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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캐드펠 수사의 활약담을 보고 있자니 자꾸 수도원이라는 곳이 궁금해진다. 그곳은 어떤 곳이기에 당시 그런그런 사회적 역할들을 모두 담당하고 있었던가. 수도원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수도원에서 살고 있는 수사들의 각기 다른 임무들, 쫓기든 밀리든 숨든 수도원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가여운 영혼들. 나는 수도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자료를 찾아 보겠다는 데까지 이른다.
살인자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던 젊은이가 수도원으로 간신히 들어온다. 그리고 범죄가 밝혀질 때까지의 40일 간을 보장받는다. 수도원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그동안 진짜 범인을 잡든지, 못 잡으면 이 젊은이가 잡혀 가든지 하는 상황이다. 캐드펠은 젊은이를 믿는다,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캐드펠의 시선을 따라 나도 믿는다, 이런 젊은이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젊은이는 어떻게 혐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책 한 권의 기나긴 여정이 남아 있고 나는 두근거린다. 이번 독서는 쉽지 않겠군.
젊은이가 저질렀다는 살인은 없었다. 알고 보니 도둑을 맞았을 뿐이고 젊은이는 다시 도둑의 혐의를 받는다. 그리고 진짜 살인이 일어난다. 수도원에 있기만 했던 젊은이가 다시 위험해진다. 살인이 일어났을 시간에 젊은이는 수도원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해결하게 될 것인가, 왜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기어이 나가는가 말이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무모하고 나는 소설이라도 흥분한다. 그놈의 사랑이 무엇인지. 제 목숨이 지독한 위험에 처해도 사랑은 지키고 싶은 모양이다. 현실에서도 그러할까? 괜히 현실을 탓한다, 그럴 일은 없지 않느냐고.
사건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범인도 다른 쪽에서 찾아야 할 상황에 이른다. 캐드펠 수사는 휴 베링어 행정 장관과 지혜를 모아 추리력을 발휘하고 해결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어 간다.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이끌어 간 것인지 애매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젊은이의 애달픈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인물 창조 능력에 거듭 감탄한다. 아마 이 시리즈를 읽는 내내 나는 감탄할 것만 같다.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진다는 것, 범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람이 범인의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 상식보다는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에 빠져 가족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는 것. 1140년에도 사람들은 이런 모습으로 살았을까? 이야기로 꾸며낸 소설이지만 나는 작가의 상상력에 깊이 빠져든다.
몰랐던 먼먼 곳의 세상 이야기를 읽는 요즘, 즐거운 독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