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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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1506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믿었다. 콜럼버스의 죽음 이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두 차례 항해한 끝에 그 땅이 유럽인들이 몰랐던 새로운 대륙임을 확인했고, 신대륙은 아메리고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로 불리게 됐다. -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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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바뀌면 역사도 바뀐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제2사분면은 인구론을 주장한 경제학자 맬서스나 미래학자들의 예상과 다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는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드러나야 할 것이 많은 현대사는 물론 오래전의 혁명도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정물화 속 세계사>는 다수의 미술에세이를 집필한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가이자 사회교사인 태지원 작가의 본업과 덕심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읽어본 <그림의 말들>이나 평소 그녀의 브런치와 인스타를 통해 알고 있던 목소리보다 조금 더 단호한 역사이야기. 저서 목록을 통해 경제학을 쉽게 해설하는 능력자임을 예상했는데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미술에세이보다 역사 교과서에 가까운 이 책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다.

​메트로폴리탄과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나도 모르게 심취했던 해골과 오렌지 속살, <그림의 말들>에서 본듯한 튤립, 미국화가 그림에 등장한 게 신기해서 공들여 조사한 청화백자, 아메리고 등장 이후로 예상된 대서양 무역의 주요 상품인 설탕, 커피, 초콜릿 등 정물화의 주요 소재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을 고찰한다. 또 한 권의 연관추천작이 떠오른다.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대구 Cod>라는 책이다. <대구>를 통해 아메리고와 대항해시대와 대서양 무역을 거의 처음으로 정주행하고 있었다. 분량에 비해 잘 읽히지만 완독할 타이밍을 계속 놓치던 와중에 <정물화 속 세계사>가 추월했다. <대구>에 등장한 대구, 설탕, 노예무역을 리마인드하게 됐다.

​직접경험은 아니어도 한국인으로써 식민지 경험에 무감할 수 없다.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과 문명이 초토화되고 아프리카 대륙을 쥐어짜 배를 불려온 유럽 중심의 세계사는 계속 재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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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봉건사회의 신분제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거래하고 무역을 하면서 돈을 모으던 이들을 부르주아라 한다. 부르주아는 프랑스어 'bourgeois’에서 유래한 말로, '성bourg 안에 시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당시의 도시는 대부분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부르주아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도시는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흑사병으로 인구가 감소하자 도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도시는 지속적으로 이주민을 끌어들여야 했다. 이에 장원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도시로 이동해 새롭게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생겼다. -23p


루이 14세의 낭트칙령 폐지는 프랑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림 50>은 낭트칙령 폐지 이후의 상황을 보여준다. 가톨릭교도로서, ‘드래곤’이라는 소총을 가지고 다녀 용기병dragonnades 이라고 불린 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개신교도의 집에 밀고 들어가 갖은 악행을 벌이며 개종을 강요했고 무자비한 박해를 일삼았다. -141p

부르주아들은 혁명에 함께 참여했지만 모두가 동등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내고 재산을 가진 사람만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민들, 노동자계급은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얻지 못했다. -194p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3퍼센트를 차지하는 제 1위 카카오 생산국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대표 원료 생산지인 이 나라의 카카오 농장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터무니없이 적다. 1000원짜리 초콜릿을 판매한다면 카카오 농장에 돌아가는 수익은 2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80원은 허쉬나 네슬레처럼 초콜릿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이나, 중간 유통업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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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뿐 아니라 다양한 그림을 통해 역사적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알쏭달쏭한 미술, 역사, 경제학 용어를 확인하면서 책과 지식, 예술의 힘을 충전해보자.

(아트북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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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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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우리에게 다가올 앞날을 준비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앞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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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진 채색 전문가 마리나 아마랄(Marina Amaral)이 복원한 생생한 사진에 역사 크리에이터 댄 존스(Dan Jones)의 역사적 서술을 더한 생생한 역사책이 왔다. (역사덕후 아님주의) 생각해보면 특히 사진기 등장 이후의 역사에 흥미를 갖기 어려웠던 진입장벽이 존재했다. 물론 한국사람으로서 조선-일제-군부를 잇는(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독재정치사가 근현대사를 우울하게 조명하기도 하지만(자,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면 음. 일단 1980년이었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된 과거의 풍경이 어쩐지 흐릿하고(전쟁과 야만과 항쟁의 시대) 무엇보다도 흑백으로 재생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쟁사에 컬러만 입혀도 달라보일까? 엄청난 변화가 있다고 하기엔 전쟁 관련 주요 사건들은 여전히 해상도가 낮고 색을 입혀도 칙칙한 채도에 그친다. 하지만 1850년대부터 1900년대의 역사 기록을 엮은 <선명한 세계사> 1권을 통해 처음으로 컬러풀한 19세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소득이고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어서 1910년대부터 1950년대의 역사적 사건을 볼 수 있는 <선명한 세계사> 2권에서는 타이타닉과 히틀러부터 한국전쟁과 매릴린 먼로까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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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선전용’ 사진에서 말그대로 이미지 정치를 위한 이미지로의 사진들을 설명하는 캡션(!) 또한 흥미롭다. 북스타그래머라면, 사실 인스타에는 다른 사진을 올리거나 관전만 하되 읽고 쓰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리고 사진과 시각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 앨범처럼 사진만을 보는 재미도 있고, 관심이 가는 키워드나 사진 위주로 읽어볼 수 있다. 어차피 해당 시즌의 사건들을 자세히 보려면 더 많은 자료와 사관을 검토해야 하니까. 인스타에서 발견하는 사진 또는 글을 대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무겁지 않게, 하지만 진심으로 역사와 친해져보자.



