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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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추리소설에 담아 놓은 여러 가지 흥미 요소는 독자별 취향에 따라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나는 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의 내적 동기에 유독 관심을 둔다.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읽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인물은, 탐정이든 경찰이든 희생자든 범인이든 관계없다. 모두 다에게 해당되니까. 그(그녀)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하는 점. 


2만 명이 들어찬 로데오 경기장에서 한 사람이 총을 맞고 살해된다. 누가 죽였는지, 범죄에 사용된 총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내용이 글의 대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지루할 만한 묘사였다 싶은데 읽는 동안에는 무비 카메라를 움직이는 사람이라도 된 마냥 긴장감이 든다. 어느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혹 이것을 놓치기라도 하면 사건 해결에 필요한 중요 단서를 놓치고 말 것만 같기도 하고. 그랬음에도 결국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말았지만. 


죽는다는 것, 어떻게 죽는가 하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과 같은 답을 요구하는 표현이라는 바를 모르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 또 확인한다.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이건 합당한가. 이래도 되는 건가. 내가 된다고 혹은 안 된다고 해서 세상 이치가 내 방식대로 돌아갈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의 기준을 위해서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기는 한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건이었다. 


소설 제목이 미국 총이다. 총을 찾는 이야기. 우리로서는 아주 낯선 소재. 로데오 경기장도 내가 머릿속그림으로 그려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엘러리의 활약은 흥미로웠다. 범인을 내 손으로 잡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읽었으므로 궁리 자체를 하지 않았기도 하고 알려 준 바를 바탕으로 추리할 능력이 없기도 하니.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고 있어도 이것대로 또 재미있었으니 되었다.  (y에서 옮김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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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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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을 몇 권 보았다. 좋은 쪽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내 취향이 아니어서 멀리 했다. 그랬는데 얼마 전 유시민 작가의 북콘서트에 요조와 함께 나오는 프로그램에 다녀온 후 이 책을 빌렸다. 소설 말고 산문은 어떤가 새삼스럽게 궁금했다.


소설가의 글이라면 산문보다 소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게 좋을 텐데, 난 반대로 와 닿는 소설가몇몇을 좋아한다. 이 소설가의 경우도 소설보다 산문에서 더 호감을 얻는다. 그의 소설 어느 대목에서 내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여기는지도 이 책을 보고 정확하게 알게 된다. 사회와 세상과 사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다루는 소설의 시선을 내가 거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작가는 이를 좋아하고 있다고 하고), 산문에서는 이런 점을 오히려 통쾌하게 여기는데 나의 모순이다. 어쩔 수 없다. 


나에게 책은, '이게 뭐라고'라고 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아주 대단한 가치를 품고 있는 대상이다. 작가의 말대로 한다면 나는 읽고 쓰는 쪽이라서 이러할 것이다. 무인도에 갈 때도, 우주에 갈 때도 나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보다 책과 공책을 택할 사람이라. 그래서 읽고 쓰는 인간으로서 작가가 느끼는 온갖 감정과 현실에 공감했다. 내가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독자로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내용이라고 생각했으니. 


소설가로서의 삶도 흥미로웠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일어난 각종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쪽 세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형편이니 그렇구나, 끄덕이면서 새롭게 여겼다. 사람 사는 모습이 죄 비슷하다 해도 또 다들 다르게 살고 있기도 하는 셈이다.  


얼마 전에 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구해 놓았다. 전에 안 보이던 세상과 전에 못 봤던 매력을 모조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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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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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집을 읽고 난 뒤에 얻는 가장 큰 만족감은 미처 몰랐던 소설가 가운데 내 취향인 소설가를 새로 발견하는 기쁨이다. 


이번 수상작의 주인공인 작가는 나와 같은 나이였다. 나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나와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무슨 대단한 위로라도 되는 듯했다. 이유 없이 너그러워지고 그녀의 생각에 공감을 느끼고 그녀의 문체에 감탄하면서 그녀의 글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나이를 제일 먼저 생각하다니, 내가 꽤 늙은 것일까. 


