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즈웰 가는 길
코니 윌리스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4년 2월
평점 :
이 작가의 전개 방식을 깜박 잊고 있었나 보다. 초반 부분-프랜시가 로즈웰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읽는 동안 얼마나 답답하던지 하마터면 포기할 뻔했다. 그 대목을 넘어서고 나니 그때부터 진지함은 진지한 대로, 참신함은 참신한 대로, 두근거림까지 다 얻으며 읽었다. 아무렴, 외계인을 만났는데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혼자 있을 때 외계인을 만났다. 이 외계인이 무척 낯설고 무섭지만 나를 구속시키기는 해도 해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을 읽는 내내 이 가정을 해 보았다. 우선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안 믿어 줄 것이고, 설령 믿어 준다고 한들 외계인을 만난 나를 먼저 격리시킬 것이 뻔하며,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 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영화를 꽤 본 탓인가, 이런 염려가 더 생기는군.) 만났어도 만난 것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거짓말을 보태는 지구인이 한 명 더 늘어나는 일로 그치게 되는 건 아닐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고 가정하자. 지구에 올 수 있는 외계인이라면 우주 항해 기술력이 지구인보다 훨씬 뛰어난 종족이다.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든 차원을 바꿔 오든 생존 모습이 어떠하든 그 모든 면에서.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소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다. 왜 왔는지를 알려면. 그리고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절묘한 상상과 서술로 제안하고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가도 곧 이러면 되겠는데 싶을 만큼 가능해 보인다. 외계인에게 처음으로 잡힌 프랜시와 어울리게 되는 인물들 또한 어쩌면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재주들을 갖고 있는지 인물을 창조하는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다양한 사람을 알기도 어렵겠는데. 소설가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어야 재창조를 할 수 있게 될까? 몰라서는 창조 자체가 안 될 테니 독자인 나는 그저 신기한 기분으로 읽었다.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의 우정 혹은 사랑은 이 소설의 주제이자 교훈이다. 프랜시가 남달리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낯선 외계인과도 정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구인끼리 이웃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도 다 이해해 주지 못하고 사는 우리네 사정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다 읽고 나니 흐뭇해진 만큼 씁쓸한 기분이 남는.
소설에 나오는 역마차를 타고 캠핑을 해 보고 싶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