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혹은 배반에 대하여 - 박상천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행운목 한 그루씩을 키운다


 그의 발치에 정성스레 물을 붓고

 분무기로 물안개를 만들어 

 푸른 잎을 닦아주며

 우리는 행운목이라는 이름의 나무를 키운다.


 행운목은

 우리의 믿음만큼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우리의 의심을 덮을 만큼

 무성하게 잎을 드리운다.


  어디선가 꽃을 피웠다는

 그 꽃의 향기가

  백합의 향기보다 진하다는 

 소문이 멀리서들려 올 때마다 

 행운목이

 꽃을 피우고 행운을 가져올 거라는

 우리의 믿음은 견고해진다.


 행운목이 가져다 줄 행운을 꿈꾸며 

 행운목이 피워낼 꽃을 꿈꾸며 

 우리는 행운목이라는 이름의 

 나무 한 그루씩을 

 가슴에 담아 키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세상은 집단이 생기면 대립이 발생하고 분쟁이 벌어지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모략이 시작된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게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이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보다 증오에 의해 맺혀진다. 인간의 연대는 사랑이 아니라 공통의 적을

만듦으로써 가능해진다. 어느 나라건 어느 종교건 오랫동안 그렇게 지속되어 왔다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법은 머릿속에 떠올리고 눈만 깜박이면 되는 신적인 능력이 아니다.

마법은 만들고 작업하고 계획하고 모색하고 파헤치고 말리고 

다지고 빻고 끓이고 그 위에 대고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걸 다 해도 실패할 수 있다. 신들의 방식과는 다른 점이다

    매들린 멀러의 키르케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신미균

 

 

 

 

풀잎이 살짝 스쳤을 뿐인데

손을 베었다

 

나는 종이에도 잘 베이고

작은 상자나 책받침

플라스틱 모서리에도 잘 베인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깃털에도

잘 베이고

창 밖에 내리는 어둠에도

잘 베인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베이고

아득한 절벽과 비탈길에도

잘 베인다

 

빗물이 닿으면

베인 곳은 

더욱 더

쓰라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삶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보라고 하시는데

난 내가 삶을 산 거라는 확신이 그다지 서지 않는군요

오히려 삶이 우리를 갖고 소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살았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삶을 선택이라도

한 것처럼 자기 삶인 양 기억하곤 하지요

개인적으로 나는 살면서 선택권을 거의 갖지 못했습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사적이며 일상적인 의미의 역사가

나를 이끌었고어떤 면에서는 나를 속여 넘겼지요

      로맹 가리의 내 삶의 의미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