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음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낮 뒤에는 밤이, 깨어 있는 일상 뒤에는 잠이, 공적인 얼굴 뒤에는

내밀한 생각들이 숨겨져 있다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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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취향 - 박정대

 

 

아네스 자우이의 영화, 우아하게 적셔주는 코미디[레인]을 보

면서 당신은 울었다

 <히말리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 나오는 최민식을 보면서도 당

신은 울었다

 아네스 자우이, 아네스 자우이, 아주 이국적인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뭔가 울컥하는 마음을 명치끝 저편으로 자꾸만

삼켰다

 영화관 밖으로 나오자 울컥울컥 우기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으므로 그대의 우산 속으로 파고들

었다

아네스 자우이, 아네스 자우이, 자욱이 물빛 안개가 깔리는 거

리를 지나 코케인으로 걸었다

 코케인에서는 밥 딜런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칠월엔 당신의 우산이 되어드릴게요

 (그럼 팔월엔, 구월엔 누구의 우산이 될 건데?)

 나는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영원은 모든 순간 속에 있었다

 영원은 모든 순간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진지하게 우기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

고 처음으로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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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기삿거리가 있지. 타락한 성직자에 관한 기사,

 그리고 아동학대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던 변호사에 관한 기사.

어느 기사를 내길 원해 (스포트라이트)

          김태현의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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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 - 조동범    

 

 

오랑. 저녁 식탁마다 평화로운 안부는 가득하고, 창문마다 저물녘의 일몰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한다. 구름은 무심하고 미래는 누군가의 안위를 향해 모든 불길함을 버리려 한다. 오랑. 하수구를 배회하는 쥐 떼가 연민을 자아내는, 완벽한 저물녘이구나. 그리하여 오랑. 풍요로운 저녁 식탁을 앞에 두고 헤어진 연인의 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오래된 금기라고 누군가 말을 하려 한다. 오랑. 지중해의 바람이 아름답고 완전한 해변의 문양을 배회할 때,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흘러간 유행가를 허밍하려 한다. 하수구를 서성이는 쥐 떼는, 여전히 아름다운 오랑, 그곳의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처럼, 해변은 어느새 잊을 수 없는 폐허를 상상하기도 하지. 예언서마다 죽음의 문장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저녁 식탁의 가족사는 행복했던 과거만을 기억하고 싶어지는구나. 지중해의 바람이 불어오면, 그곳은 아프리카의 어느 슬픔인가? 아니 먼 프랑스의 어느 마을인가? 식탁 위의 촛불은 행복한 가족사를 향해 타오르고, 감미로운 저물녘을 위해 저녁의 식사는 나른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지중해를 향해 저물고 있는 태양은 느리고 긴, 빛과 어둠을 망설이는 중이구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굴되는 것들을 상상하며, 오랑. 우리는 그것이 폐허의 문장이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나 폐허 이전의 역사는 폐허를 예언할 수 없는 법. 오랑. 이제 모든 것을 기억하거나 상상하고 싶어지지 않는구나. 그것은 마치 오래전에 죽은 가족들의 무덤을 떠올리는 것처럼, 자꾸만 잊고 싶은 예언이 된다. 바람이 불어오면 식탁은 완벽한 저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다. 그러나 오랑. 미래는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폐허와 저녁을 향해 펼쳐지려 한다. 죽음의 문장처럼 오랑. 그리하여 완전한 저녁의 식탁이 영원토록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오랑.

 

* 알제리 항구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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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다. 시리즈로 나오면 좋겠다.

 

 독자들은 점점 나이가 들고 두 번 다시는 어려질 수 없지만

  허구의 인물들은 우리가 처음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대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허구의 인물들은 모두 포세이돈에게서 변신 능력을 받은

 프로테우스처럼 우주 만물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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