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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평점 :
몇 년 전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시집 서점이 신촌에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간 적이 있다. 약도를 보고 몇 바퀴를 돌면서 찾았는데 끝내 보이지 않았다. 곧 알아냈다. 혜화로 옮겼다는 것을. 이후 혜화동에 갔다가 지나가면서 2층에 있다는 이 서점을 봤다. 일정에 쫓겨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고, 언젠가는... 하는 기대감만 품었다. 서울에 살지 않는 나로서는 서점에 들러 보는 이 일마저도 계획과 실행에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 하니까. 그런 와중에 코로나 19로 인해 내 서울 나들이는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는데. 마침내 이 책을 보았다. 이제는 더 가 보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만 했다. 한번은 가 보고 싶다. 가서 두 시간 정도 머물면서 놀면서 헤매고 싶다. 그러려면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야 하고 또 지하철을 타야 하고 서점에서 머무르겠다고 다짐한 시간과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릴 시간을 합하면 아무래도 하루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이 여정을 위해 1박 2일 이상의 계획을 정녕 세워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이게 또 뭐라고 못하고 있는 걸까......
서점을 지키는 시인도 모르는 척 살그머니 지켜 보고 싶고, 이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도 고르고 싶고(사인은 꼭 안 받아도 괜찮음),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집 중 미처 갖지 못한 책을 찾아내어 카트에 담고 싶고, 그래서 다행히도 한아름이 넘으면 박스에 담아 택배로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내가 보낸 책 택배상자를 내가 받아 풀어 보고 싶다는... 그리고 한 권씩 꺼내어 나란히 줄 세워 놓고 골라서 보고 싶다는... 이런 바람들로.
내가 지금 시를 읽고 지내는 마음만큼만, 다른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시집을 모으는 일에는 정성을 들이는 만큼만, 시로 내 삶의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같이 지내겠다는 바람만큼만.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본 것이지만 위트 앤 시니컬에 가서 꼭 구해 오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y에서 옮김202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