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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오래 전부터 전쟁이 있었다. 부족 간의 다툼이었을 작은 전쟁, 나라들끼리 편을 먹고 싸우는 큰 전쟁. 옛날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우주 전쟁, 차원 너머의 전쟁까지 상상해 내는 것을 보면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없어지지 않을 현상일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책에서는 1141년 잉글랜드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한 면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인 슈루즈베리, 이 지역의 장관인 프레스코트가 전쟁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고 작가는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상상의 이야기와 참으로 잘 엮어 놓았다. 실제 역사 자료를 찾아 보느라고 읽다가 얼마나 자주 이야기에서 빠져 나왔던지. 어느 대목이 사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일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를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또 잊어버리겠지만, 공부란 원래 이런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잔뜩 흥미를 느끼면서 그 시절로 빠져들 수 있다면 이것대로 유익한 노릇이 아닐까.
포로 교환. 한번도 유의해서 살펴본 적이 없는 전쟁의 주요 조건이다. 전쟁 영화도 싫고 전쟁 자료도 일부러 외면하는 처지에 있고, 최인훈의 광장도 오래 전에 겨우 읽고 빨리 잊어버렸고, 하다 못해 거제도 포로수용소마저 지나치고 말 정도였으니, 포로란 그저 딱한 처지에 놓인 가여운 군인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포로를 대상으로 급에 맞는 사람들끼리 교환을 한다? 협상도 하고 양보도 하고 규칙도 지키고(배신하는 일도 더러 생기기는 하겠지만)? 전쟁과 같은 야만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준다고? 인간, 참 알 수 없는 존재일세.
웨일스 말을 할 줄 아는 캐드펠 수사가 이번에도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게 된다. 포로 교환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를 쓰면서 해결책을 마련한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을 보면서 전쟁 속에서야말로 외국어를 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려면, 살아 남으려면, 살아가려면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슈루즈베리의 행정 장관은 이제 공석이 되었고 휴 베링어가 임시로 직무를 맡고 있다. 다음 책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