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창업학교 - 부자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어린이를 위한 창업 교육 동화 열두 살 경제학교
권오상 지음, 손수정 그림 / 카시오페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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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처음과 끝을 경험하게하는 이보다 더 좋은 인생 공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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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창업학교 - 부자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어린이를 위한 창업 교육 동화 열두 살 경제학교
권오상 지음, 손수정 그림 / 카시오페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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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에 아주 중요한 구절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서연이와 민준이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창업 캠프에 참가하여 창업의 여러 단계를 몸소 체험합니다. 그 과정은 결코 화려한 레드 카펫을 밟기만 하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신이 나고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외부적인 어려움과 팀 내부의 의견 충돌 같은 갈등도 겪습니다. 창업을 단지 장밋빛으로 만 그리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한 소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창업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골고루 보여 주려고 했습니다.]

<기업가를 키운다는 것>의 저자는 성공한 기업가와 그 부모님들을 인터뷰하며 유의미한 패배 경험을 누리게 하라고 했다. <가든패밀리 유튜브 ㅡ전 세계 상위 0.1% 기업가를 키운 부모들의 공통점 3가지 영상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창업의 처음과 끝을 경험할수록 이보다 더 좋은 인생 공부가 없다 싶게 배운 게 많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고,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고,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도, 그리고 창업의 끝은 과연 무엇인지.

창업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하고 창의적인 설명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아이들은 창업의 걸음마로 매출을 생각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어떤 가격에 팔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종래에는 스스로 구매 타깃을 설정하기까지 했다.

자본과 지분 투자가 병아리로 설명되는 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니!!

기획, 추진, 협업, 매출과 비용, 이익, 손익분기점, 동료와의 분쟁, 돌발 과제, 영업 종료의 방법 등

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도 창업 안에는 이 모든 경영의 법칙들이 들어있다.

완벽한 기획은 처음부터 있기보다는 반복적인 시행착오로써 찾아 나가는 거라는 책 속의 말처럼,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시행착오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길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선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좋은 뜻에 기꺼이 사람들이 자신의 노고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눈앞에 닥치는 그때그때의 문제가 아닌 목표로 가는 여정에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 과제로 만들라는 말을 들었다.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책에서도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행복과 수익,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가를 성공의 평가 지표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비즈니스를 생각하며 이렇듯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바른 마음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어린이 책이지만 비즈니스가 어려운 나 같은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초등 고학년들과 중학생들이 읽는다면, 세상을 바꾼 10대들처럼 우리나라에도 멋진 비즈니스맨들이 나타나 세상을 바꾸는 큰일을 해낼 것만 같다.

그중에 내 아이가 자리 잡기를 원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그리고 곰아지 아저씨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꼭꼭 읽어보세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네가 관심이 가거나 이루고 싶거나 그런 일 말이야. 당장 며리에 떠오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마 있을 거야. 한번 생각해 봐."

서연이는 강지유가 시키는 대로 생각해 보았다. 강지유 말마따나 해 보고 싶은 일을 찾기란 그렇게 어럽지 않았다. 오히려 해 보고 싶은 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기는 하지. 너무 많아서 탈이지, 뭐."

"그치? 그중에 혼자서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 있나 생각해

봐."

"당연히 있지. 왜 없겠어."

드디어 강지유는 준비된 마지막 말 한마디를 꺼냈다.

당연히 있겠지? 서연아, 난 사람들이 회사를 만드는 이유가 혼자 힘으로는 벅찬 일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든. 창업은 일을 해 보려고 하는 출발점 같은 거 아닐까?"

서연이는 더 이상 들을 말이 없었다.
- P39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는 걸 창업이라고 하잡아. 창업을 또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모험사업이라고 해, 모험사업. 그러니까 창업은 일종의 모험인 거야. 신나고 재미있고 또 스릴 넘치는 일인 거지. 온라인 게임에서 파티를 맺고 몬스터 사냥에 나서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어.
- P57

고유한 역량을 가진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보다 이상적인 이유예요. 그게 바로 다양성 보너스라는 거예요.

