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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소설이라는 장르가 본질상 사회적 배경을 품고 있는 것이므로 고려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 점 때문에 퍽 고달프다.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읽을 때와는 달리 우리의 역사를 말해 놓고 있는 것이라 거리감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운 친밀감이나 동질감은 예상 이상으로 나를 아프게 한다.
인류 역사상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으리라고 여기는데, 여자의 삶은 남자의 삶에 비해 더 고단했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겉보기만으로라도 남자와 동등해진 것이 최근의 모습이고, 실제로 따져 보면 이것마저 썩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기는 한데, 지금도 사정이 이러한데, 소설 속 상황으로 들어가 보면 딱하고 안쓰럽고 속상하고 기막히기 그지없다. 그 시절에, 그 어려운 시절에, 여자라서 더 힘들고 고통받는 삶을 이어야만 했을 것이니. 소설이지만, 지어낸 이야기라지만, 모조리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 경우만큼은 소설의 허구성이 내게 아무런 효과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일제강점기(국권상실기) 시대, 백정의 자손, 한국 전쟁, 그리고는 딸, 아내, 엄마로 이어지는 여인의 처지. 또 이혼한 여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등. 앞으로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사정을 품고 있는 글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니 계속 읽고 또 읽어야겠지만(먼저 작가 쪽에서 쓰고 또 써 주셔야 할 것이고), 읽는 마음이 늘 고단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기에, 이 고단함마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몫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슬프고 또 서글프다. 작가가 이 소설에 등장시킨 여성 인물들의 성격과 태도를 아무리 강하고 꿋꿋하게 묘사해 놓았다고 해도. 그게 또다른 숨김 과정임을 알기에.
그러니 밤이 밝을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