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도는 여름 - 이상국
역병이 도는 여름
이웃집 백일홍이 피자 동네가 환해졌다.
사람이 사람을 피해 다니든 말든
때가 되면 꽃은 사정없이 핀다.
꽃은 사람에게 겁먹지 않는다.
사랑하지도 않는다.
저 자신이 꽃일 뿐.
저들도 병들고 아플 때도 있겠지만
꽃은 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얼굴을 가리고
벌 받은 것처럼 조용한 여름
백일홍 꽃숭어리들이 바이러스처럼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