민준이는 퍼뜩 심나연 강사의 설명이 이해되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한 종류의 챔피언으로만 편을 짜는 것보다는 서로 보완이 되는 다양한 챔피언으로 편을 짜는 쪽이 더 나았다
- P71

우리가 생각한 비즈니스의 세 가지 기준은 첫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행복한가, 둘째, 비즈니스가 돈을 얼마나 버는가, 셋째, 비즈니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가져다 주는가예요
.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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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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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경계의 울타리를 치는 게 저한텐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나의 영역을 침범 당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막막했고요. 그중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경계선을 못 지으니 아이들까지 휘둘리거나, 아이를 지켜야 할 상황에 아이는 보호자가 있어도 보호자 없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두려움이 늘 마음 한쪽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보자마자 이거다!! 하고 펼쳐보았습니다.



15년간 런던에서 1,500여 명의 내담자와 1만 5,000시간 이상의 상담을 진행하던 저자는 영국과 한국에서의 심리 상담 상황이 다른 것을 인식하고 한국어가 가능한 상담가인 자신의 재능으로 1시간에 1명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건강한 소통의 기술'을 주제로 책을 썼다.



이 책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이 부정적 삶의 태도를 끊어 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나의 배려와 인내가 감사가 아닌 억울함과 슬픔으로 되돌아오는 연두부 같은 소통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자기 돌봄과 단호박 소통 기술을 연마하여

건강한 소통을 나누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거절, 기대와 실망, 좌절, 비판과 비난, 칭찬 등 일상속에사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한다.

책은 실제 아이앱트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총 10주 과정을 크게 3부로 구성했다.



1부. 건강한 소통의 이해와 개념을 다루는 '기본 원리편'

1장 나는 왜 이렇게 휘둘리는 걸까

2장 휘둘리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3장 우리가 휘둘리는 어른으로 자라는 이유



2부. 건강한 소통법의 기본과 응용

2_1) 내 마음을 읽고 올바로 전달하는 건강한 소통법의 '기본'

4장. 내 마음을 알아줘 : 나 자신과 소통하기

5장. 내 마음을 전해줘 : 말하기와 듣기

2_2)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 테크닉편'

6장. 거절이 가벼워지는 법

7장. 실망과 좌절에도 무너지지 않는 법

8장. 비난과 비판에도 나를 지키는 법

9장. 칭찬과 감사를 회피하지 않는 법



3부. 소통을 방해하는 올가미 진단 및 해결, 실전 연습

10장. 소통 기술의 간보기와 다지기

은 사실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면서 건강한 소통을 방해하게 된다.



이렇듯 1~3장에서 우리는 소통의 기본 원리를 이해했다.​

수동적 연두부형 소통 방식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나는 왜 이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자랐는지, 회피로 얻는 이득과 장기적 피해를 객관적 근거로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생각과 신념들이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장님 같은 시선에서 벗어나 전체의 코끼리를 조망하듯, 나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 또한 다른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나의 삶'을 헤아려주기 위함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이 책 안에서 우리가 닻을 내리고 풍랑을 헤쳐나가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설명을 빌리자면,

인지행동 심리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가 이름 그대로 인지(생각)와 행동의 변화에 있다고 제시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이 어려울 땐 행동으로, 행동이 어려울 땐 생각을 전환하고 바꾸며 영향력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하여 마중물을 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소통, 그것은 제목처럼 나를 지키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

저자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10주간의 자기 돌봄 일기로 우리를 고통 속에 빠지게 하는 상황을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연습시킨다.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선을 건강한 단호박형 말하기 기술로 당당히 말해보자.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내가 상대에게 넘겨주었던 소통의 키를 자연스레 내가 주체인 상태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진다.

나를 미워하는 편파적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진짜 나를 만나 제대로 소통해 보자.

