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는 나의 취향이 아닌가 보다.
나무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나무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산에 가서 그 곳의 나무를
찬찬히 보는 게 더 나겠구나 싶다.
야생화가 피고 지고 할 때 잠깐 눈을 돌려 나무를 보면
연두색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면 봄이 한창이구나 하다가
그 잎이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면 이제 여름이 오고 있구나.
그러다 잠시 잊고 있다가 가을이 오는 느낌이 들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다.
이때부터 갈 때마다 나무들은 조금씩 모습이 달라진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찬란한 절정의 날을, 그리고 그날이 가고 나면 나무는 필요 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린다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에서 걸으면 이상해!
관목이나 돌이 모두 혼자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든 나무가 저 혼자다.
내 삶이 아직 환하던 때
세상은 온통 친구로 가득 찼었지.
지금 안개가 덮이니
아무도 보이질 않아.
피할 길 없이 나직하게
모두에게서 자기를 떼어놓는
어둠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도 지혜롭지 못해.
안개 속에서 걸으면 이상해!
삶은 홀로 있는 일이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니
모든 사람이 저 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