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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제목을 무엇으로 해야 할 지 많이 고민했다. 필립 로스가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는 죽음인데, 여기에서는 죽음에 '책임'을 지려고 하는 무모한 인간이 등장한다. 그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할 수는 없는, 우연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능력 이상의 구원에 관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과 책임과 불행, 전염병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말을 '우연'으로 함축하고 책임과 죄책감과 자괴감, 무력감, 사죄와 같은 것을 '구원'으로 압축했다. 두 단어는 발랄하고 긍정적인 의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몇몇 사건이 생각났다. 세월호'사건'과 메르스. '아이들'과 '전염병'의 조합은 두 사건(사고)를 떠오르게 하는 데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떼로 죽어간 세월호에 대하여서는 단순히 '사고'가 아니었단 가능성들이 제기되면서 보다 세부적인 절차를 거쳐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립 로스의 소설 속 아이들에게 닥친 불행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때,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게 짚을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은 잔인한 것이라는 것. 우연 그 자체가 잔인하기도 하지만 '우연'이라는 무책임한 말 속에 담긴 책임 회피는 더욱 잔인하고 모진 것임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보며 지속적으로 떠올려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소설에서의 우연은 작위적이고 조작된 우연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전염에 의한 비극이다. 자, 이 쯤에서 메르스도 언급해보기로 하자. 실상 전염의 비극이란 결코 인간 책임의 범주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발병의 근원을 찾아서 빠르게 차단하고 조치했다면 최소한 전염의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의 경우 이 지점에서 늑장대응이 제대로 작용한 경우라서 필요 이상의 희생과 불안을 자아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폴리오도 비슷하다. 발병의 원인이나 감염 경로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메르스보다 더 위험하기까지하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폴리오가 매해 찾아오는 전염병이고 구체적인 치료방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한 정보는 누구나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립 로스의 소설에서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것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당국과 사람들의 자세라기 보다는 개인의 죄책감과 고뇌이기 때문에, 실제로 방역작업이 얼마나 제대로 행해졌는가를 알 수는 없고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이 다뤄 볼만 한 것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이다. 카뮈의 <페스트>에서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무너져가는 인간과 그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필립 로스는 메르스와 <페스트> 그 중간 즈음에 있다고 생각된다. 보다 근원적인 내면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인물의 고뇌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고 느낄만큼이나 우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염병의 숙주이자 발원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치 자신이 아이들을 죽인 것과 같은 그의 죄감은, 그가 가진 선량하고 따뜻한 마음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도 그가 전염의 근원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주지 않는다. 그가 인디언 힐에서 폴리오 환자가 생겨난 것을 보고 경악했을 것은 이해가 되지만, 결과적으로 숙주로 확인될 수 있는 무엇도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말이 일리가 있기는 하다. 자신이 숙주이든 아니든 뉴어크를 떠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 같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들의 '그 떄'의 고통에 있는 힘껏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그가 인디언 힐에 오기로 선택하고 후회하고 결국에 마샤를 실망시키고 자신의 인생을 마치 실패한 자의 것처럼 방치한 것은 어째서인가? 인간은 너무나 거만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약하다. 객관적이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승복할 줄을 모른다.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에 그것에 거리를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너무나 적게 생각하고 있다. 폴리오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극이었다면, 버키의 삶은 자신 스스로 망쳐버린 자의적 비극은 아닐까.


버키, 너는 늘 이런 식이었어. 넌 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지를 못해. 한 번도! 너는 늘 네 책임이 아닌 것까지 책임을 지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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