지구, 인류와 문명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방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의 첫 장에는 우주, 인류, 과학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연표가 나와 있어요. 138억 년 전, 점에서 시작된 우주가 쭈욱 그어진 선을 따라 2023년을 분기점으로 1조 년 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어둠만 남은 우주로 마무리되고 있어요. 인간의 삶으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머나먼 미래까지 보여주는 연표라서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저자의 말처럼 인류 문명의 역사는 0.1초도 안 걸리는 시간이기에 지금 우리의 시간은 우주의 역사 속에선 너무나도 짧은 찰나인데 정작 우리는 수만 년을 살 것처럼 굴고 있으니 굉장한 코미디 같아요. 어찌됐든 우리에겐 엄연히 인류의 시간이 흐르고 있고, 기후위기와 환경오염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어요. 저자는 우리에게 138억 년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전 지구적 시야에서 인류 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도표와 흥미로운 그림을 통해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상상력을 더할 수 있게 만드네요. 우주, 지구, 바다, 대륙, 조상, 인류, 무기, 농업, 문자, 컴퓨터, 생명공학, 천문학, 빅뱅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마다 과학적인 해설과 함께 인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깨닫게 해주네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다음 차례가 인류라는 경고이기도 해요. 육상생태계의 4억 2000만 년 역사 속에서 동족을 위협하고 위협당하는 불행한 삶을 자초한 특이한 동물은 인류뿐이라는 사실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네요.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구 지성의 필연적 결과물로 여기지만 지구 역사에서는 그저 우연한 사건이며, 인류의 진화는 인간이 강자여서가 아니라 약자였기에 생존을 위한 변화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기존의 잘못된 태도를 바꿔야 해요. 과학자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인류를 끌어올려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 인류는 갈림길에 서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우주는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며,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바로 지금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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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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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그게 없었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을 둘러싼 세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에요.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주인공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단순히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라 소름돋는 상황들이 올가미가 된 것 같아요.

"만약, 집 앞에 당신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당신은 그 상자를 열어 보겠습니까?"

얼핏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왜냐하면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을 테니까요.

이 소설은 이상하고 기묘한 가위바위보를 반복하는 꿈을 꾼 최도익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스물일곱 살 청년 도익은 뒤숭숭한 꿈을 꾼 다음 날에 문 앞에 놓인 붉은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상자 안에는 검은색 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하필이면 중요한 시험 날 아침에 송장도 붙어 있지 않은 의문의 붉은 상자가 그곳에 놓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익은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고, 그 쪽지에 적힌 글을 읽고나서야 찝찝한 기분을 느꼈고 불길한 징조라는 걸 예감했어요. 역시나 그 뒤에 이어진 사건들은 모두 붉은 상자와 관련이 있어요. 도익 말고도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개별적으로 보였던 사건들은 점점 하나를 향하게 되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는데······

과연 누가 붉은 상자를 만들었고, 특정한 사람에게 보냈으며, 그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줄줄이 이어지는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고조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도익이 꿨던 꿈, 모두가 계속해서 주먹만 내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지닌 의미를 곱씹게 되었어요. 가위는 보자기를 이기지만 바위에 지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만 보자기에 지고, 보자기는 바위를 이기지만 가위에게 지고, 서로 같은 것끼리 만나면 비긴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법칙에서 상상도 못할 변수를 찾아낸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네요. 무엇보다도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스펙타클한 모험을 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인기 1순위로 단번에 올랐을 것 같은, 그만큼 흥미롭고 위험한 이야기네요. 김정용 작가님의 《붉은 상자》를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받는 순간 당신의 선택은, 무조건 읽게 될 테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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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양유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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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는 양유진님의 에세이예요.

책 띠지에 저자의 사진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채널 구독자일 것 같네요. 저자는 100만 구독자를 가진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자 배우 양유진님이에요. 배우를 꿈꾸던 연기과 학생 시절에 코로나19를 만나 자취방 원룸을 무대로 만든 '방구석 극장'이라는 영상이 채널 구독자인 '빵쟁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십대의 밝고 쾌활한 모습 뒤에 숨겨진 어려움들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엄마를 비롯한 가족, 주변 사람들 그리고 갱스터 할머니가 있었네요. 고층 입원실은 항암 병동인데 그 병실의 환자들 중 제일 많은 증상이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져서 속으로 갱스터 할머니라고 불렀대요. 찾아오는 자식들도 없이 혼자 힘겹고 외로운 병실생활을 하던 그 할머니는 기구한 사연을 가졌지만 누구를 탓하거나 불평 한마디 없이 본인의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 견뎌냈는데 그 모습에 저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해요. 중학교 3학년 때 루푸스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서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던 저자가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준비할 때 대학 전공을 연기과로 정한 것은 힘들었을 때 많은 작품을 보며 위로받고 버텼던 것처럼 자신도 배우가 되어 지친 사람들에게 유쾌함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좋은 연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저자는 현재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었고 채널 구독자인 빵쟁이들과 서로 응원하며 소통하고 있으니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허심탄회하게 말하면 그냥 내 마음에 들게 나대로 살아가고 싶은 것 같아요. 나를 보는 많은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54p)라는 저자의 말처럼 씩씩하게 유쾌한 긍정 에너지로 사는 모습이 진짜 자기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멋져보였어요. 스물다섯 살의 삶을 진솔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픈 기억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그 마음이 참 예뻐서 좋았어요. 빵먹다살찐떡의 밝은 에너지로 힐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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