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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평점 :
빅토리아 시대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 제작 기록에서 ‘누락된’ 여성 편집자와 ‘누락된’ 단어들의 이야기. 이미 ‘빅토리아’와 ‘옥스퍼드 사전’에 취저 당했는데, 해당 시기와 겹치는 ‘서프러제트’와 ‘1차 세계대전’ 까지 촘촘하게 구성한 지은이의 스토리라인에 한 번 반하고, 한글판을 읽어도 과몰입이 되어 읽는 내내 고열에 시달리게 한 옮긴이의 필력에 두 번 반했던 책. 최신 번역서들은 유려하고 깔끔하지만 <읽단사>의 주제가 영어이기 떄문에 자칫 까다로울 수도 있는데 번역서가 그 모든 어감의 차이를 살렸다는 것이 아주 신기했던 책.
언어와 사전의 역사, 여자노예 ‘리지’의 역사, 그것을 기록한 사전편집자 ‘에즈미’의 역사, 언어에 담기지 않은,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의 역사. 고단하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여자의 숙명. 누락된, 기회를 갖지 못한 단어들.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들키고 싶지도않지만, 쪽지를 모으다 보니 자기 손에 들어온 쪽지들에 대한 책임감마저 느끼는 에즈미. 쪽지를 줍는 것을 넘어서, 시장을 돌아다니며 교육받지 못한 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렇게 얻은 단어로 쪽지를 제작한다.
저자는 에즈미의 눈과 이을 빌어 리지라는 ‘여자 노예’의 삶을 관찰하고 목소리를 전해준다. 리지를 바라보는 에즈미의 시선이 다른 교육받은 여성들의 다소 편협한 시각과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며 많이 감동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각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에서 저자와 역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