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의 안쪽 - 안현미

 

마음을 고쳐먹을 요량으로 찾아갔던가, 개심사, 고쳐먹을 마음을 내 눈앞에 가져와보라고 배롱 나무는 일갈했던가, 개심사, 주저앉아버린 마음을 끝끝내 주섬주섬 챙겨서 돌아와야 했던가, 하여 벌벌벌 떨면서도 돌아와 약탕기를 씻었던가, 위독은 위독일 뿐 죽음은 아니기에 배롱나무 가 지를 달여 삶 쪽으로 기운을 뻗쳤던가, 개심사, 하여 삶은 차도를 보였던가, 바야흐로  만화방창 (萬化方暢)을 지나 천우사화(天雨四花)로 열리고 싶은 마음이여, 개심사, 얼어붙은 강을, 마음을 기어이 부여잡고 안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는 만삭의 


* 만화방창 (萬化方暢) :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나서 자란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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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많이 아는지 보다는 누가 더 잘 아는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력과 양심은 비워둔 채 기억을 채우는 데만 힘쓴다.

마치 새들이 이따금 모이를 찾으면,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그것을 

맛보지 않고 부리에 물고만 있는 격이다.

이처럼 우리학자 나리들도 책 속의 학문을 쪼아서는

입술 끝에만 간직하고 있다가 토해내 바람에 날려 버린다

      앙투안 콩파뇽의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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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을 때면 뭔가 개운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작가는 도스토옙스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톨스토이에게는 호의적이다.

 도스토옙스키가  궁금했지만 순서대로 읽었다.

 

 

 





 

우리는 감상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구분해야 한다.

감상주의자는 개인적으로 매우 잔인한 인간일 수 있다.

반면 감성적인 사람은 잔인과 거리가 멀다

.

 도스토옙스키는 유럽 추리 소설이나 감상주의적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상적 영향이란 그가 좋아했던 갈등 구조, 즉 선량한 사람들을 불쌍한 처지에 놓이게

한 다음 그 상황으로부터 일말의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를 말한다. 205

 

죄를 통한 구원, 투쟁과 저항에 대한 고통과 굴복의 우위, 형이상학이 아닌

도덕적 명제로서의 자유 의지 옹호, 그리고 적그리스도적 유럽 대 인류애

가득한 그리스도적 러시아는 극단적 이기주의다.

서구를 그토록 증오했던 도스토옙스키야말로 가장 유럽적인 러시아 작가였다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다 206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에 보이는 취향 부재, 전 프로이트적 콤플렉스를 보유한

인간의 고통에 대한 단조로운 해석, 짓밟힌 인간 존엄의 비극에 대한 탐닉,

이 모든 것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죄를 지음으로써 예수에게 다가가는혹은 이반 부닌의 직설적 표현대로

온 천지에 예수를 흘리고 다니는등장인물들의 이런 트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그가 쓴 작품 중 최고는 분신이다. 207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힘이 서로 대립한다.

한편에서는 고독을 지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상과 만나고 싶어 한다.

, 내면의 격정적 사고와 환상으로 이루어진 내적 삶을 지향하는 내향성과,

바깥세상의 사람들과 눈에 보이는 가치들을 지향하는 외향성이 충돌하는 것이다.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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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끈질기게 살아남는 기생충이 뭘까요?”

인솁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콥이 묻는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회충? 정답은 생각입니다. 끈질기게 살아남죠...

전염력이 엄청나고요. 어떤 생각이 뇌를 일단 장악하고 나면 

이를 떨쳐내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톰 숀의 크리스토퍼 놀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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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생 칼린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을 접대하지 말라

절반만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무엇인가를 말하면서 침묵하지 말고

침묵하면서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표현하라

감추지 말라

그리고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불분명한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말고

절반의 진실을 믿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절반의 물은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고

절반의 식사는 배고픔을 채우지 못한다

절반만 간 길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며

절반의 구상은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그대의 다른 절반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그대

그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웃음이며

그대가 하지 않은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다

도달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것이고

일했지만 일하지 않은 것이고

참석했지만 결국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대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고

그들을 그대에게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절반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는 절반의 존재가 아니므로

그대는 절반의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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