잘 듣고, 잘 반응하고, 나의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상태에서 나의 뜻을 건강하게 말해보자.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리학 #나를지키는관계가먼저입니다

#안젤라센 #쌤앤파커스 #인지심리학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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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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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적 소통의 한계를 맛봤으니, 이제 단호박 소통을 해보자. 행동해야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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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은서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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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많은 내가 모든 일은 어떤 방향으로든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게 된 데에는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4p

이제는 다른 이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온전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었다. 방황하는 나를 먼저 이해하고 보듬고 채우고 나면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안에선 계속 충돌이 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며 틀에 나를 다시 가두고 있었다.
외로운 상황에 나를 던져 고립되고 싶어 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어우러져 잘 살고 싶기도 한 나는 그저 모순 덩어리였다. 문득, 선각자들의 생각을 엿보다 보면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좀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1p

모든 게 피곤하게만 느껴졌던 그 상황들을 흔들림 없이 잘 물리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그곳에서 내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이들의 보살핌으로 그곳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었다. 내가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걸 짐작하면서도 직장 동료들은 나의 제주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때는 몰랐다.
무뚝뚝해 보이기만 했던 그들이 내가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많이 신경 썼다는 것을. 바다가 섬을 안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날 감싸 안아줬다. 외로움 속에서 평화를 찾고 싶어 찾은 섬에서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외롭지만 따뜻했다. 그런 배려가 쉽지 않은 일임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분들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하거나 더 적었을 때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32p

"원래 말이 별로 없어요?"
스님이 물었다. 그런 편이라고 대답했다.
"왜? 살면서 별로 궁금한 게 없어?"
스님은 다시 물었다. 이제껏 아무도 내게 물어보지 않았던,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었다. 난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사람인데 왜 말이 없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궁금함은 주로 나를 향한 것이었으므로, 굳이 다른 사람에게 될 물어볼 필요가 없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38p


판타지 같았던 석 달간의 암자 생활은 살다가 지칠 때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나이도, 성격도 모두 다른 우리가 만나 즐겁게 살았던 경험은 '이런 형태의 가족을 구성해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의지하면서 따뜻하게. 성별과 나이를 떠나 서로 깊은 신뢰를 바당으로 의지하고 살면 가족 아닐까? 50p


고통스러웠던 지난 경험은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간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지긋지긋했던 아토피가 나에게 준 깨달음이다. 58p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채식을 한다고 말하면 간혹 누군가는 내게 채식주의자냐고 되묻는다 그럴 때면 잠깐 멈칫하게 된다. '주의자'는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채식에는 확고한 신념도, 이를 널리 알리거나 상대를 바꾸려는 적극적인 설득 행위도 없다. 그저 내가 살기 위해 나에게 더 잘 맞는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다. 60p

할머니의 손톱을 깎아드리던 어느 날이었다.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행복이 휠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걸까요?"
그런데 할머니가 이렇게 답하는 것이 아닌가.
"지붕 있고 네모 반듯한 집에서 잘 먹고 잘 싸면 그게 잘 사는 거지, 행복이 별거 있나?"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 놀라서 할머니를 쳐다보니 해맑게 웃으며 이쁜이 인형을 토닥이고 계셨다. 67p

그날 나는 처음으로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67p




시골이 고향도 아니고 시골살이는 해본 적도 없으나, 산이 좋고 숲이 좋은 나에게는 그곳에 사는 것이 당연한 미래였다. 73p

20대 초반부터 친구들에게 "난 언젠가 지리산에 살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막연히 지리산을 동경했기에 자연스
레 이주할 곳을 지리산 자락으로 정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 연고를 만들고 지역에 익숙해지기 위해 그곳에서 진행하는 귀농 교육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서울에서의 귀농 교육이 끝나는 날부터 지리산 자락의 귀농학교에서 시작하는 두 달 과정의 교육이 있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75p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보면 폐가를 사서 예쁘게 잘만 고쳐사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이상했다. 폐가를 보러 다니고, 건축상담을 받아보고야 알았다. 그 믿기지 않는 탈바꿈 뒤엔 엄청난 '개고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시간을 왕창 쏟아붓 든지 돈을 쏟아붓 든지 둘 중 하나다. 100p


