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 하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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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데 다 읽고 난 뒤에 문득문득 느껴지는 오싹함이 있다. 이 작가의 소설에서 종종 만나 보는 맛. 그게 그때 그러했다는 말이지? 뒤늦게 찾아오는 얕은 깨달음처럼, 깊은 성찰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하게 와 닿는 확인같은.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고 나면 새삼 재미있는. 이번 소설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아니 위험한 사건을 다루었던 것이다. 고바토에게도 오사나이에게도 그리고 마냥 한가한 독자인 나에게도.

봉봉 초콜릿은 하루에 하나만 먹을 것. 꽃병에 꽃이 담겨 있을 때는 물을 주는 것을 잊지 말 것. 편의점에는 CCTV가 있다는 것도 기억할 것. 나의 똑똑함을 자랑하지도 내보이지도 말 것.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수수께끼 같은 일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것.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본 다짐 사항들이다. 지키는 대로 못 지키는 대로 흥미로울 듯하다. 내 삶의 색다른 무늬를 채우는 일 같은 것들.

하권을 읽으면서 봉봉 초콜릿을 먹어 보리라 했는데 구해 먹기도 전에 글을 다 읽어 버렸다. 이건 내게 좋은 일이었다. 재미있는 소설은 재미있게 읽는 일만큼 좋을 것이 더 없을 테니. 읽을 책이 많이 있는데 봄철, 여름철, 가을철 사건들을 다시 보고 싶은 이 마음은 또 어쩌란 말이냐. (y에서 옮김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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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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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에서는 좀처럼 받지를 못한다. 쓰인 글과 읽는 나 사이에 막이 서 있는 듯하다. 짧은 소설이라고 해서 경쾌한 기분을 기대했는데 실려 있는 소설들은 분량이 적어도 무거웠다. 주제가 무겁다고 해도 글에서 흐르는 경쾌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읽는 마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아무래도 마음이 멀어진다. 계속 읽어 보려는 내 시도가 무색해진다.

소설이 좋아서 느낌을 적을 때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계속 머뭇거려진다. 나와 안 맞는 글일 뿐일 텐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제대로 전해 받지 못했을 뿐일 텐데. 내가 원하는 독서 속 세상과 작가가 그려 내는 작품 속 세상이 어긋나 있을 뿐일 텐데. 나는 무엇을 어디에서 놓치고 있는 것일까. 굳이 이러고 있을 만큼의 연결고리는 맺고 있다는 것만 확인한다.

내 마음에 드는 인물을 끝내 못 만났기 때문일까. 글과 같이 실려 있는 그림에 더 머물렀다. 글의 맥락에 맞춰 그려진 그림인데 글보다 여운이 깊게 남는다.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y에서 옮김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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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 상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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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초콜릿이 어떤 것인지 찾아 보았다.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군. 오사나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바토에게 이걸 주었단 말이지? 소설을 읽는 중에 갑자기 먹어 보고 싶어졌다. 이 초콜릿을 먹으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이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사치가 되겠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상권을 다 읽을 때까지 초콜릿은 못 먹고 말았지만.

신기하게도 앞서 출간한 봄철, 여름철, 가을철 에피소드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함께 어떤 일들을 해결했다는 건 알겠는데 내용이 통 생각나지 않으니 이 상태로라면 새로 읽어도 또 재미있을 듯하다. (이미 읽은 책 중에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다시 읽기도 한다. 이 경우의 내 건망증을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글을 거듭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니.)

교통사고가 났다.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함께 걸어 가던 중에 고바토가 차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 3년 전에 동급생이 당한 사고가 있었던 자리 근처에서. 입원해 있는 상태로 고바토는 3년 전의 사고와 자신이 당한 사고를 비교하고 추리한다. 사고가 일어나는 경위와 뺑소니를 친 범인을 추리해 내는 과정이 묘하게도 재미있고 빠져 든다.

가벼운 듯 경쾌한 듯한 문체지만 남기는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찮은 단서라도 기어이 찾아 내어 사건 해결에 이용하는 두 인물의 용의주도함이 대견하고 이는 곧바로 작가의 의도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연결을 해 놓을 수가, 감탄하도록.

하권을 읽으면서는 봉봉 초콜릿을 꼭 먹어 볼 테다.(y에서 옮김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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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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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교적 오랜 세월에 걸쳐, 그의 글을 읽어 온 것 같다.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그러니 이 작가의 이름과 글은 내게 익숙한 편이다. 긴 여운을 주는 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그의 글을 접하는 순간부터 글에 빠져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발동이 좀 늦게 걸린다고나 할까.

이 책도 그랬다. 총3부로 되어 있는데 솔직히 1부의 글에서는 내 마음이 겉돌았다. 문장은 아름다웠으나 속내를 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내 마음이 겨울 들판처럼 메말라 있는 탓인지도 몰랐다. 풍경과 정서와 감상이 나의 것으로 다가오지 못했으니.

2부와 3부로 넘어가면서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꾸준히 읽고 싶어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문학과 문학적인 삶과 문학적인 만남에 대한 이해를 도와 주는 글.

3부의 '말과 사물'은 복사를 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과 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글이다. 왜 잘 가르쳐야 하는지, 속성과 방향을 알려 주는 글이니까.

읽고 보니, 전체적으로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이다. 그게 괜히 아쉽다. 책 뒤쪽에 모아둔 작가 자신의 책 서문들과 수상소감들은 익히 다른 책에서 본 것이었으나 또 새롭고 의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문 혹은 수상소감까지 한 편의 좋은 글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작가의 젊은 때, 김지하 시인이 출옥하는 날, 외손자를 업고 사위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박경리를 본 장면이 내 시선으로 잡힌다. 묘하고 고마운 일이다. (y에서 옮김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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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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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성의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나오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쓰는 게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넘어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쓴 글. 작가 자신의 의식과 경험과 행동을 오랜 시간  취재하여 작품으로 만들어 낸 글. 물 흐르듯이 쓴 글이 아니라 꼼꼼하게 따지고 짚어서 한 줄 어긋남 없이 엮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 


작가가 그리 하였으니 읽는 나도 그랬을 것이다. 설렁설렁 읽고 넘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꽤나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막 재미있는 내용은 아닌데, 섣불리 넘겨 버리지 못하는, 그렇다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아주 기대가 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 그런데도 또박또박 모든 문장과 낱말을 주목하게 만드는, 이 작가의 끈질긴 문체. 내가 이런 유형의 글을 좋아했구나, 발견한 기쁨도 컸다. 


작가는 소설가다.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현재의 진행 상태를 글로 풀어 놓고 있다. 소설을 이런 과정으로 쓰게 되는구나, 모든 소설가가 이 작가의 처지와 같지는 않을 것이고, 이 작가는 이런 모습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조리 들여다 본 기분이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보여 주는 대로. 이런 모습을 글로 읽게 되면 소설가와 소설에 대한 호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나로서는 상승의 효과를 얻는다. 더 좋아지게 되었으니.  


우연인 듯 보였으나 어느 것도 우연 아닌 것이 없다고 나는 믿는 쪽이다. 책도 그러하다. 어떤 계기로든 보일 수밖에 없어서 보였을 것이다. 책이 책을 부르는 소리를 내내 들으면서 읽었다. 작품이든 작가든. 이 책으로도 꽤나 많은 책을 소개받았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책을 읽는 중에 찾아보기도 했다. SF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곧 보게 될 듯하다.   


이 책으로 쓰는 이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지런해야 하나 보다. 자신 앞에 있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할 만큼.  (y에서 옮김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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