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카 마음이 흐를 때 - 이제니

 

 

기분 나무는 구름의 영토 서쪽 끝에 도열해 있었다

그늘 밑에는 알파카 나의 알파카가

 

어느새 우리는 구름의 영토 끝까지 날아왔구나

 

무구한 검은 동공이 소용돌이치며

연관 없는 어휘들의 밤 위로 날아오를 때

 

너는 어리지 않다

너는 늙지 않았다

너는 아직 늙지 않았다

 

꼭짓점과 모서리들이 멀어진다

나는 몇 개의 점과 선과 면을 간단히 밀어낸다

 

발밑에는 줄 지어 누워 있는 녹색의 풀

구름의 무덤 곁에선 녹색의 목소리가

 

나는 이 생을 두 번 살지 않을 거야

완전히 살고 단번에 죽을 거야

 

알파카 나의 알파카

아름다운 얼굴이 그 여린 솜털이

부드러운 바람에 조용히 흩날릴 때

 

나는 지구의 회전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나의 여백을 믿는다

 

나무의 수맥을 따라 흐르는 물결 너머

테두리를 잊은 마음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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