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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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뿌듯한 소비! 미국의 20세기를 돌아보며 여성들이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기대감에 행복합니다. 작가, 작품 리스트가 더욱 익숙해질때까지 옆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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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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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태를 받아들이고 베를린에 적응하는 과정을 밀도있게 묘사함. <온전한 불안>이라니, 이게 바로 온전한 불안 그 자체. 원제는 <The Instant>인 것 같은데, 어떤 순간을 말하는지는 ‘반전‘ 이후를 계속 읽어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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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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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불안: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는 에이미 립트롯의 베를린 일 년 살기를 집약한 에세이면서, 소설이기도 하다. 구글맵투어에 능한 인터넷—소셜미디어 이전의 소셜미디어부터 통달한—중독자이자, 스스로 그 사실을 격하게 알고 있는 그녀는 자유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태를 받아들이고 베를린에 적응하는 과정을 밀도있게 묘사하는 한편, 이야기의 본격적인 부분을 후반부에 놀라운 페이스로 숨겨두었다.

지구과학과 점성술, 지리학과 조류학이 공존하는 여행에세이—또는 산책에세이로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표현으로 정리해주는, 때로는 너무 풍부해서 몰입하기 힘든 사실적—그녀가 조작한 사실일지라도—이야기는 (별 상관은 없는) 업무가 밀리고 뭉쳐서 초조한 시기에 부적절하면서도 딱 맞는다. <온전한 불안>이라니, 이게 바로 온전한 불안 그 자체. 원제는 <The Instant>인 것 같은데, 어떤 순간을 말하는지는 '반전' 이후를 계속 읽어야 알 수 있다. 스포없음주의

그녀 본인도 소설과 에세이 사이에서 어느 정도는 갈등하면서 썼을 듯한, 그러나 충분히 솔직하고 충분히 진실한,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읽어야 알 수 있는, 그랬어야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달의 중력'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불안, 이라는 심리를 기꺼이 함께하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덕후와 비공식 스토커로써 상습적인 불안증과 한몸이기에 이 이야기가 불편했으면서도—대체 왜 우리는 비슷하게 고통받는 사람을 적들보다 더 미워하는 걸까?—마침내 쓰고 싸우고 살아남은 그녀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부디 지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 재능으로 계속해서 지적인 글을 써주기를.

+ 독일어와 독일인의 시선으로 튜닝한 영어를 번역해도 리듬감이 살아있다. 번역도 훌륭하지만 원문도, 원문을 추론하는 내 머릿속 알고리즘과의 합도 좋았던 것 같다. 자꾸 인터넷 검색해서 나도 인터넷 검색하게 되는 책...이지만 다 읽었으므로 추천!


종종 이 자유—이 책임의 부재—는 나에게 자산이다. 이 가벼움. 이때 나는 나를 잘 간수할 수 있고, 이기적이고 즉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아, 하루가 길고,입술이 풀로 붙어버린 것 같고, 오래 말을 하지 않아서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지도 잘 모르겠을 때, 외로움이 심하게 무르익어버렸다고 너무 자주 걱정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무겁게 짓눌러줄 무언가 아니면 누군가를 찾고 있다. -45p, 초행자를 위한 베를린 안내

베를린은 수도지만 금융의 중심지가 아니고(금융 중심지는 프랑크푸르트다), 그래서 똑부러지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런던이나 파리 같은 금융 지구 도시들이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금융 노동자들이 없다. 찾아와 살았다가 버리고 떠나는 복잡한 흐름 속에서, 퇴락과 분할의 난폭한 역사는 내가 베를린에 매력을 느끼게 해준 빈 건물들과 저렴한 임대료를 만들어냈다. -55p, 디지털노마드와 유령

나는 계속 성큼성큼 걷는다. 혼자서 어딘가로 가고 있는 기분이 좋다. 나 자신에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자신감이 차오르고 조화로워지는 것 같다. 마음과 몸이 함께 일하는 기분. 나는 계속 걸어야 한다. 핸드폰이 15,000보를 헤아리다가 배터리가 나간다. -93p, 인터넷의 야생동물들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은 공장 노동자, 다른 일을 여두에 두고 있는 국제적인, 무언가가 되려고 세계를 누비며 여러 일을 타진하는 사람들이다. 주말이 지나서 일에 보귀하지 않는 것은 승리를 의미한다. 동료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는 그가 그림을 판 게 아닐까 기대하며 궁금해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바꿔줄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다. -105p, 임시 계약직

최근에 '페른베Fernweh'라는 독일어 단어를 배웠다. 직역하면 '먼 곳 통증distant pain', 다른 어딘가에 있고자 하는 감정을 뜻한다. 당신이 있는 곳이 아닌 장소에 대한 그리움, 향수병Heimweh과는 반대되는 감정.
-117p, 베르크하인으로 다이빙하기

'언팔로우'를 하고, 묵음으로 설정해놓고, 사진을 지우고, 히스토리를 편집하고, 잠수를 하고, 몇 달 동안 '읽음'인 채로 있기.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다. 대개의 사람들은 아픈 마음으로 온라인을 떠도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안다.
-165p, 디지털 고고학


(출판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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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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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작품,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등장하는 판타지를 읽었는데 슬프다. 그럼에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판타지가 공존하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도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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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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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했던 그 계절에 나는 외롭고 싶었고,
동시에 외롭고 싶지 않았다.
-155p, 리스본 숙소 이야기