기왕 시골에서 살면서 농사지을 생각도 갖고 있는 이상 농업인이 돼 가공, 유통까지도 다 도전해 보기로 했다.
정작 땅 주인은 팔 생각도 없는데 내 머릿속에선 어떻게 땅을 사고 어디에 건물을 올릴지 벌써 그림을 그렸다. 102p


그런데 놀랍게도 이 땅은 길지가 맞았나 보다. 지난해 마을 전체가 지적재조사 사업 지구로 선정되면서 내 땅 옆 현황도로를 국가가 수용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현실 경계와 지적공부상 경계가 불일치하는 토지를 최신 기술로 새로 측량하는 국책 사업이다. 일제강점기에 종이로 만든 지적도를 디지털 지적으로 구축해 토지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맹지에서 탈출하는 신묘한 땅이라니.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가만히 기다렸을 텐데.... 109p

풀이 있어야 땅심이 생기고 작물에도 좋다기에 풀에는 손대고 싶지 않았지만, 농작물보다 더 높이 자란 풀 때문에 작물이 자라질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아야 했다. 농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고부터는 풀을 뽑지 않고 벤 뒤 거름처럼 놓아줬다. 농작물이 다치지 않게 풀을 베는 건 풀을 뽑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매일 쪼그려 앉아 풀과 싸움을 하고 나면 온몸이 아팠다. 처음 해보는 거니까 요령도 없고 당연히 아플 수밖에. 이것도 다 농부가 되기 위한 과정이려니 생각했다. 누군가 그랬다. 수행 방법 중 최고는 농선이라고. 농사를 짓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다. 풀 뽑는 동안 잡념은 사라지고 생각은 그저 단순해진다. 그런데 도대체 풀을 얼마나 뽑아야 하는 거야? 114p

각자의 위치에서 요란하지 않게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는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하고도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115p

수확하면서 콩 먼지를 뒤집어쓰니 그때야 콩 껍질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식당에서 껍질째 삶아져 나온 콩 반찬만 먹어봤지, 살면서 이제껏 껍질째 온전한 콩을 접해본 적이 있어야지. 117p

그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매일 바쁘다. 도시의 바쁨과는 다르지만, 시골에는 시골 나름의 바쁨이 있다. '바쁘다'보다는 '끊임없이 뭔가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도시의 시간과 시골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19p

귀농 귀촌 선배들이 공통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최소 2년 이상은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시골살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시골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준비 없이 이주하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결국 다시 도시로 나가게 될 거라고 했다. 요즘 세상엔 자연인도 돈이 있어야 한다. 121p

딱. 딱. 딱. 딱딱. 딱. 딱딱딱 딱딱. 잘 잤니? 집이 아침 인사를 건넨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이 집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높아지면 소리를 낸다. 청각이 예민해 거슬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소리를 아침 인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27p



그런데 청년귀촌캠프에 참여해보니 내 나이가 꽤 많은 편에 속했다. 그전에 귀농학교라는, 과거 귀농 : 귀촌의 정통코스(?)를 밟았을 때는 참가자의 평균 연령이 50~60대라 30대의 난 애송이였다. 반면, 캠프에서는 나보다도 휠씬 어린 나이에 시골살이를 시작한 친구들이 많았다.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귀농학교에서 동기들이 나를 바라볼 때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귀농 . 귀촌인을 보다가 혼자 시골살이를 하려는 사람들과 있으니 나만 이방인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은 편했다. 귀농학교에선 '나 혼자여도 정말 괜찮을까?' 조금 걱정이 됐는데, 캠프에 참여해보니 '혼자인 사람들이 서로 연대한다면 얼마든지 괜찮을 수 있겠구나'싶었다. 141p


우리는 친한 사이지만 언니는 여전히 내게 존댓말을 한다. 언젠가 언니에게 이제 편하게 반말하라고 말했을 때 언니는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서란을 시골에서 혼자 사는 나이 어린 여자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자신이 나에게 존댓말을 하면 그걸 보는 다른 사람도 나를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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