(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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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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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의식 속에서 이슬람과 한없이 연관 짓는 단어 다섯 개는? 분노, 분리, 자살, 나쁜, 죽음.
그 순서로요?
음, 사실 죽음이 첫 번째였죠. -218p

돈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 그들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피해를 입을 거야. 백악관에 있는 개자식도 말이야, 심장병에 걸렸을 때 누구를 불렀지? 네 아버지였다. 킹 에드워드 의과 대학 수석. 바로 네 아버지. -472p

극작가인 아야드는 기독교의 땅에서 사는 무슬림의 미국적 딜레마와 고통을 글에 담아내어 퓰리처상을 받고 미국의 대표적 무슬림 출신 작가로 부상한다. 하지만, 그는 무슬림의 배타성과 폭력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며 양쪽에서 배척당한다. 파키스탄에서는 그의 글이 신성 모독법을 위반했다며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에서는 911 공범 취급을 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515p,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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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주치의의 아들),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갈색 피부(그런데 인도계가 아닌), 극작가(연극과 생활의 상관관계여-), 아슬아슬하게 책임을 면한 정크본드 수혜자(?), 방종한 시기를 보낸 (헤테로 남성)예술가, 그(들)은 이곳저곳에서 막다른 길에 갇혀있던 뇌세포를 어딘가에 통합시켰다. 잠깐.

그런데 이거 메타픽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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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라는 자의식은 가끔 필요하지만 가끔 독이 된다. 명예나 부는 유의미한 수준으로(가져본 적은 없지만) 확보하기 전에는 잠재적 욕망(그런데 어지간한 은둔자가 아닌 이상 드러나는)이기에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하고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민자(보다는 그 후손, 1.5세대 이상의 원어민)에 대한 부러움은 그들을 연구(?)하면서 놀라움(경이 혹은 경악)과 존경과 좌절(?)로 이어졌다. 아야드 악타르가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이슬람계 ‘남성’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일과 그럼에도 겪지 않아도 되었던 일은 복합적인 고통의 시간이었다. 은사님을 앞세워(?) 찰진 스토리텔링으로 극사실주의(그런데 살짝 몽환적인) 논픽션(인가?) 장편소설에 정신없이 빠져들게하는 기술은 그 내용의 만족도(어쨌든 만족함)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그릇이었다.

측근들의 비리와 부정을 심하게 폭로(!)하기에 픽션이어도 이상한 이야기를 마치 전래동화인양 풀어놓는 대담함은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재능이 뛰어날수록 관전이 안 되는 것도 병인가?) 애도하는 노래인 애가, 앨레지를 바칠만큼 사랑한 나라를 어디라고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책에 실린 ‘토론을 위한 질문 및 주제’를 참고한 감상이다.)

미국의 이면을 볼만큼 봤다고 생각하는 것과 공들여 수집한 날것의 서술을 직면하는 건 다른 차원이었다. 여전히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조차 촘촘하게 비하되는 갈색피부에 대해 알아내야 할 것이 많다. <블랙리스트>, <브리저튼>, <굿 플레이스> 등 드라마에서 긍정적 측면을 보기도 하지만 블록버스터가 잡아낼 수 없는 세부사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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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집착해요. 그래서 서구가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을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죠.
-222p

사흘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우리는 미드타운의 한식당에서 만났다. 나는 그녀와 마주 앉아 한 시간 동안 그녀가 소고기가 안 들어간 비빔밥을 먹으며 들려준 성매매 관련 이야기를 메모했다. 나는 그녀를 두번 더 만난 후 마침내 어느 날 저녁 우드사이드에 있는 그녀의 집 거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화장실 밖에 놓인 책장에서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다. -394p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축소되고, 역사학, 철학, 문학, 음악, 사회학 관련 학과는 사라져 가고 있었다. 도서관들은 해마다 새 책을 들여오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아야 했다. -4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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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드 악타르 덕분에 책더미에 깔린 리베카 솔닛과 사치 코울의 에세이,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수록된 장영은의 <여성, 정치를 하다>, 한글판과 영어판을 소장하고 있는 타네히시 코츠까지 소환하게 됐다. 새삼 다양하고도 갈길이 먼 독서목록을 한번 더 점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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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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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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