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자무시 67 행성 -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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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의 집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했네, 나의 집은 그대, 나의 집은 가난한 그대, 혀 속에 꿈꾸는 말들을 간직한 그대, 눈동자 속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물방울을 가진 그대, 밤이면 꿈꾸는 말들을 타고 달빛 아래 초원을 달리는 그대, 밤새 초원을 말달리며 영혼의 국경을 돌아보다 새벽이면 다시 나의 숨결 속으로 돌아오는 그대, 발칸의 슬픈 전설 같은 그대, 흉노족 같은 그대, 나밖에 가진 게 없어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그대, 그대가 나의 집이라고 나는 감히 심장의 불꽃으로 대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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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사막의 배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낙타에 앉아 흑맥주를 홀짝거리는 검은 밤이면 나는 고비와 타클라마칸을 지나 아프리카의 사하라로 가요, 내 혈액형의 일부는 그곳으로부터 왔어요, 뜨거운 모래의 심장으로부터, 한밤에도 식지 않는 태양의 기억으로부터, 사막을 횡단하던 낙타의 뜨거운 발바닥 그 견딜 수 없는 생으로부터요, 낙타가 사막의 배라고요, 낙타는 사막의 시예요, 온몸으로 온 발바닥으로 이번 생을 횡단하는 가장 뜨거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