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이 하루 - 이태수

 

 

 

어디를 헤매다가 마음아,

곤죽이 되어 돌아왔니? 구겨진 길들

발목에 매단 채 봉두난발(蓬頭亂髮),

해진 옷자락으로 되돌아왔니?

하늘의 푸른 잉크 빛 속으로 아득하게

새들이 빨려 들어가는 유월 한낮.

모란이 뜨락에서 꽃잎을 떨어뜨리는 동안

가까스로 햇살에 몸을 맡겨

제정신이 드는 마음아,

이 풍진(風塵) 세상을 어찌하리.

누군가 산을 넘고 물 건너 멀리 가보아도

끝내 눈물 흘리고 돌아왔다 하지 않니.

바람 잘 날 없어도 낮게 비워보면

작은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실로 가련한 마음아, 네가 깃들여

길을 트고 걸어야 할 지금 여기는

그래도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 올려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그늘지고 헐벗어도 다스한 가슴들이

한낮에도 조그맣게 불을 밝혀주어,

물러서던 길도 환해지고 있지 않니?

나무들이 껴입은 초록빛에 스며들며

물방울처럼 글썽이는 유월, 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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