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살자고 떠드는 자들은

아직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 애송이들일 뿐이다.

가면을 벗으면 거기 있는 것은 진실이나 진심

같은 게 아니라 붉은 피로 물든 살갗이다.

피와 모세혈관과 꿈틀거리는 힘줄로 가득한 진짜 얼굴 말이다.

아무튼 그런 얼굴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이장욱의 캐럴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결혼식 가는 길 :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 퀴어 보다 생존이 더 우선순위다.

펠리시아의 여정 : 암담하다.

티끌 같은 나 : 러시아 작가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진부하지 않아 좋다.

왜 얼굴에 혹 할까 : 제목에 혹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즉 완벽한 사람은 없다.

리더쉽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단점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수도 없이 갈등하게 된다.

옷으로 비유하면 리더쉽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외출복이고 인품은 평상복이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티끌 같은 나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옛날의 그 집 - 박 경 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서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