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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 / 2015년 1월
평점 :
한때는 새해 무렵 이 작품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지나고 난 후에 어쩌다 구해 보는 책이 되고 말았다. 책에 대한 아쉬움인지 내 취향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모를 빈 공간이 나를 가끔 끌어당겨 주저앉히곤 한다. 오늘처럼.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메모다. 수상작은 잘 읽히지 않았고, 읽히지 않아도 마음에 걸리는 건 없었다. 그게 도로 거슬렸다. 이제 내 취향이 아닌 글은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 않는 내 안의 타협이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어서.
조경란의 글이 좋아서 이 리뷰를 올린다. 이렇게 남기지 않으면 기억력이 형편없는 나는 이 책을 안 펼쳤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읽어야 하나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봤고, 조경란의 글을 보면서 이 작가의 글을 더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10년쯤 전에도 마음에 든다는 내 리뷰를 확인했으며, 그동안 왜 이 작가의 글을 안 본 건가 하는 반성도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전성태, 윤성희, 손홍규의 글은 무난하게 내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다. 내게는 아직 낯선 이름인 이평재, 한유주, 이장욱의 글은 아직 내게로 와 닿지 못했다. 아니, 내가 가 닿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말이겠다. 한 사람의 작가와 독자로서 마음이 찡하도록 닿으려면 어떤 장치가 있어야 하는 걸까? 중얼거리면서 경계에 잠시 서 본다.
'노인'. 점점 무거운 존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노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치매, 요양원, 부양, 가족 파괴, 죽음...... 2014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하는지, 같이 살면서 같이 힘들어야 하는지......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인간의 긴 수명에 전 세계가 당황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이미 이 안에 들어 서 있고. 이제는 편한 날이 있을까 싶다. (y에서 옮김201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