살짝 기울어진 경사면의 돌바닥에서 조금 불편하게 의자를
기울이고 앉아서 노란색 푸니쿨라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을 약 3초의 기회를 얻는 일.
-184p, 리스본에서, 어느 하루의 취향

여행지에서도 '특별한 외출'은 존재한다. 어쩌면 여행은,
특별한 점들을 이어주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직선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200p,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 리스본 LX Factory

커피는 커피 자체를 마신다는 느낌보다는
여유 있게 아침을 여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할 테니.
-210p, 1유로 포르투갈 커피가 맛있는 이유

먼 곳으로 여행을 가서 지상에 발을 딛는 그 순간에 느끼던 비현실적인 현실감을 기억한다. 도착지 부근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면 비행기의 창문을 통해 정신없이 바라보면서 '내가 왔어, 드디어 왔어!'라고 생각하며 라이브로 창밖을 감상하는 순간을 좀더 즐기기 위해 서둘러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지만 공항에 도착해서 파워워킹을 하고 마침내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의 그 흔들리는 포근함. 그리고 그때 찍은 사진을 종종 꺼내보면서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여행의 기분과 그걸 다시 느낄 수 있는 기억,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또 다시 떠올리게 하는 기록.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기보다 곧 여행자의 삶을 살기로 작정했기에 인스타를 가꾸기 시작했다. 여행과 심화 주제가 융합되기도 했고, 여행만으로 여행과 여행사이의 단순노동이 해소되는 날들도 있었다. 여행 기록은 일단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 체계적이지 않아도 내 앨범은 즐거웠지만 인스타의 의도에 따라 조금은 남들도 즐겁게 했을거라 생각한다. 타인과의 행복 비교 문제도 있지만 우리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리만족의 순기능을 발견하기도 했다. 서로의 과거 여행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의 여행을 그리워했고, 여행에 대한 집단지성을 키워나갔고, 앞으로의 꿈과 성장을 응원했다.

추억을 묻고 떠나온 뉴욕에 대한 그리움으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책을 읽고 여행을 추억하는 기록을 좀더 자주하게 됐다. 그러다 어느날엔가 <대체조지아에뭐가있는데요>라는 책을 발견했고, 이 책은 말 그대로 내 삶을 바꿔놓았다. 여행과 기록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꿀팁을 보유한 에린 (권호영) 작가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영어선생님인) 에린님을 통해서 배우게 된, '기록과 콘텐츠'에 대한 크고 작은 지혜를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지만, 작년에 나온 두번째 책 <한달만에블로그일방문자수1000명만들기> 리뷰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그녀는 '진정성'의 화신이다.

에린님의 선한 영향력 주변에서 여행기록, 글쓰기, 소셜미디어, 독서의 시너지를 연구하면서 어느덧 서평을 대량생산하는 책덕후가 된 나는 (조지아 책을 살때만 해도 국내서를 이렇게나 많이/단기간에 읽을건 몰랐지🙊) 블로그의 자체 콘텐츠가 밀려있긴 하지만 인스타 여행기록과 책을 통한 간접여행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적립(?)하고 있다. 단순 기록에서 '글쓰기'를 품은 기록으로 진화해가는 매일의 '글쓰기'는 과거의 '스트레칭 또는 워밍업'과 같은 필수루틴으로 활약중이다. 그러면서도 포르투갈 책을 열렬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이라는 건 여유가 필요한 일인데, 열렬하게 기다리는 건 뭐냐고? 그건 내가 책은 느리게 읽으면서 저돌적으로 독서계획을 세우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에린님께 책을 빨리 내달라고 독촉(?)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 책이 피드에 등장할 무렵엔 내가 이런저런 서평과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겠다는 계획을 많이도 세우고 수정했을 것이다. 그렇다. 나의 계획 덕질은 일종의 열렬한 기다림.

그래서 대체 포르투갈에는 뭐가 있냐면, 에린님의 블로그에서 봤던 사진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뿌듯함과 에린님이 고심해서 고르고 고른 표현들이 있었다. 내 오랜 유럽여행 계획에서 포르투갈의 비중이 커질 예정이다. 조지아가 유럽 전역의 매력을 중첩한 곳이라면 (그럼에도 담백하고 천진한 매력의 희귀템이라면) 포르투갈은 아주 유럽적이면서도 아주 유럽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 경험이 대서양의 서쪽에 치우쳐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포르투갈 여행기에서 플로리다를 느꼈다. 어쩌면 솔직담백한 에린님의 목소리가 나를 내 향수가 가득한 가상의 공간에 데려다 놓았기 때문일지도.

포르투갈은 관광지라기 보다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은 국가로 다가왔다. 그래서 자꾸 플로리다가 생각 나는 걸까? 지금은 내 노후를 보낼 곳으로 마이애미를 생각 중인데, 유럽에 다녀오고 나서는 리스본이 강력한 후보지로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성큼 다가와 마음을 열게 하는,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 책이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이다. 왜 느리고 왜 좋은지는 (물론 직접 가보면 당연히 느낄 수 있겠지만) 책을 통해서 에린님을 홀렸던 포르투갈의 매력에 같이 홀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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