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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유의미한 살인>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되는 심.리.스.릴.러 프랑스 소설입니다.
주인공 잔느는 스물여덟 살의 미혼 여성으로 엄마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경찰서 지원실 사무직으로 일한지 벌써 1년째.
그녀의 일상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반복됩니다.
똑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8시 30분 정각에 사무실 도착, 사무실에서는 볼펜 한 자루도 정해진 위치에 나열한 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러야 되는 잔느의 소소한 강박증.
그녀는 출퇴근 시간에 핸드백을 자신의 몸에 꼭 밀착시키고, 수시로 '핸드백은 잘 잠갔나?'라는 생각을 하며 굳게 잠겨있는 핸드백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파브리스 에스포지토 반장은 매일 아침 각 사무실을 돌며 전 직원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 시간이 잔느에게 하루 중 최고인 동시에 최악의 순간입니다. 최고인 이유는 아름다운 초록색 눈동자, 잘 생긴 에스포지토 반장을 볼 수 있으니까, 최악인 이유는 잔느가 '안녕하세요.' 이외엔 다른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아침인사를 하고 휙 나가버리는 반장을 보는 그 시간이 잔느에게는 하루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이 강렬해지는 시간입니다. 잔느는 남의 이목을 끄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사무실의 다른 직원과도 인사 이외에는 거의 말을 나눈 적이 없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 잔느는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열차에 올라탔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녀의 지정석은 마지막 칸, 구석 자리.
그런데 문득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고, 그건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 바로 옆에 놓인 종이였습니다.
흰 봉투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잔느, 그녀는 한참이나 당황해 하다가 결국 봉투를 열고 검정색 잉크로 쓴 손 편지를 보게 됐습니다.
편지에는 잔느를 쭉 지켜봐 왔으며,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었다는 사랑 고백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엘리키우스... 수수께끼 같은 이름, 로마 신화의 수많은 신들 중 가장 막강한 신, 신들의 신, 주피터의 또 다른 이름.
그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잔느.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적었고, 그걸 읽은 잔느는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고 화끈거렸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미스터리 남자와의 로맨스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엘리키우스의 다음 편지는 소름끼치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엘리키우스는 잔느에게 살인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유린되었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복수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연쇄살인마가 보낸 연애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공포와 설렘을 안겨준 엘리키우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잔느는 엘리키우스의 편지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점점 파문은 커져가고, 그녀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에스포지토 반장이 쫓고 있는 연쇄살인범이 바로 엘리키우스라는 걸 알게 된 잔느, 그녀의 선택은?
읽는 내내 잔느의 불안한 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유의미한 살인>은 살인 사건보다 인간의 심리가 더 극적으로 표현된 놀라운 작품입니다. 또한 얼마전 읽은 <네메시스의 사자>가 묘하게 겹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