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와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정판

 

    달에 울다

병풍에 그려진 그림과 10년 단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 계절이 묘사된다.

40년간 나를 대신해서 법사가 방랑했다.

, 법사, 사과나무, , 생선껍질 옷, 백구, 야에코

하이쿠의 긴 버전 같다.

 

 

 

법사는 잠들어 있다. 두 다리를 깊이 접고,

 몸을 웅크린 법사는 늘어진 수양버들 둥치 위에 누워 있다.

비파는 어린 풀 위에 내던져져 있다.

달에 걸친 엷은 구름은 차츰 빨리 흘러가고 있다.

달빛은 알전구 불빛과 비슷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병풍 속에 불고 있는 따뜻하고 느릿한 봄바람이 느껴진다.   27-28 쪽

 

내 등을 비추는 달빛을 느낀다.

우리 마을 하늘에도 병풍에 그려진 것과 똑같은 달이 떠 있다.

그 빛은 야에코의 목덜미를 비추고 있으리라.

 그녀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병풍 너머에서 들려온다.

 소리 없이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고독한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한다.

만일 그녀의 어깨가 지금 가냘프게 떨리고 있다면 결국 내 어깨로도 전해져 오리라  65쪽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모든 걸 다 잃은 사십대의 남자가 후반기로 나아가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아버지는 어디 가서 무엇을 해도 실패했다.

빈말로라도 행복한 인생을 보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135쪽

 

나는 잃을 것을 다 잃었다.

이제 검둥이를 보며 30분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없으리라.

내친김에 나는 구덩이 속에 여러 가지를 더 파묻었다.

말하자면 아내와 아이를 묻었고, 친구와 아는 사람들을 묻었고, 내 자신을 묻었다.

그러니까 전반기의 모든 것을 몽땅 몰아넣고 파묻어버렸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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