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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ㅇㅇㅅ -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
곽재식 지음 / 아작 / 2021년 7월
평점 :
사람마다 생각의 한계가 다를 것이다. 쓸데있는 것이든 쓸데없는 것이든 무엇을 어느 선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가 하는 점. 합리적인 근거로든 장황한 상상으로든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일 텐데.
SF소설을 계속 읽고 있다 보니 내게는 퍽 모자라는 역량이라는 걸 알겠다. 나는 참 쓸데없는 생각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자라면서도 해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그야말로 쓸데없는 생각을 왜 하는가, 이런 생각만으로 원천 차단해 버렸던 듯? 그래서 오랜 시간 쓸데없는 생각이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하찮게 봐 왔던 셈인데 이제는 이게 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살짝 억울하다는 느낌도 든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글쎄, 이렇게 가정하고 보니 또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겠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지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소설은 재미있다.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작가라니, 부러운 마음도 든다. 얼마나 자유로운 의식을 가졌으면 이토록 쓸데없이 하는 생각의 범위가 넓을 수 있는 것인지. 아무 쪽에도 쓰일 것 같지 않은 쓸데없는 상상과 생각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쓸데없는 생각은 결코 쓸데없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SF소설의 특징 하나-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또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어떤 일을 마음껏 다룰 수 있다는 점, 그것도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또 바라는 대로-를 유쾌하게 보여 준다. 빠른 속도 하나가 장점인 우주선을 타고 저 먼먼 우주 너머로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사장 이미영과 이사 김양식. 두 사람이 처음 의도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은 채,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나 모순된 사항을 적절하게 비꼬아 가며 일을 한다. 우습기도 하고 맥이 풀리기도 하면서 말도 안 된다 여기면서 또 말이 되는군 하게 되는 각각의 에피소드들. 우주 저 멀리로 그렇게나 먼 공간 사이를 쉽사리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란 게 지금의 우리네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너무 그럴 듯해서 도로 짜증이 날 정도다.
쓸데없는 생각에 무엇이나 있나 이를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y에서 옮김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