일단 수상자의 작품 둘을 읽고 나니 책을 산 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가끔 어떤 해의 작품집에서는 내게 만족을 주는 소설가를 끝내 발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때도 있었다. 권여선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더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줄을 이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권여선, 그녀의 소설 속의 상황에 맞춰 따라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하나, 안동소주에 맥주 섞어 마시는 것


둘, 나도 우리 동네에 단골술집을 만들 수 있었으면. 우리집에서 맥주 캔 하나를 사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20분 밖의 읍내까지 가야 하니까. 걸어서 홀로 들어가 술 반 병에 따뜻한 안주 한 상 받아 보았으면.(실현 불가능한 꿈)  


정영문의 소설 속 깊고깊은 바닥에 잠기는 기분도 괜찮았고, 김종광과 윤성희의 기발한 상상력은 나를 꽤나 유쾌하게 해 주었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y에서 옮김200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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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손가락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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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게 사람의 본성이다. 특히 나쁜 쪽에서는 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지구 위 사람 사는 곳 그 어디에나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쁜 유혹에 빠져들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제 욕심을 차리겠다고 가까운 사람을 해치는 영혼들이 꼭 있다는 것. 정녕 인간은 완전한 평화를 실현시킬 수 없는 존재인 것일까.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진짜, 언젠가,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 일어났던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우리가 가진 나쁜 본성 중의 하나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좀 암담해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중에도 사랑은 싹튼다는 점이다. 사랑인 줄도 모르고 챙기고 배려하던 마음이 사랑으로 확인될 때의 당황스러움과 반가움이란. 그 와중에 나는 또 작가의 솜씨에 속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고 말았고. 사건이 끝날 때까지 드러나지 않도록 인물들 간의 관계나 사소한 비밀을 감추어 두는 것, 그게 작가의 능력인 셈이다. 그것도 글의 흐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로.   


읽어도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다. 올 가을은 확실히 추리 소설의 계절이 되고 말았다. (y에서 옮김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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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루인 수사의 고백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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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의 고해성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이번 책을 통해 제법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었다.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고 용서를 받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이나 과거에 쓰였다는 면죄부라는 형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말이지. 할루인 수사가 온몸과 마음으로 보여준 참회 역시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랑이 그런 건가? 소설이라서 가능한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사랑이지만 어긋나기도 하는 게 사랑이다. 사랑을 얻지 못해 수사나 수녀가 되어야 했을 그 시절의 이야기.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니 그래서 더더욱 사랑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일까? 짧아도 좋으니 사랑이라도 제대로 해 보고 살자 같은? 


고행은 또 뭐람? 내가 나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래서 할루인 수사의 고행길을 전혀 응원하지 못하면서 따라가야만 했는데. 글만 읽는데도 어찌나 춥고 시리고 힘들고 괴롭든지. 나는 종교라는 영역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에 더 많이 휘둘린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라도. 종교 자체에 경외심보다는 의심을 더 많이 가질 정도로. 뭘, 왜 그리 믿는다는 것인지.


캐드펠 수사가 가끔씩 딴짓하는 태도가 훨씬 따스하게 다가온다. 엄격한 무엇무엇은 대체로, 특히 종교에서의 엄격함이 영 못마땅하다. 다 하나같이 모자란 인간이면서. 그래서 로버트 부원장이나 제롬 수사가 더 밉상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캐드펠 수사는 고행하겠다는 할루인 수사를 따라나섰다가 여러 모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처리해 나간다. 이 시원한 맛에 소설을 읽는 재미는 충분했다. 젊은이들의 사랑은 매번 어찌 이리도 캐드펠 수사의 도움을 얻게 되는 것인지. 이쯤 되면 수사를 사랑의 전도사라고 해도 될 듯.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 영혼이 참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절로 한다. 이기적이고 냉정하고 무심하기만 한. 쓴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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