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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평점 :
올해 두 번의 인사 발령을 받았다. 올해 1월 근무지가 이전됐다. 옮긴 부서에서 나름 성과를 내고 나중에 포상도 챙겨야하지 하고 야망(?)을 키우는 등 매우 잘 지내고 있었는데 6개월 만에 발령이 났다. 엄청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지금도 이 이야기만 하면 울화가 치민다. 저 때 쌓인 화가 지금도 마음에 있고 얼마 전에는 번아웃 회복 프로그램도 들었다.
발령에 대해 내가 짜증이 났던 것은 다음과 같다. 6개월 만에 예고도 없이 발령이 났다. 우리 규정에는 1년간 전보 제한이 있다. 그런데 그걸 무시했다. 조직개편이라는 예외사항으로. 두 번째, 예전에 일한 부서에 다시 오게 되었다. 지금 부서가 선호부서면 불만이 덜 하겠지만 기피부서 1위다. 데리고 올 사람이 없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 세 번째, 본사 근무이다 보니 아무래도 사업장보다는 업무가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그런데 부서에 있을 때보다 평가를 잘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누구는 본사 근무 한 번에 계속 사업장 근무를 하는데 나는 본사를 세 번째 근무이다. 나는 너무나 부당한 대우라 본다.
이와 같은 생각이 가득 차 있는 요즘에. <그건 부당합니다>는 제목부터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거 같아 끌렸다. 책 소개를 보니 내용도 읽고 싶어졌다. MZ라고 통용되는 요즘 세대의 불만(?)에 대해 제대로 살피고자 하는 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공정치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부당하다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공감 되었다.
<그건 부당합니다>를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 책이 재밌던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사례이다. (나는 비록 보지 않았지만) 유명 드라마의 내용을 가지고 공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교양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내용도 가지고 온다. 언론을 통해 한번쯤 들어봤을 사태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여러 근거를 가지고 풀어간다. 언론을 접해 믿었던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닌 점을 짚고 넘어가주는 것도 좋다.
나는 우리 조직문화가 수직적인 이유가 병영문화가 결합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남성이면 성인이 되고 나서 제대로 겪는 조직이 군대이다. 그런데 군대는 어떤 곳인가? 상명하복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조직문화를 준비 없이 받아들이고 이것이 나이 중심의 문화와 결합되어, 우리나라의 조직문화가 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를 나중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윗사람이 하라고 하면 우선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들은 자신이 명령한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깐. (그럼에도 아닌 것을 하려면 정말 하기 싫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특히나 이런 문화는 공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책에서는 공무원의 의전, 복종 등을 다루고 있는데 나는 이 부분도 특히 와 닿았다. 왜냐하면 상사의 복종. 까라면 까라는 것이 결국 잘못된 문화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61쪽) 따라서 복종이라는 개념은 일본제국주의 이하 식민통치 시대에 시작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애초에 복종이라는 단어는 법치국가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 다시 말해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일제 시대의 잔재이자 법치주의 국가의 법령에 어울리지 않는 봉건적 표현일 뿐이다. 이러한 표현은 그대로 둔 채 ‘창의적이고 젊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입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만이지 않겠는가.
지금 시대의 공정함이, 완전히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더라도 이전, 예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부당, 공정치 않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의식의 개선 변화 속도를 사회 제도 변화가 못 쫓아오기 때문이다. 라는 저자의 설명은 쉽고 동감한다.
의식의 속도보다 제도가 느리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부당함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학생 인권을 챙기고, 특히나 체벌교사에 대해 제제하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 덕분이라 판단한다. 다수 겪었지만 그대로 지나온 흔적이 이제는 영상으로 찍히고 공개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군 사병들의 핸드폰 사용은 적극 찬성이다. 통제된 그곳은 여전히 공개되고 고쳐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저자는 부당함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관행을 멈추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 관행은 기득권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지금 세대에서는 그만 하는 것이다. 관행은 관행일 뿐,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이 마음에 들고 다양한 내용이 있어 재밌지만 어쭙잖은 내 솜씨로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회사에서 중간관리자 이상을 맡고 있는 이라면 필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세대는 왜 이래?라고 핀잔을 줄 것이라 아니라 그 이유를 알고 공감하고 개선하는 것이 어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